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롯데월드와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 경질 내막 사건내막

 D&D Focus 2008년 10월호

 


석연치 않은 공군 총장 인사전횡 단죄,

10월 정기인사에 인적청산 태풍 분다!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의 후임으로 이계훈(56, 공사23기) 합참 차장이 내정됐다고 국방부가 9월 18일 발표했다. 임기를 7개월이나 앞둔 김은기 총장의 갑작스러운 경질 배경을 둘러쌓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날 언론에서는 공군이 그동안 반대해오던 서울공항 인근의 제2 롯데월드 건립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군 총장의 경질과 롯데월드는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걸까? 그 배후를 심층 추적했다.



무지개 프로젝트와 김 총장

 

작년 2월 발생한 공군의 KF-16 전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정비 불량으로 밝혀지자 제26대 공군 총장인 김성일 대장은 총장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4월에 임명된 후임 김은기 공군 총장은 대대적인 공군개혁에 착수했다. 무지개 프로젝트(Rainbow Project)는 김 총장이 야심적으로 시작한 미래 공군의 7가지 약속이다. 한국공군의 무지개는 긴급 상황(Red)에 대한 적절한 대처, 포용과 신뢰(Orange)의 조직문화, 경고(Yellow)를 통한 예방활동, 과거 잘못의 회복과 치유(Green)를 통한 쇄신, 안정(Blue)적인 전투력 운용, 맞춤형 교육과 과학화한 훈련(Indigo)의 체계화, 육·해·공군 통합성과 창의력(Purple)을 바탕으로 한 전투력 발휘다.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는 단아한 인상의 김 총장은 웃음이 많다. 일선 정비부대를 직접 쫓아다니며 그는 조용하게 혁신을 주도해나갔다. 스스로 잘못을 들춰내 이를 쇄신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펼쳐놓은 일곱 색깔의 무지개는 현재의 아픔을 극복했을 때 나타날 밝은 미래의 청사진이었다. 여기에서 공군은 모처럼 변화의 동력을 얻고 신바람을 냈다. 품성과 지식을 갖추고 행동하는(Be-Know-Do) 김 총장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이상주의자 김 총장은 ‘아름다운 변화’를 꿈꿨다. 그가 참모들에게 선물한 존 포터의 책 ‘빙산이 녹고 있다고’에 등장하는 주인공 프레드는 가장 먼저 조직의 위기를 발견하고 선두에서 혁신을 이끄는 ‘변화의 주인공’이다. 김 총장은 자신과 프레드를 동일시했다. 공군은 녹고 있는 빙산 위에서 사는 펭귄들과 같은 처지였다. 전투기 정비부실로 초래된 안팎의 비난, 공군 전력의 불확실한 미래상, 그리고 자괴감에 빠져 급기야 총장까지 교체된 2007년 초의 공군의 모습은 바로 그러했다. 새로운 빙산을 찾아나서야 하는 절박성, 그것이 혁신의 당위성이었고 그 정점에는 항상 김 총장이 위치하고 있었다.

김 총장 시절의 공군은 향후 효과기반작전(EB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우리의 독자적 전쟁기획과 수행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공군력 건설에 대한 비전이 충만한 시기였다. 그동안 공군의 위기가 기회로 반전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우선 국회가 앞장서 공군의 정비예산을 증액시켜 주었다. 공군본부 내에 우주과가 설치되어 항공우주군의 비전을 가다듬었다. 연합과 합동을 주도하는 항공우주군! 이것이 김 총장이 그리는 공군 미래상의 백미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지개는 사라지는 법. 무지개를 좇는 이상주의자가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히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혁신을 추진하면 할수록 새로운 빙산은 나타나지 않고 위기는 심화되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서 점차로 무지개는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래상에 대한 공군 저변의 인식부족과 낙후된 사고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개혁을 추진하면 할수록 공군 안팎의 장애물도 나타났다.

먼저 김 총장이 주도하는 혁신에 대한 내부 반발이다. 공군력의 질적 도약을 위해 전투기 보유 숫자를 줄이는 등, 자기 살 깍는 개혁에 대한 반발, 원활한 전력발휘를 위해 조종 이외의 병과로 진급공석을 확대하는데 대한 조종사들의 반발이 그것이다.

밖으로부터의 시련도 만만치 않았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시작된 국방개혁 2020을 재검토함에 따라 공군이 만들어놓은 비전은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국가 재정 압박과 육군 중심의 군사력건설 기조에 따라 공군력 건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우주군이라는 비전은 낭만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주변 중국, 일본이 우주로 진출하면서 국가위상을 높이는 사이에 한국 공군의 우주에 대한 꿈과 자주국방을 주도하려는 의지는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열정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는 놓여 지지 않았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유일하게 전 정권에서 임명되어 유임된 김 총장에 대한 정권 내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은 아직도 공군이 노무현 정부의 색깔을 지우지 못한 군이라고 판단하고 10월 정기 군 인사를 앞두고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김 총장에 대한 은밀한 내사


지난 5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단체장과의 회동에서 경제를 위해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인근에 제2 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 배석한 이상희 국방장관 역시 대통령의 뜻에 협력하겠다는 언사를 함으로써 서울공항 이전은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는 공군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애초 제2 롯데월드 건립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었으나 공군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김대욱, 이한호 공군총장은 청와대에 읍소에 읍소를 거듭해서 서울공항을 지켜냈다. 그러다가 바뀐 정권에서 기업친화적인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단번에 전봇대를 뿌리 뽑듯이 서울공항을 이전하려했다. 그러나 공군이 이에 협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7월이 되어서도 추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7월 중순에 김은기 공군총장은 서울공항에 대한 종합적 검토결과를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에서도 서울공항의 작전적 필요성에 대한 기존 공군의 입장은 되풀이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공항이 유사시 80만에 달하는 외국인 철수 지역이라는 점에서 공항 폐지는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강조되었다. 실제로 주한미군 측은 재작년부터 유사시 자국민 철수 시 서울공항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거듭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정부가 서울공항 이전으로 그것이 불가하다고 통보할 경우 자국민 안전에 민감한 외국 대사관들은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김 총장이 서울공항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에게 항명하겠다는 거냐”는 불쾌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청와대는 공군의 입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방부에도 섭섭한 심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집권 당시부터 군에 친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던 청와대는 처음으로 군을 걸끄럽게 느꼈다. 그러나 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안보세력들이 공군의 입장을 지지하는 마당에 청와대가 섣불리 공군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사실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2 롯데월드에 허용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안보보수층의 지지율을 대폭 까먹는데 톡톡히 한몫했다. 이 대통령의 안보관이 의심스럽다는 정서였다.

8월이 되면서 여권의 핵심부는 공군의 문제점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이 인사전횡을 할 뿐만 아니라 과거 참여정부 잔존세력들이 공군본부 내 핵심직위를 독점하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핵심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김 총장에 대한 교체 문제로 여당 핵심과 청와대가 구체적 협의에 착수한 때는 8월 말이다. 이 때 김 총장 경질 논의가 롯데월드에서 직접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전혀 다른데 있었다. 바로 인사문제였다. 우선 공군본부 내의 주요 직위자들이 작전사령부의 작전출신들이 아니라 본부 작전출신들로 독식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본부 내 전력기획참모부, 인사참모부와 같은 핵심직위가 바로 그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이러한 인사편중은 김 총장이 노무현 정부 사람을 챙긴다는 의혹으로 연결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육군과 해군의 진급순기를 크게 앞지르는 공사 25기 오창환 장군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참모차장으로 보직시킨 것도 그러한 전횡의 일환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그 배경에는 공군 내 노무현 인맥의 대표 격인 L모 장군을 2009년에 중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해 위 선배기수를 서둘러 정리한 인사라는 의혹이 있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는 10월 정기인사 밖에 없다. 따라서 10월 인사를 김 총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공군 총장 교체를 건의하게 되었다.”

25기 오창환 장군이 기수로 보면 중장으로 진급할 시기가 아니었는데 진급을 했다는 이 관계자의 말은 뜻밖이다. 공군은 지난해 KF-16 추락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참모총장을 교체했다. 그 결과 임명 당시 육군 총장보다 2년 후배기수인 22기 김은기 총장이 임명되었다.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참모차장 역시 육군 참모차장 보다 후배 기수가 임명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공군본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달리 대안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L모 장군에 대한 논란은 잠시 뒤에 다시 다루기로 한다. 다만 현재 L모 장군은 이미 군복을 벗고 전역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여권 관계자의 설명은 궁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어떤 인사 건 완벽한 객관성을 도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편중인사 논란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적시해두고자 한다. 작사 출신 작전이냐, 본부 출신 작전이냐는 논란도 기자로서는 처음 듣는 생경한 논리였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재차 기자가 질문하자 이 관계자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물론 그러한 인사편중 내지 전횡 논란은 대단히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런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김 총장 문제를 보는 시각은 육군이나 해군처럼 공군도 현 정부의 철학에 부합되는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권이 교체됨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공군 총장이 이를 복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만에 하나 이전정부 사람이 계속 중용될 경우의 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광석화처럼 해치운 총장 경질


그러나 기자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여권의 핵심부는 청와대에 공군 총장 교체를 건의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최종 결심을 할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선 ‘노무현 정부 사람’이라는 판단은 어떤 기준에 입각한 것인가, 라는 문제다. 지난정부 시기에 청와대에 근무를 한 사람인지, 총장의 특별한 배려로 과분하게 진급한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만약 그런 기준이라면 노무현 정부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은 다른 아닌 이상희 국방장관과 각 군 총장들이다. 지난정부에서 한 번 이상 진급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삼정도를 하사받으며 청와대에서 진급 신고를 한 사람들보다 더 혜택 받은 사람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아마도 지난 정부에서 설움을 받은 군 고위관계자는 사단장 재임시절 보직해임의 수모를 겪은 김종태 기무사령관이 유일하다. 그 외에 현 국방 수뇌부 전체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출세가도를 달린 군의 대표주자들이다. 그러나 굳이 이런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정부 사람, 현 정부 사람으로 편을 가른다면 군이 어떻게 될까? 군 전체가 정치화되면서 줄서기 풍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 군이 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다음에 또 정권이 교체되면 현 정부 사람들은 전부 단죄되어도 좋은 것인지, 언제까지 우리 군이 이러한 악습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한 가족 내에서 아버지 편, 어머니 편으로 가르는 것과 같다. 군의 사기와 단합을 저해하는 악습 중의 악습이 아닐 수 없다.

기자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이 관계자는 상당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물론 과거정부에서 요직에 근무했다고 해서 전부 단죄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도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 이번에 공군 총장을 교체했다고 하지만 진급인사에는 공정성을 기해 달라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뜻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 다만 일부 부장급 참모진들의 편중인사는 시정해달라는 것이 차기 총장에 대한 핵심부의 주문사항일 것이다. 그 외에는 군에 인사를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여권 핵심관계자의 완곡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최근 공군 내에서 지난정부 인사에 대한 극도의 불만과 불신을 담은 모종의 제보가 여권 핵심부로 전달되었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전말은 이러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한 공군의 L장군은 정권의 배려로 두 번 직위진급을 한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기까지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을 지내면서 이종석 전 NSC사무차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매우 절친하게 지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L모 장군이 그가 청와대 근무하던 시절에 공군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현 김은기 총장 역시 이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여권은 판단했다. 바로 L장군이 미국에 근무할 무렵 업무상 연관을 맺은 당시 합참 정보본부장이 현 김 총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만복 전 국정원장 역시 L장군과 미국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청와대에서도 정보관리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 3인은 공군 내 노무현 정부의 이너써클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3인에 대해 여권의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그러한 정황이 이번 공군 총장 경질의 결정적 이유가 되는지 물었다. 이에 여권 관계자는 “그것이 신경 쓰이는 일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청와대에 건의할 때도 그런 이유를 내세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그런 말이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8월 말에 청와대에 건의된 공군 총장의 교체 가능성은 50%정도라고 여권은 판단했다. 정치권의 의견을 들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총장 교체를 건의했는데 의외로 이 대통령은 이를 순순히 따랐다. 대통령의 재가가 난 날은 9월 17일. 그리고 하루 만에 후임 총장까지 결정한 인사안이 발표되었다. 재가를 올리고서 발표를 하지까지는 전광석화 같았다. 이에 정작 놀란 당사자는 여권이었다고 한다.



10월 인사에 태풍이 분다


한편 공군본부는 최근 정권의 핵심부에서 노무현 정부 군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작 공군본부가 유난히 신경 쓴 것은 10월로 예정된 대통령의 경제관련 행사. 대통령 10월 일정에 경제관련 단체장이나 기업인과의 행사가 유난히 많다는데 왜 공군은 긴장했을까? 바로 롯데월드 문제였다. 제2롯데월드가 3만명 이상의 고용효과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의 호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공군도 이에 협조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모든 관심이 경제로 집중되는 분위기에서 서울공항 사수는 더 어려워진다는 것. 그로인해 총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본부 내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공군총장 교체를 발표한 9월 18일에 서울공항을 이전하지 않고도 제2롯데월드를 건립할 수 있는 ‘윈윈(win win)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도 그러한 심증을 갖게 하는 이유다. 공군 총장 교체 = 롯데월드 문제 해결이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나타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왜 하필이면 같은 날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언론에 보도되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인사전횡 단죄는 청와대가 공군을 응징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다소 성급한 반응이 공군 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기자는 보다 정밀한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9월 18일, 청와대는 제2롯데월드 허용방침을 전혀 발표할 의향이 없었다. 그런데 총장 교체 발표에 맞추어 동아일보가 최초로 제2 롯데월드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이 청와대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동아일보의 기사 출처가 바로 공군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김은기 공군 총장 교체문제는 지난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검토되어 온 사항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부임한 지 1년도 안된 총장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넘어갔다. 이전부터 검토되어 온 총장 교체 사안을 이번에 실행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총장교체를 제2 롯데월드와 연결 짓는 음모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총장교체 발표 날 제2 롯데월드 보도가 나온 것은 문제라고 본다. 비밀리에 진행되던 롯데월드에 대한 정보가 보도된 것은 총장교체를 음모설로 몰고 가려는 측의 언론 플레이 아니겠는가.”

이 관계자의 말처럼 정작 롯데월드가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면 문제는 다른데 있다. 여권 관계자의 말처럼 이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청산의 논리가 총장 교체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도 10월 정기인사에서 참여정부 청산론이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남재준 육군 총장에 대한 인사비리의혹 수사를 필두로 한 군 인사 흔들기, 그리고 민정수석실이 진급 대상자에 대한 직접 검증을 통해 군에서 추천한 진급 대상자를 교체하는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인사개입에 대한 각 군 장교들의 뿌리 깊은 원성은 참여정부 군맥 청산론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사시기를 앞두고 진급대상자들이 ‘초조주’를 마시며 시름을 달래던 9월 중순. 육군본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상희 국방장관이 참여정부에서 불이익을 본 사람들은 구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육군 내에 파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현역 육군본부 장교의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순화된 표현이다. 실제로는 더 직접적이고 과격한 인적 청산과 물갈이의 징후가 역력하다는 소문이 국방부와 국방부 산하기관, 그리고 방위사업청 등 거의 모든 기관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정부 출범 초기 국방부에서는 지난 정부에 청와대에 줄을 선 혐의가 있다는 육군 ‘3인방’에 대한 소문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7월에는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내에서 참여정부에 청와대에 줄을 섰다는 3명이 표적성 감사와 수사를 받고 징계를 당했다. 역시 비슷한 시기 방위사업청 조직개편 논란이 불거져 나온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실은 방위사업청 내 특정인사를 배제하라는 요구를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에게 요구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뒤이어 최근 9월까지 방위사업청 내의 좌익 ‘12명 리스트’, ‘14명 리스트’, ‘16명 리스트’ 3종이 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좌익의 온상이라는 극단적 표현은 지난 7월 획득제도개선에 대한 계룡대 토론회에서 육군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한 말에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 청산론의 배경에는 역으로 현 정권에 줄서는 인물들로 조속히 군진용을 갖추겠다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복심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권 초 “조속히 우리 사람들로 군 인사를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류우익 대통령 실장이 본격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군 인사 직접 개입은 정권 출범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청와대와 장관실의 정면충돌로 비화되었다. 정권 출범 이래 국방 내부에서 지난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새로운 정권에 줄 세우기를 주도하는 과열된 주도권 경쟁이 틈바구니에서 군심이 결집되어 안정된 국방운영이 이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공군총장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이제껏 인적청산의 무풍지대였던 공군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10월의 군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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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