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 새순 ‘봄’ 따러 가세 제철여행

2004년3월 12일자 기사
 


경기 가평 두릅마을 나들이
일 수출 ‘총알두릅’ 인기
비닐집 들어가 직접 ‘뚝뚝’
2만원이면 100개 가져와
 
 
Untitled-1 copy.jpg봄빛 머금은 큼직한 새순.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으면 입안 가득 봄 내음이 퍼진다. 두툼하면서도 연하게 씹히는 쌉싸름한 봄맛, 바로 두릅이다. 두릅 재배로 이름 높은 경기 가평으로 두릅 따기 체험 나들이를 떠난다. 때는 마침 고로쇠물이 나는 철. 두릅 따기를 체험한 뒤 이웃 마을에 들러 고로쇠 약수도 맛보는 일정이다.
 
자연산 야생 두릅을 만나려면 봄빛이 본격적으로 번지는 4월 이후가 돼야 한다. 지금 푸른 새순을 밀어올리고 있는 싱싱한 두릅을 미리 만나 보려면 가평 두릅마을로 가면 된다.
 
가평은 전국 재배 두릅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40여 농가에 이르는 가평 전체 두릅 재배 농가 중 30여 농가가 상면에 몰려 있다. 행현리·항사리·임초리 등이 그 중심이다. 특히 행현리는 30년 전부터 이름을 알려온 ‘두릅마을’로, 15농가에서 겨우내 두릅을 재배해 농가당 한해 평균 1000만원씩의 소득을 올린다.
 
비닐집에 들어서자 따뜻한 봄기운을 머금고 펼쳐진 푸른 두릅나무 묘목들이 반겨준다. 수백개씩 묶은 길이 60㎝, 지름 2㎝ 안팎의 두릅나무 묶음들이 비닐집 안에 가득 세워져 있다. 가시가 듬성듬성 돋은 가지 끝에서 막 연초록 새순을 내밀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10㎝ 이상 자라 수확을 기다리는 것까지, 두릅 새순의 성장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물뿌리개가 자욱하게 물을 뿌려대 흙바닥은 다소 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두릅 새순은 들여다볼수록 탐스럽다.
 
가평임산물영농조합장 이병춘(39)씨가 길게 새순이 자란 두릅 하나를 뚝 따서 보여준다. “맛과 향이 자연산 못지않고, 연하고 부드럽기는 오히려 재배 두릅이 한 수 위지요.” 자연산의 경우 15㎝ 이상 순이 자라면 억세져 먹을 수 없지만, 재배 두릅은 20㎝ 이상 자라도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유지한다.
 
해마다 11월 중순쯤 비닐집에 묘목을 심어 12월20일께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가구당 묘목 20만포기에서 두릅을 생산해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수확엔 35~40일 걸리는데 한 번에 약 4만포기씩, 4월 초까지 5~6회에 걸쳐 차례로 싹을 틔워 출하한다.
일본에 수출도 한다. 일본에선 순이 솟아 가지가 퍼지기 직전 통통한 상태의 두릅, 이른바 ‘총알두릅’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출용은 싹틔운 지 15~20일 만에 따로 수확한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총알두릅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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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이들 묘목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1998년부터 중국 훈춘·선양·헤이룽장성 등에서 들여오기 시작했는데, 99년 국내 두릅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나무 채취가 금지되면서 묘목 수입이 가속화했다고 한다. 이씨는 “국산의 경우 묘목 대량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값싼 중국산 묘목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뒷맛이 개운치는 않지만 “상추도 수입 씨앗으로 재배해 국내산으로 인정받는데, 두릅도 국내에서 재배했으니 국내산”이라는 이씨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래도 정직하게 ‘원목:중국산’ ‘생산지:가평’임을 상표에 밝히고 출하한다.
 
어쨌든 두릅 재배지를 찾아온 마당에 두릅 따기 체험을 빼놓을 수 없다. 방문객이 비닐집에 들어가 직접 두릅을 따서 싼값에 사갈 수 있다. 빌려주는 장갑을 끼고 두릅 순을 따는 재미가 쏠쏠하다. 150g 단위 소포장(두릅 9개 가량)의 경맷값이 보통 2000원 안팎에 결정되고 소맷값은 3000원선이 되는데, 이곳에서 직접 따면 100개를 2만원에 사갈 수 있다.
 
두릅 요리. 흔히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고추장·양념무침, 찹쌀가루 튀김, 전 등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가평임산물영농조합 (031)585-9942. 이병춘 조합장 011-379-3458.
가평/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가는길
01429232_20040309.jpg서울에서 춘천행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평검문소에서 현리 방향 37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6㎞쯤 가면 왼쪽 개울 건너로 대명유원지 플래카드가 보인다. 임초전원마을 팻말이 있는 삼거리(임초리 서대마을)에서 좌회전해 다리 건너 500m쯤 가다 세진빌라 앞에 차를 대면 된다.

■ 주변 볼거리

가까운 곳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고, 연하리에서 좌회전하면 10여분 거리에 몽골문화촌이 있다. 현리 윗삼거리 지나 우회전해 하판리쪽으로 맑은 물길을 따라 들어가면 운악산 현등사로 갈 수 있다. 신라 때 창건된 뒤 소실됐다가 고려 때 중건한 절이다.


 
 


 
가평 축령산 자락엔 수백그루 ‘고로쇠숲’   
지금은 지리산·소백산·조계산·백운산 등 전국 명산에서 고로쇠물이 나오는 시기다.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나오는데, 경칩(3월5일)을 전후한 보름 정도를 수액 채취의 적기로 친다. 가평 축령산 자락에서도 지금 고로쇠물 채취가 한창이다.
 
고로쇠물은 일교차가 큰 산간 습지대에서 나오는 것을 제일로 친다. 단맛과 향이 강하고 신선도가 오래 가기 때문이다. 가평 축령산 고로쇠작목반에서는 축령산 자락 해발 700m 도유림에서 자라는 수백 그루의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한다.
 
축령산 고로쇠작목반 안병락(50) 반장은 “엄격한 수액 채취 관리지침에 따라 고로쇠물을 받고 있다”며 “청결도와 순도에서 전적으로 믿고 마실 수 있는 고로쇠약수”라고 자랑했다. 가평군 상면 임초리 작목반에서는 9ℓ들이 한 통에 3만원, 18ℓ들이는 5만원에 판매한다. 택배주문도 가능하다. (031)585-8959.
 
가평/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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