[내막]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국방부 접수 내막 군 인사

 

D&D Focus 2010년 9월호 


‘국방 20% 디스카운트’ 진용의 맏형

장수만 청장, 방사청 접수 내막


 

‘이상희 항의 서한’ 다시 보기

 

지난 12일 오후, 김태영 국방장관은 해외 출장 보고를 하기위해 청와대에 들어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여기에서는 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국방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군 전력통이자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임치규 예비역 장군(육사 31기)를 방위사업청장으로 사실상 내정하고 대통령 재가를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국방부 건의와는 달리 장수만 현 국방차관을 방위사업청장으로 지목하고 나온 것이다. 김 장관은 이 사실을 혼자 알고 이튿날의 청와대 차관 인사 발표를 기다리기로 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변무근 청장의 후임 청장으로 임치규 씨가 내정되었다고 보고 그의 취임사와 프로필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이미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13일 오후 1시 30분경에도 방사청 실무자는 임치규 씨의 사진과 프로필을 다듬고 있었다. 이 당시만 해도 방위사업청은 차관 인사가 오후에 발표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2시 쯤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3시에 차관급 인사가 발표된단다.”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TV 앞에 몰려든 직원들은 청와대의 차관 인사 발표를 보고 더더욱 경악했다. 이제까지 방위사업청 기능의 축소재편을 주장하여 방사청 작원과 견원지간(犬猿之間)이던 장수만 차관이 청장으로 내정되었다는 발표였다. 이 발표 장면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방사청을 순식간에 패닉 상태로 몰고 간 가장 충격적인 인사였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방사청은 물론 국회와 방산업체로 확산되며 초특급 뉴스로 부각되었고, 업계는 인사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분주해졌다. 

장 차관의 청장 내정 사실은 김태영 국방장관은 물론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들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8월 13일 단행된 정부의 차관급 인사는 국방차관으로 이용걸(행시 23회)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방위사업청장으로 장수만(행시 15회) 국방차관을 내정했다. 이용걸 차관은 부산 출신이면서 김태영 장관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장 청장도 역시 부산출신이며 올해 1월에 임명된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 출신인 권오봉(행시 26회) 방위사업청 차장의 고려대 경제학과 선배다. 사실상 장 청장이 맏형 겪인 이 3인은 학맥으로 얽힌 관계라는 점 외에도 행정고시와 경제부처 선후배 사이라는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 경제부처 출신들끼리의 새로운 팀워크가 국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국방부 주변이 술렁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이 3인이 작년에 국방예산 삭감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장수만 청장은 작년 차관 시절인 8월에 국방예산 증가율 수준을 놓고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 갈등을 빚은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장 차관이 자신의 휘하에 있는 국방부 기획관리실을 활용하여 2010년도 국방예산을 장관이 주장하는 7.8%가 아닌 3.6%대 증가율로 축소 조정한 별도의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급기야 장관이 청와대에 이를 항의하는 서한까지 발송한 사건이다. 이 서한에서 이상희 전 장관은 장수만 차관의 행태를 “하극상”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과 언론을 발칵 뒤집었다.

당시 장수만 차관이 독자적으로 국방예산을 검토한 배경에는 작년 7월경에 국방부가 7.8% 증액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데 대해 기재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과도한 예산 요구”라며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재부 장관은 7월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부부처 예산 요구 현황을 보고하면서 국방부의 과도한 예산요구의 문제점을 함께 보고했는데, 이 자리에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이 배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기재부 보고 직후 윤 수석은 장수만 차관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국방부 예산요구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폭 삭감된 수정안을 작성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 직후 장 차관이 ‘장관에게 보고 없이’ 3%대의 예산 수정안을 작성하여 청와대와 기재부에 보낸 것이다. 이를 안 이상희 장관이 발끈하면서 둘 사이에는 감정의 앙금이 쌓이게 되었지만 9월에 청와대는 이 장관을 경질하고 장 차관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여기에서 “장관 위의 차관”이라는 말이 여태까지 통용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판 맥나마라가 될까?


한편 당시 장 차관은 청와대에서 윤진식 수석으로부터 전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국방부에 돌아와서 여러 번 강조했다. 여기에서 바로 이 대통령의 “리베이트 20%”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도입하면서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예산 20%는 깍아도 된다”고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실을 윤 수석으로부터 전해들은 장 차관은 이후 자신이 추진할 국방개혁의 모멘텀으로 이 대통령의 ‘20% 발언’을 받아 들였다. 시중에서는 이 대통령이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무도 그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는 허무맹랑한 언급으로 치부되지만 당시 장 차관은 대통령의 말이 일리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올해 4월 1일, 당시 장 차관은 월간 「현대경영」과의 인터뷰에서 “군수, 무기구매 등은 대통령께서도 종종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20~30% 이상 아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당부하신 적이 있는 만큼 노력 대비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고 언급한데서 나타난다(상자기사 참조).

연간 10조원에 육박하는 무기도입 예산에서 20~30%를 감축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가능성에 깊이 경도된 이 대통령과 장 청장에게는 국방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공직자로서 무기도입 과정을 근원적으로 수술하여 20~30%의 예산을 절감할 수만 있다면 미국의 전설적인 국방장관인 맥나마라에 비견되는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전 세계가 한국의 획득개혁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다. 이후 장 청장이 차관 재직시절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그 스스로도 말하듯이 국방 획득체계를 개선하는데 모아졌다. 그러나 그 실현 가능성을 두고 국방 종사자들로부터 냉소의 대상이 된 획기적인 예산절감이 장 청장의 말대로 가능한 것이라면 ‘비난 속에서도 변혁을 추진하는’ 국방 문민세력이야말로 우리 안보의 중추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장 차관이 청장으로 내정된 역사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 청장 내정자가 발군의 리더십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제껏 민간경영의 시각으로 비효율과 거품이 만연된 국방을 수술하려는 시도는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만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장 청장이 이에 대해 제대로 통찰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제대로 준비되었다면 ‘실세 차관’ 출신인 장 청장의 존재야말로 국방개혁의 보석 같은 존재다. 그것이 아니고 쥐꼬리만 한 경제지식으로 거대한 국방 시스템을 쥐락펴락하는 돈키호테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에 그러한 성과 없이 단지 장 청장이 이제껏 자신의 획득체계 구상에 사사건건 반대해 온 방위사업청을 접수하는 점령군 사령관으로 행세할 경우에는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을 피할 수는 없다. 변무근 전 청장은 장수만 청장이 차관 부임 당시에 추진한 획득개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특히 7월 초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는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논쟁을 하는 등 감정의 앙금이 매우 깊다. 현재 방사청 주요 직위자들이 대부분 변 청장을 보좌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장 청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직원들에게 정치보복을 할 수도 있고, 자신에 반기를 든 세력들을 ‘진압’할 수도 있다. 정 창장의 복심이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세간에는 장 청장이 차관에서 청장으로 경질된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여 진다. 장 청장 스스로 차관 재직시절부터 방위사업청장으로 가는 것을 희망했다는 사실이 그 첫 번째 근거다. 특히 조달청장을 역임한 장 청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연간 63조원 조달사업을 하는 조달청은 인원이 600명인데 10조원 규모의 획득사업을 하는 방사청은 인력이 2000명이다”라며 “조달청 수준으로 방위사업청 인력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자신에게 방사청을 맡겨준다면 조직의 슬림화와 효율화를 책임지고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여러 차례 내비친 것이다. 이런 의중이 청와대로 전달되면서 경제수석을 비롯한 경제라인의 지원을 받아 청장으로 입성하게 되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청와대 국방비서실을 비롯한 외교안보수석실이 장 청장의 부임을 지원한 흔적이 없고, 오직 ‘실세 차관’인 장 청장이 알아서 경제라인과 합세하여 만든 인사라는 것이다.

적진에 단기필마로 날아 든 장 청장 내정자는 반면에 정부로부터 든든한 지원병도 얻었다. 작년 이상희 전 장관의 국방예산 항의서한 당시에 과도한 국방예산 요구를 견제하려는 기획재정부에서 정부예산을 담당하는 차관은 이용걸 제2차관이었다. 그가 바로 이번에 국방차관으로 부임되어 온 것이다. 장 청장과 더불어 작년에 국방예산 증액을 가장 강력히 견제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재부 재정정책국장 출신인 권오봉 방사청 차장의 역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두 명은 “민간 경영기법이 국방분야에 대폭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수만 청장을 지원하기 위해 보낸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문민의 칼로 국방개혁을 가속화할 교두보가 강화된 셈이다.  



소요 검증 외치다 국방부와 충돌


국방부가 방위사업청 폐지 또는 방사청 핵심기능의 국방부 이관 등을 골자로 한 무기획득체계개선 방침을 공론화할 당시인 2008년 6월에 기획재정부는 국방예산을 줄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검토에 착수했었다. 군의 구조, 조직, 소요, 운영에 이르기까지 국방전반에서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방책을 수립하는데 여러 민간 전문가들도 동원되었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되면서 국방부․합참의 거센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이상희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중기국방계획의 수립을 비롯한 국방 전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의 국군통수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제3의 기관이 검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장관은 국방이 대통령과 국방장관이라는 통수계층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이러한 행태야말로 국군통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 것이다. 이 반발에 밀려 기획재정부는 더 이상 업무를 진척하지 못하고 국방부와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하다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제반 국방계획이 비록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제3의 기관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제3의 기관에 의한 국방소요에 대한 검증문제는 우리나라 국방에 문민통제를 구현하고 국방운영을 선진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였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상당수의 인사들이 기재부의 문제제기에 공명하였고 군이 수립한 계획에 대한 새로운 검증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특히 재래식 육군 전력을 선호하는 이 장관이 국방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방개혁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를 순연시키는 등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한다. 그 결과 2008년 11월로 예정된 이 장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대한 대통령 재가를 2009년 6월로 연기하는 등 청와대 김성한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의 ‘국방 검증’에 대한 노력은 집요하게 전개되었다. 한편 작년 6월에 이 장관의 국방개혁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 역시 성격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장관은 “대통령이 국방부 안을 전면적으로 용인하고 재가해 준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에 청와대는 “단지 참고사항만으로 보고받은 것이며, 국방예산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검토하라”고 한 것이라는 등 상반된 주장이 항의서한 논란 중에 불거졌다.

결국 지난 2년 반 동안 청와대․지식경제부, 그리고 국방부․합참은 국방운용 방식과 절차를 둘러쌓고 극심한 논쟁과 혼선을 겪은 셈이다. 특히 국방운영에 대한 검증논리를 제공한 당사자가 기획재정부라는 점에서 이번에 기획재정부 출신 위 3인의 역할에 새삼 관심이 고조된다. 다만 여기에서 장수만 청장의 방사청의 기능재편을 주장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현 방위사업청의 존재가 바로 수요군, 특히 육군에 대한 견제의 역할인데 이를 강화하지 않고 거꾸로 방사청 기능의 축소재편을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육군이 주도하는 국방부에 획득권력을 넘겨줌으로써 국방의 투명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방 조직에서 문민권력이 해야 할 일은 군부를 견제하고 검증하는 것인데 거꾸로 문민이 문민을 검증하고 견제하는데 최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장 청장은 자신이 기관장으로 있는 조직의 기득권을 붕괴시키는 자해적 성향을 띠게 된다는 딜레마도 생긴다.



문민이 문민을 검증


특히 변 청장 등 방사청 직원들은 “책상, 의자 같은 소모품이나 사는 조달청과 복잡한 무기체계 획득을 하는 방사청을 동일시한다”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사청 직원들의 장 청장의 인식에 대한 반대논리는 “복잡한 획득의 논리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이와 같은 정 창장의 언급은 앞으로 방위사업청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견케 한다는 해석도 있다.

또한 그는 올해 영국, 불란서 등 해외 획득기관을 집중적으로 돌아보며 방사청 개편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8월 16일 발표된 정 창장의 취임사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와 있다. 다음은 그 핵심 대목.


“특히 획득제도개편안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논의가 어찌 보면 주어진 권한과 기능을 갖고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간의 배분에만 신경을 쓰는 일종의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과감하게 ‘포지티브 게임(Positive Sum Game)’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서로가 ‘윈윈(Win-Win)’ 하는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획득전문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으면 얼마든지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외국의 획득전문기관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에 쓰기 위한 것일 겁니다. 획득분야와 방위산업 분야에 있어 아직 우리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분야, 즉 ‘불루오션(Blue Ocean)’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획득 전문 인력의 확보와 유지, 원가제도 발전, 방산기술과 시험평가 제도의 발전, 방위산업과 방산수출의 새로운 정비 등의 분야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새로운 그리고 현재까지보다는 훨씬 더 깊이 있는 과업들을 발굴하고 거기에 따른 기능 조정과 조직정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의 취임사 치고는 유달리 영어가 많이 나오는 취임사다. 외국 획득기관에 대한 ‘벤치마킹’을 강조하다 보니 영어를 원문 그대로 즐겨 쓴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겨진다. 외국 획득기관을 따라 배워야 할 정도로 현 방사청이 문제가 많다는 장 청장의 ‘네거티브’ 한 인식은 그간 방사청에게는 거대한 산이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장 청장을 임명한 속내가 사뭇 궁금해진다. 어쩌면 방사청 직원들이 가장 혐오(?)할 것 같은 인물을 청장으로 내려 보낸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한 소식통들은 대략 두 가지 배경논리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방사청과 획득체계 개편 문제로 사사건건 논쟁한 당사자가 방사청으로 가서 마지막까지 일처리를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 기관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정책을 수립했으면 책임도 끝까지 지라는 뜻이다.



소요에 대한 칼질은 없을 듯


원래 김태영 국방장관과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올해 3월에 획득체계개선은 당분간 급격히 추진하지 않기로 하고 이러한 입장을 청와대와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특히 김태영 장관은 “방사청을 없애기 어렵다, 과거로 회귀하면 민주당 및 일부 여당 의원이 반대한다, 현 체계에서 (획득 체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장 차관이 계속 방사청 기능을 국방부가 흡수하는 개선안을 밀어붙이자 장․차관의 각기 다른 행보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었다(상자 기사 참조).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에 국방부가 획득체계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국방부와 방사청이 서로 싸우지 말고 서로 합의해서 단일안을 만들어 이 문제를 매듭지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장수만 차관과 변무근 청장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계속 대립하자 장 차관을 방사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가올 정기국회 전에 획득체계 문제로 정부 기관 내에서 이견이 속출되는 것을 근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다만 장 청장이 막상 청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애초 소신이 유지될 지, 아니면 방사청의 현실을 깨닫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수정할지는 반반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청와대 주변의 관측이다. 방사청에 조만간 급변사태(?)가 닥칠 지, 아니면 장 청장의 새로운 학습이 시작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두 번째는 최근 지지부진한 국내 방산기업의 해외수출과 방산의 신성장동력 창출에 대한 주문이다. 최근 싱가포르에 국산 T-50 수출이 좌절되는 등 수출전선에서의 비보를 접한 청와대가 획기적인 개선책을 장 청장에게 주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방예산의 긴축 압박 속에서 방산의 활로를 찾는 동시에 국내 방위산업 구조정과 같은 대형 현안을 소신껏 처리하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의외로 이 분야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장 청장이 단기적으로 집중하게 될 분야는 취임사에서 말한 내용들이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 방사청장이라는 자격으로는 군 소요의 과학화와 같은 정책 현안을 처리하기는 적합지 않다. 그보다는 계약관리, 사업관리, 원가검증, 방산수출, 방위산업 구조조정과 같은 현안에 더 매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진다.

애초 국방개혁에 대한 ‘민간의 칼’로 투입된 장 차관은 그간 국방부 안팎의 현역들로부터는 경계와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방사청 직원들로부터는 ‘기피대상 1호’였다. 과감한 개혁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잡음일 수도 있고, 전문성 부족을 질타하는 국방 안팎의 비판일 수도 있지만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물이 바로 장수만 청장이다. 그가 새롭게 투입된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지원군들을 등에 업고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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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