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시대의 한국과 미국 국방개혁

 

D&D Focus 2011년 10월호

 

집중분석  미 국방예산 감축과 한미동맹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한국과 미국, 뒤바뀐 운명


50년 만의 정권교체라고 말해지던 97년 말의 제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997년에 국가 환란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를 망친 책임자가 명확했기 때문에 새로 칼자루를 쥔 김대중 정부는 개혁의 칼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다. 개혁을 표방하고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국민은 뼈를 깍는 개혁을 바라고 있거나 적어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김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신속한 구제 금융을 받는 일이었다. 금융 위기 속에서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동진 국방장관이 미국의 윌리엄 코엔 국방장관에게 구제금융 지원을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 NSC에서 코엔 장관은 안보 차원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구제금융의 신속한 지원을 주장했다. 신중하던 미 재무부를 돌려 세우는데 미 국방부의 ‘압력’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서 한국의 경제위기를 안보 시각에서 바라본 미국의 관점이 흥미롭다.

1998년 1월 22일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의 방한.

그는 한국에 들어와 김대중 당선자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감안해 국방 예산의 삭감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를 했다. 이에 김 당선자는 자신의 튼튼한 국방에 대한 안보관을 제시하며 한·미 간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으로 당초 1조 5천억 원을 삭감하기로 되어 있던 98년도 국방 예산을 6200억 원만 삭감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한미동맹이라는 국제주의가 한국의 국방 및 경제와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었다.

2011년 미국의 디폴트 위기와 재정위기는 97년 말의 상황이 반대로 전개되는 것 같다. 당시 위기에 처한 한국의 모습은 현재 영락없는 미국의 모습이다. 최근 한 일간지는 “예전에는 미국이 세계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세계가 미국을 걱정한다”고 탄식한다. 14년 전에 미국이 한국을 걱정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미국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최근 우리 국방부가 미국에 특사를 파견하여 한미동맹과 관련된 국방 예산 삭감에 신중을 기하도록 미국 정가에 로비하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미 국방예산의 향후 감축분야는 해외 주둔비용이 최우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나 국방비 삭감 압력이 가시화 된 상황은 그나마 돈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군에 이미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아예 돈줄을 끊겠다는 의미다. ‘확장억지’나 ‘전시지원’과 같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도 의무불이행, 즉 디폴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미동맹의 하드웨어 분야 전반에서 예산부족으로 인한 위기의 조짐은 일찌감치 나타났고, 이제는 더욱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렇듯 동맹의 기초체력이 급속히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이 “역사상 한미동맹은 지금이 가장 좋다”, “한미 간에는 아무런 이견도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지적이다. 말은 ‘전략 동맹’이라고 하면서 동맹의 기반이 하드웨어는 궤멸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한미군의 예산부족 문제는 작년부터 초미의 관심으로 부각되었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한 달 여 앞둔 지난해 9월초. 미국의 새로운 회계연도(FY '10~'11)이 시작되는 10월을 앞두고 주한미군 예산서를 본 월터 샤프 사령관은 간부회의에서 “이러면 사령부 존립이 위태롭다”고 탄식했다. 간부회의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예산서를 본 사령관은 거의 공항상태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직후 미 의회는 “7천12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대폭 감축하는 것이 재정적자를 줄이는 가장 실현가능한 방안”이라는 미국 상-하원 의원 57명의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이들은 “국방예산이 연방 정부 재량예산 중 56%를 차지하며 2001년 이후 예산 증가분의 65%를 차지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이중 “37%는 전쟁 수행과 관련이 없는 예산”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표적인 예로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에 미군을 주둔시키는데 드는 비용을 꼽았다. 그러자 당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향후 5년 간 1천억 불의 국방예산 삭감을 천명했다.



동맹의 하드웨어 약화


즉시 월터 샤프 사령관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주둔 예산이 고갈되어 가는 주한미군은 최근 불요불급한 출장계획을 전면 취소하는 등 예산을 절감하고 한국인 노무자 인원도 대폭 줄이려는 분위기다. 한 미군 관계자는 “해외 어디 나가도 민간인 사무원은 우리가 데려가는데, 우리는 왜 말도 안 통하는 한국인 사무원을 고용해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제기하며 차제에 한국인 사무원들을 대거 내보낼 것처럼 엄포를 놓았다. 

이와 더불어 샤프 사령관은 방위비분담금을 애초 한국 정부와 약속한 2013년까지 시한을 넘어 계속 평택기지 공사비로 전용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요구했다. 9월 초에 샤프 사령관은 우리 국방부를 찾아와 “한국정부가 발주한 평택 미군기지 공사 설계도에 약 3000건의 대규모 하자가 발생했다” 공사 발주권을 전부 미 측으로 넘기라고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요구했다. 이러한 미 측의 요구는 10월 초에 진행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한국정부로부터 더 많은 돈을 뽑아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샤프 사령관은 평택기지에 들어갈 특수시설(병원, 학교 등)에 더 많은 현금지원을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샤프 사령관은 방위비분담금 지원에 대해서도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문제의 출발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의 불용 및 이월액이다. 2007년에서 874억원이던 방위비분담금 이월액은 ‘08년에 821억원, 09년에 1128억원, 그리고 작년에는 1858억원에 달했다.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쓰지 않고 이월시키는 이유는 전투시설 건설에 투자되는 연합방위력증강(CDIP) 사업이 극도로 부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미 측의 집행부진에 따라 남아도는 방위비분담금 액수를 감액한 6540억원을 2011년 방위비분담금으로 편성하되, 그 대신 감액된 액수는 “2012년 예산에 얹어 주겠다”고 미 측에 약속했다. 그러나 미 측은 이에 대해 “못 믿겠다”며 “미군이 제때 집행을 하든 말든 5년 간 방위비분담금을 지원하기로 한 총액을 명문화하든지, 아니면 감액 분을 고려하지 말고 내년 예산에 정식으로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라”고 계속 졸라댔다. 

자칫 이 문제가 양 측의 감정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방부는 작년 9월 14일에 미 측에 “2012년에는 예산이 다 반영되므로 안심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 측의 계속되는 문제제기로 양 측은 SCM이 열리기 직전까지 연합사령부 영내 주한미군사업무지원단(JUSMAG-K) 회의실에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연합사 한국 측 관계자는 “샤프 사령관이 ‘돈 달라’고 한국정부를 조르는 모습은 마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망하기 직전의 중소기업 사장 같았다”고 회고한다.

한편 올해 7월 취임한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급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취임한 직후 쏟아진 국지성 폭우로 인해 동두천의 미 2사단의 주둔지와 숙소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폭우에 쩔쩔 매는 동두천이 어려움에 처한 미군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현 정부 들어와서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이 계속 지연되면서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주둔 표준화(tour normalization)'에 결정적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미군의 절박한 처지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주둔 표준화’란 괌, 오끼나와, 평택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미군기지의 재조정을 의미한다. 올해 5월 발간된 미 회계감사원(GAO)이 발간한 ‘아시아 미군기지에 대한 포괄적 비용 및 대안분석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미군기지의 전반적 재조정을 통해 미 국방예산의 절감이 매우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 후임으로 파네타 장관이 부임하면서 미 국방부는 향후 5년 간 1000억불의 국방예산을 추가 절감해야 한다. 최근 미군의 국방예산 절감의 가장 우선적인 분야는 이태리, 독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주둔비용 삭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한국 정부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한반도 안보 그 자체의 중요성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미군의 예산부족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미동맹에 있어 ‘가장 심각하고 결정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



연평도 사건에서 미국이 받은 충격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군사정보 분야를 보자. 과거에 한반도의 핵심표적을 분석하던 펜타곤의 정보 분석관들은 이미 이라크․아프간 전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과거에는 한반도 전구에 대한 정보 분석에 상당한 인력을 투입하던 미 국방부가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장기화된 2005년부터 일제히 그 인력을 전출시킨 것이다. 떠난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았고 많은 정보자산이 한반도 상공에서 철수했거나 철수할 예정이다. 미 본토에서 한반도 상공을 관찰하던 군사위성이나 주한미군이 운용하던 U-2 정찰기와 같은 정보자산이 타 전구로 철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정보가 줄어들거나 있더라도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정보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 심각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후 북한의 핵심표적이 관리되지 않는 ‘정보공백’이 발생하자 2006년부터 우리 측 합참의장이 미  합참의장에게 두 번이나 서신을 보내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더더욱 심화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작년 3월에도 미군은 북한의 특이사항을 전혀 확인한 바 없었고, 작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디서 포탄이 날라 오는지, 서해의 북한 핵심 거점의 동향 등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하여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연합사의 정보감시태세, 즉 워치콘이 격상되어 있었으나, 정보자산 운용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눈에 보이는 남북한 포병 간의 화력전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대규모 전자전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완벽히 북의 전자전에 제압된 전투였던 것으로 본지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이미 전투가 시작되기 이전에 북한의 대규모 전자파 교란이 진행되어 인천 영종도의 신공항 관제 레이더 상에도 연평도 부근은 암흑천지나 다름없었다. 포병전이 진행되는 동안 합참과 연평도 현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우리 군의 지휘통제시스템(C4I)은 전부 마비된 가운데 유일하게 합참에서 운용하는 통합전파처리체계(MIMS)만 살아있었던 확인된다. MIMS는 미군의 통신망과 연동되기 때문에 높은 생존성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화력전 이면에서 진행된 대규모 전자전에 의해 국가 위기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당시 K-9 자주포 외에 구축함에 의한 함포지원이나 F-15K 전투기에 의한 원점타격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 벙커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은 군의 대응에 크게 실망하며 강도 높게 질타한 것으로 확인된다.

연평도 포격전은 2006년에 최강의 이스라엘 공군이 군대 같지도 않은 허접한 헤즈볼라에게 완벽히 패배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당시 헤즈볼라는 해킹과 전자전만으로 이스라엘 공군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너 나아가 이스라엘의 공습에 무인항공기로 텔아비브를 공격하여 전세를 역전시켰다. 연평도 사건에서 드러난 북한의 국지적 전자전 능력에 충격을 받은 한미연합사령부는 작년 12월 20일에 재차 강행된 우리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규모 전자전 전문 인력을 파견했다. 이 날 훈련에는 지휘통제를 담당하는 연합사 지휘통신참모부(J6) 소속 인력을 주축으로 약 20명이 참여했다.

이와 같이 한국군의 C4I 능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사실이 실전에 드러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추가적인 포격 도발이 있을 경우에 전자전 수행과 지휘통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우리 군은 2005년 10월 1일부로 미국으로부터 대화력전수행본부 임무를 전환 받았지만 과거 미군이 수행하던 세계 최강의 대화력전 정보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바로 C4I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화력전 수행 전력인 16개 포병대대와 공군 전력에 대한 수행본부의 지휘통제 역할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실전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한국정부가 빨리 보완하라”며 돈이 드는 어떠한 지원도 거부하고 있다. 대신 미국은 그동안 최첨단으로 구축되어 있는 한미연합사 지휘본부(탱고 벙커)의 C4I를 “3000억원에 한국정부가 인수하라”고 제안하였으나,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우리가 거부하였다. 한편 미국은 평택으로의 기지이전에 따른 C4I 이전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 한미양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긴급한 사안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규모 증원전력은 없다


가장 미국에 많이 의존했던 탄약 분야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2007년 11월에 우리 국방부는 미군이 한국에 배치한 전시비축탄(WRSA)을 폐지하기로 하고, 미군의 재고 탄약을 1조원어치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협상을 거쳐 인수절차가 마무리된 시기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다. 탄약을 인수받으면서 우리 국방부는 “미군의 탄약이 아직 성능이 우수한 만큼 전시대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에 우리 국방부가 한국군 보유탄약을 조사한 결과 일반탄약은 그나마 전시에 10일분 정도를 보관하고 있는데 반해 핵심탄약인 특수탄, 유도탄의 경우는 전시대비는 고사하고 평시운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국방부는 미 측에 긴급지원과 함게 한국군에 필요한 탄약분 도입을 타진하였으나 협상은 결렬되었다. 미 측은 “한국이 부족한 탄약을 미 측에 일괄 대량구매 하던지, 자체 개발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계속하여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우리 국방부 군수국장이 미 측에 “그러면 전시 FMS 탄약구매 절차라도 협의하자”고 제안하자 미 측은 “미 국내법에 그런 절차는 없다”고 또다시 통보했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 군은 무기가 있어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탄약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탄약 확보 기준 자체를 하향조정하는 궁여지책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쟁위협에 대해 한미연합사는 “전면전 수행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지원을 축소시키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2008년 8월에 한국군이 주도가 되어 실시된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이었다. 한국군의 연습을 지켜본 주한미군에 소속된 한국인 군속은 그 양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미국의 지원전력은 연습에 전혀 연계되지도 않고 오지도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었다. 괌에 배치된 글로벌호크를 투입해야 할 군사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미국은 ‘작전반경 밖’이라며 투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계획상으로는 미군의 지원전력으로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계획 밖에 존재하는 허상에 불과했다. 당연히 입수되어야 할 정보의 양이 급감했다. 기대했던 지원전력이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군의 수뇌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계속되는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지상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미8군의 자체계획은 적용되었으나 유사시 증원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미 지상군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프간, 이라크 등 더 심각한 분쟁지역에서 지치고 힘든 미군에게 한반도 전쟁은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했다. 미국에게 프리덤가디언 훈련의 명목은 “한국군을 훈련시켜 준다는 것”이다. 뒷짐 지고 있는 미군은 이미 함께 싸우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국군 자체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빈약한 합참의 워게임 장비는 미군이 대대장 교육용으로나 활용하는 저급한 수준이었으며, 사건을 작전부대에 전파할 수 있는 장비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휘통제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습기간 중 군사상황실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제대로 보고가 이루어졌는지 신기할 정도다. 물론 이러한 심각한 상황은 미군 측의 립 서비스에 묻혀 아무런 문제점도 드러내지 않았다. 

연습이 종료되고 난 뒤에도 제대로 교훈은 도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희 국방장관은 “핵심전력은 미군이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소위 2006년에 럼스펠드가 말한 ‘연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하며 “계속 미군에 의존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미 작년 8월의 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연계전력‘이란 단순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였음에도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국방부는 “이제는 미 지상군이 전쟁 초기에 지원되지 않고 해․공군 신속억제전력만 지원된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내놓는 실정이다. 미군의 대규모 지원이 없으니 2015년부터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우리가 전쟁을 할 수 있는 ‘전투형 군대’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것이 현재 국방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다.

물론 미국이 작년에 항공모함을 서해에 보낸 것이라든지, 한국 정부의 군사지원 요청에 파격적으로 응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가 원한 시기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할 시기, 즉 우리가 원치 않는 시기에 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도 “남북한 간의 문제”라며 발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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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