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릴 줄 알았다_ 1월22일~23일 2017년 신년산행 후기

눈이 내릴 줄 알았다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사진_ 허명구 님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어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방문을 허락한다. 친한 어떤 이는 1년에 두 번은 지리산을 올라야만 맘이 안정된다고 한다. ‘지리산 증후군’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나는?, 나도 비슷하다. 겨울이면 눈 쌓인 지리산에 묻히고 싶고, 봄날에는 엘레지 꽃 흩날리는 지리산에 오르고 싶고, 여름이면 장대비 맞으며 지리산 능선을 걷고 싶고, 가을이면 지리산의 붉은 물빛을 보고 싶다. 그 외에도 지치고 힘들었을 때, 말 못할 고민으로 밤을 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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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삶이 주는 따뜻함 [산청 유평 외곡마을 조복임 할머니]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을까. 나는 내가 태어난 시골집에 미련이 많다. 시골집은 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에는 세 칸짜리 안채가, 오른쪽에는 행랑채, 왼쪽에는 창고와 뒷간, 안채와 행랑채 사이에는 외양간, 마당에는 우물이 있는 집이었다. 나는 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시골집을 나왔기 때문에 시골집에 대한 나의 기억은 언니, 오빠들의 기억에 의존한다. 언니 말에 의하면 시골집은 꽃밭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꽃을 좋아하셔서 외양간에는 덩굴장미가, 마당에는 백일홍, 맨드라미, 과꽃, 채송화 등 갖가지 꽃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텃밭보다는 꽃밭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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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지메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산청 유평 고영일 님 이야기]

이 아지메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그림_ 정결 님 사진_ 허명구 님 그날은 아침부터 눈이 날렸다. 집을 나서 읍내로 가는 30분 남짓의 시간에 희미하게 윤곽이 보이던 노고단은 눈발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수묵화가 되어가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생일 축-하-해.’ 순간, 울컥병이 도져 눈앞이 침침해지고 얼굴이 붉어졌다.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은 구례군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이었다. 나는 그 지리산을 통해 국립공원이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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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눈물을 보았다 (심원이 고향인 김태곤 어르신)

그 남자의 눈물을 보았다 - 심원이 고향인 김태곤 어르신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시모 국립공원 50년 준비위원회) 그림_ 정결 회원 사진_ 허명구 회원 우리 가족이 서울생활을 접고 지리산으로 내려오던 건 8년 전 11월 하순이었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에 실려 정신줄 놓고 자던 나는 살갗으로 전해오는 새벽 기운에 눈을 떴다. 차창 너머로 논과 밭, 산의 형체가 드러났고, 겨울로 가는 황량한 산야 위로 눈발이 흩날렸다. 새로운 삶터. 이제 나는 지리산자락에 살게 된다. 지리산은 그의 땅에 들어서는 나를 눈발로 반겼다. 그 순간 수없이 다녔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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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골 빗점소녀 (하동 의신마을 최다엽 님)

빗점 소녀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님 2015년 5월 초, 벽소령 옛길을 조사할 일이 있었다. 벽소령 옛길은 차가 없던 옛날, 바다 가까운 화개장터의 각종 해산물과 지리산 너머 내륙에 위치한 인월, 함양 등의 농산물이 오가던 길이었다. 소금쟁이능선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최단거리 시장 길로 알려져 있다. 옛길을 조사하자면 문헌, 고지도 분석도 중요하지만 옛길 주변 마을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되살려 기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의신은 벽소령 옛길에 있던 마을 중 지금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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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고요함, 애틋함이 가득했던 두 번째 수학여행_ 2016년 6월 경주국립공원 답사 후기

그리움과 고요함, 애틋함이 가득했던 두 번째 수학여행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님 6월 걷기예찬은 경주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누군가는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라며 조금은 설렌다는 듯이 말했다. 또 누군가는 남산은 밤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은 가 본 경주이기에 나름의 기억들을 갖고 있는 것이리라. 나에게도 경주는 역시 애정과 그리움의 공간이었다. 2001년 가족과 함께한 경주 여행을 갔었다. 당시 7살이던 딸아이는 불국사를 거닐며 ‘엄마, 천국에 온 것 같아요. 너무 평화로워요.’라고 말했다. 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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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날쌘 돌이 이샘 (구례 황전마을 이길호 이장)

지리산의 날쌘 돌이 이샘 글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진_ 허명구 님 5월 28일 황전마을회관에서 이길호 님(1951년생, 66세)을 만났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몸은 처지고 그저 눕고만 싶은 날이었다. 그는 모내기를 했다고 했다. 아침부터 힘을 써서 일까, 충혈 된 그의 눈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는 구례군 마산면 황전마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화엄사 살림을 책임지는 대처승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를 도감스님이라 불렀다. 대처승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비구승이 화엄사에 들어오면서 서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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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쪽동백나무 꽃에 홀렸다. 너는? - 2016년 5월 주왕산국립공원 걷기예찬 후기

나는 쪽동백나무 꽃에 홀렸다. 너는? - 2016년 5월 주왕산국립공원 걷기예찬 후기 버스-쉼-버스-전철-쉼-길에서 낮밥-버스-택시, 시골동네 구례에서 시골동네 청송에 위치한 주왕산국립공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주산지 주차장까지 이동에 소요된 시간만 총 7시간이다. 동대구에서 출발한 청송행 버스 안에서, 청송 부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주산지까지 가면서 내가 생각한 단어는 유배, 귀양 그런 거였다. 만약 내가 유배형을 받았다면 그 자체로도 절망스러웠겠지만 유배 장소가 청송이라 더 절망했을 것 같다. 그런데 주왕산국립공원에서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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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 인생을 얹다_ 한봉운 어르신 (장성 가인마을)

만난 분 : 한봉운 어르신 (80세. 전남 장성 북하 가인마을) 만난 사람 :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 50년 준비위원회) 2016년 봄날, 백양사 앞 가인마을에 살고계신 한봉운 어르신을 만났다. 하루는 비가 세차게 몰아치던 날이었고, 다른 하루는 봄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두 날 모두 봄날의 연두 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바람에 쓸리는 연두빛 물결에 과거와 현재가 살아나고, 알 수 없는 미래도 순간순간 보일 것 같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살아온 날들이 한 장 한 장 움직이는 장면이 되어 넘어간다. 가인마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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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종주길에서 만난 지리산의 봄빛! _ 5월 8~10일 지리산 태극종주 1탄 후기

나는 구례사람이다. 구례에 온 지 8년밖에 안 된 사람이 감히 구례사람이라 말하다니.. 뒤통수가 당긴다. 지역에서는 이사 온 지 30년이 되어도, 결정적 순간에 ‘넌 외지인이잖아’란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구례에 살고 있고, 구례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구례장에 나가 필요물품을 사고, 이왕이면 구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찾는다. 그러니 슬쩍 구례사람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만의 착각일까! 그건 그렇고, 내가 구례로 온 건 지리산 때문이었을까? 남편 말로는 어느 해인가 내가 30번쯤 지리산에 내려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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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