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절정의 꽃동산 함께 걸어봐요 제철여행

부천 진달래·벚꽃·복숭아꽃 잇단 만개
규모 작지만 인접한 산에서 꽃잔치
여주 벚꽃 끝물 진달래는 개화 시작
강화 고려산은 진달래 산행 인기
인천대공원 벚꽃길도 걸어볼만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   이병학 선임기자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 이병학 선임기자

전 국토가 봄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어딜 가나 꽃길이다. 개나리·진달래·벚꽃은 꽃을 먼저 피운 뒤에 잎을 내미는 대표적인 봄꽃들이다. 이들 나뭇가지에 잎이 돋기 시작하면 복숭아꽃·배꽃·사과꽃·철쭉 등이 두서 없이 꽃 잔치를 펼친다. 봄꽃 개화에는 순서가 없어진 지 오래여서, 거의 모든 꽃이 동시다발로 피고 지는 곳이 많다. 따라서 봄꽃 감상 시기도 꽃과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난주 절정을 이룬 벚꽃 등 서울시내 봄꽃 군락지들은 미세먼지와 비바람을 동반한 꽃샘추위로 제빛을 잃은 느낌이다. 개화 시기도 예년보다 일렀다. 서울시내에서 봄꽃 감상 시기를 놓쳐 아쉽다면 인접한 수도권 꽃동산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멀지 않은 곳에 이번주부터 만개 시기를 맞는 곳이 적지 않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수도권의 봄꽃 나들이 코스를 소개한다. 봄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는 곳에선 대개 축제를 벌인다. 축제 행사에 참여할 게 아니라면, 축제 기간 전 평일에 다녀오는 게 좋다.

부천은 해마다 4월, 3색 봄꽃 축제를 벌이는 곳이다. 원미산 진달래, 도당산 벚꽃, 춘덕산 복숭아꽃이 주인공이다. 규모가 큰 군락지는 아니지만, 세 가지 꽃 무리를 비슷한 시기에 한 지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진달래는 이미 지난주부터 만개 시기를 맞았고, 벚꽃은 이번주가 절정이다. 복숭아꽃은 다음주쯤 제 세상을 만날 전망이다. 원미산 진달래축제와 도당산 벚꽃축제는 14~15일, 춘덕산 복숭아꽃축제는 22일에 열린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   이병학 선임기자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 이병학 선임기자

원미산은 해발 169m의 아담한 도심 속 동산으로, 원미동·춘의동 뒷산이다. 산 곳곳에 진달래가 피어나지만, 가장 밀집한 곳은 부천종합경기장과 원미도서관 사이 산자락이다. 부천활박물관·국궁장 옆길로 오르면 곧바로 ‘진달래동산’이다. 분홍빛 뭉게구름처럼 탐스럽게 피어난 진달래 무리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40여년 전 나무 몇 그루 없던 벌거숭이 산자락에 주민들이 진달래를 옮겨다 심기 시작하면서 이뤄진 꽃동산이다. 이번 주말까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에서 350m.

진달래동산 주변에도 벚나무가 많지만, 이른 개화로 이미 시들어가고 있다. 이웃한 도당산 벚꽃동산의 벚나무들은 이번주에도 볼만한 꽃 잔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걸어서 10여분이면 정상 부근까지 오를 수 있는 얕은 산인데, 입구에서 부천천문과학관 부근까지 굵직한 벚나무 120여그루가 도열해 꽃 터널을 이룬다. 천문과학관 옆 전망대에서의 시내 조망도 좋다. 부천천문과학관은 14, 15일 무료 태양 관측, 별자리 관측 행사를 진행한다. 14일 저녁 도당산 주변에선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전철 7호선 춘의역 7번 출구에서 370m.

부천 춘덕산 복숭아밭.    부천시 역곡1동사무소 제공
부천 춘덕산 복숭아밭. 부천시 역곡1동사무소 제공

부천은 본디 수도권에서 이름난 복숭아 산지였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소사 복숭아’는 ‘수원 딸기’ ‘안양 포도’와 함께 경기도의 3대 과일로 꼽혔다. 산업화와 함께 아파트단지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복숭아밭은 거의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 있다. ‘춘덕산 복숭아꽃축제’가 열리는 곳도 몇 안 남은 복숭아 과수원 중 한 곳이다. 원미산 동쪽 자락이다. 이 축제는 해마다 8월 초 송내동에서 벌어지는 ‘소사 복숭아축제’와 함께 전성기 ‘복사골 부천’의 추억을 되새기는 축제다. 복숭아나무 460여그루가 자라는 아담한 과수원이지만, 연분홍 복숭아꽃들의 화사한 자태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전철 7호선 까치울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여주에도 이번주 만개하는 봄꽃 군락지들이 있다. 흥천면 귀백리 사거리 주변에는 도로를 따라 벚나무가 즐비하다. 12~16일 ‘흥천 남한강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올해 벚꽃 개화가 일러 11일 현재 이미 만개한 상태지만, 이번 주말까지 일부 벚꽃터널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귀백 사거리에서 계신리 방향으로 1.4㎞ 구간의 벚꽃이 볼만하다. 축제기간 중 이 구간은 차량을 통제한다.

여주 흥천면 귀백리 벚꽃길.   흥천면사무소 제공
여주 흥천면 귀백리 벚꽃길. 흥천면사무소 제공

귀백리에서 10분가량 차를 달리면 영녕릉에 이른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한 능인 영릉(英陵), 효종대왕릉과 인선왕후릉인 영릉(寧陵)을 묶어 영녕릉이라 부른다.

세종릉 옆(서남쪽) 소나무숲에 봄마다 분홍 꽃동산을 이루는 곳이 있다. 이른바 ‘세종대왕릉 진달래 동산’이다. 평소 산불 예방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막지만, 해마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개방한다. 올해 개방 기간은 4월10~22일이다. 3㏊ 넓이의 20~50년생 소나무 숲에 진달래가 깔려 있다. 빽빽하게 우거진 모습은 아니지만 소나무 그늘 아래 드리운 꽃구름 사이를 거니는 느낌은 난다.

여주 세종대왕릉 옆 진달래동산.   세종대왕유적관리소 제공
여주 세종대왕릉 옆 진달래동산. 세종대왕유적관리소 제공

진달래 동산 진입로는 예년과 달라졌다.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세종릉 앞 경내 복원작업 때문에 세종릉 정문을 막았다. 대신 번도리 쪽에 임시주차장과 진달래동산 출입로를 새로 만들었다. 진달래동산과 세종릉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정자각 등 경내 문화재들은 만날 수 없지만 위쪽의 세종릉까지는 출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효종릉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효종릉~‘왕의 숲길’(길이 700m)~세종릉~진달래동산 코스로 둘러볼 수도 있다. 효종릉에서 진달래동산까지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이번주부터 절정을 맞는 대표적인 수도권의 봄꽃 군락지로 강화도 고려산도 빼놓을 수 없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진달래산이다. 산행을 겸한 봄꽃 감상 여행을 계획한다면 찾아가볼 만하다. 산 능선과 산자락을 덮은 진분홍 진달래밭이 매우 아름답다. 14~22일 ‘고려산 진달래축제’가 고인돌광장 등 고려산 일대에서 열린다. 역시 주말엔 매우 붐비므로 평일에 찾는 게 좋다.

인천의 대표적 봄 산책 코스인 인천대공원에서도 다양한 봄꽃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벚나무 1000여그루가 이번 주말 절정의 꽃 그늘을 이룰 전망이다.

부천 여주/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벚꽃 말고, 튤립 노래는 없나요?

전국 곳곳서 튤립 축제

4월은 튤립의 계절이기도 하다. 튤립은 백합목 백합과의 구근초로, 꽃말은 색깔에 따라 다르다. 빨간색은 사랑의 고백, 자주색은 영원한 사랑, 흰색은 실연, 노란색은 헛된 사랑, 보라색은 영원하지 않은 사랑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튤립 생산국인 네덜란드의 상징이 되었지만, 원산지는 터키라고 한다. 튤립은 ‘경제 거품’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최근 회자되기도 했다. 16세기 튤립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가격이 치솟았다. 비싼 튤립을 구하려는 사람이 늘수록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한때는 황소 수백 마리 가격으로 겨우 튤립 구근 수십개를 살 수 있었다고 하니, 튤립의 꽃말을 ‘거품’이나 ‘허무’로 바꿔도 무방할 판이다. 이 귀했던 매혹적인 꽃을 한자리에서 수십 가지 색깔로 부지기수로 만날 수 있는 튤립 축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에버랜드 튤립.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 튤립. 에버랜드 제공

△용인 에버랜드 튤립축제(4월29일까지)=튤립뿐 아니라 수선화·무스카리 등 모두 110종, 120만 송이의 봄꽃을 선보였다. 튤립축제 주 무대인 포시즌스 가든을 6개 테마 존으로 구성된 ‘매지컬 튤립 가든’으로 꾸몄다. 불꽃 모양을 닮은 10여종의 희귀한 튤립 품종도 만날 수 있다. 매일 밤 멀티미디어 불꽃쇼, 대형 퍼레이드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031)320-5000.

△태안 튤립꽃축제(4월19일~5월13일)=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공원. 총면적 11만㎡에 이르는 꽃 테마파크 ‘코리아 플라워파크’가 행사장이다. 2017년 세계 5대 튤립축제로 선정된 축제다. 구근 심어 튤립 화분 만들어 가기, 원예치료 체험, 동물 먹이주기 등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배변봉투를 가져오면 반려동물 입장도 가능하다. (041)675-5533.

△신안 튤립축제(4월22일까지)=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변 튤립공원 일대. 100만 송이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의 튤립 말고도 주변을 유채꽃 등 갖가지 꽃밭으로 꾸며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튤립 따기, 유채꽃밭 승마, 재래식 김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길이 12㎞에 이르는 광활한 모래밭을 자랑하는 대광해변 경관도 아름답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5.

△대구 이랜드 튤립축제(4월22일까지)=대구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와 83타워 일대에서 열린다. (053)620-0001.

제주 한림공원 튤립.   한림공원 제공
제주 한림공원 튤립. 한림공원 제공

△제주 한림공원 튤립축제(4월20일까지)=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 안 산야초원. 12종의 튤립 5만여 송이로 정원을 장식했다. 튤립·벚꽃·유채꽃을 이용한 봄꽃 비빔밥도 판매한다. (064)796-0001.

이병학 선임기자


봄이 온다 & 봄꽃 여행

‘봄이 온다’. 2018년 4월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 4월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쪽 예술단 공연의 부제목이다. 강산에·이선희·조용필·레드벨벳 등 남쪽 가수들의 공연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씨도 관람했다. 남과 북에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봄이 온다’ 공연과 더불어 봄꽃 찾아 떠나는 여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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