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업 장군, 조기의 신으로 등극하다
서해의 황금시대, 파시 ⑨ 조선 세종 때부터 조기는 연평도 특산물 해주만 연안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세 강물이 황해로 합류되는 지역이다. 강들에서 흘러온 토사가 형성한 얕은 모래갯벌과 풍부한 부유 물질은 조기떼에게 최적의 산란장을 제공했다. 연평 열도는 해주만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연평도, 소연평도, 미력리도, 갈리도, 장재도, 초마도 등이 연평 열도를 이룬다. 남에서 올라온 조기떼는 모두 연평 열도를 거처야 해주만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연평 바다 조기는 이동 중 살이 올라 칠산 바다의 조기보다 크고 기름졌다. 연평도 부근에...
동-서양·중세-현대 뒤섞여 걸음마다 문화유산
[길 따라 삶 따라] 우즈벡 부하라 유적지 불교·조로아스터교·이슬람교 차례로 ‘세례’ 2500년 역사 고색창연한 옛 정취 고스란히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 가는 길에 만난 당나귀가 끄는 수레.우즈베크에선 당나귀 수레를 흔히 볼 수 있다. 동서양 교역로이자 문명 교류 통로였던 비단길(실크로드). 6~14세기 중국의 시안(서안)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옛 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잇는 험난한 육로다. 대상들이 이 길을 주파하는 데 11개월이 걸렸다. 이 길엔 신라 고승 혜초와, 고구려 출신 당나라 무장으로 위용을 떨쳤던 고선지 장군, 중앙아시아와 교류했던...
“어업조합 전무하지 황해도지사 안 한다”
서해의 황금시대, 파시 ⑧ 평양 사람들은 통이 크고 서울 사람들은 쫌팽이 기계배·나일론 그물 등 기술의 축복이 재앙으로 연평 어장에서 여름이 시작되면 조기잡이는 파송 치고 선주와 선원들은 심을 댔다. 한철 어로가 끝나는 것이 ‘파송’이고 임금을 정산하는 것이 ‘심 대기’다. 조기잡이 배 선원들의 임금은 월급제가 아니라 ’짓 나누기‘였다.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짓 나누기다. 연평도의 풍선(風船) 안강망 배는 3:7제, 기계배는 4:6제였다. 안강망 배는 선주가 매출 이익의 7짓(7할)을 가져가고 나머지 3짓(3할)을 선원들이 나눠가졌다. 그물이나 조업에 필요...
옛 절터, 스러진 시간 속으로 마음산책
[길따라 삶따라] 여주~원주~충주로 남한강변 천년 세월 빈 들에 나뒹구는 보석들 가을걷이 신라, 고려 거쳐 조선초까지 하루에 시간여행 빛바래고 시든 것들, 떨어져 바람에 날리고 쌓인다. 쌓이고 뒹구는 게 나뭇잎만은 아니다. 무너지고 쓰러져 뒹구는 것들이 가을 하늘 아래 허다하다. 빈 들에 버려져 굴러다니는 것들을 만나러 간다. 망한 옛 절터, 폐사지(廢寺址)들이다. 천년 세월을 잡풀 우거진 들판에 눕고 앉고 쓰러져 나뒹구는 보석들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전 국토가 박물관'인 우리나라는 폐사지의 나라이기도 하다. 방방곡곡 3천여곳에 크고 작...
호랑이 장대깃발 오르면 현찰 박치기 흥정
서해의 황금시대, 파시 ⑦ 재주는 선주가 넘고 큰 돈은 상회주인이 챙겨 휘파람 불거나 칼·신발 바다 빠뜨리는 건 금기 파시 때면 어선뿐만 아니라 시선(柴船) 배와 상고선도 떴다. 땔감을 실어 나르는 배가 시선(柴船)이었다. 마포 나루에서 장작이나 식량, 생필품 등을 싣고 온 시선들이 물건을 조기와 맞바꿔 가기도 했다. 조기잡이 어장에서 어선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 배가 운반선인 상고선(商賈船)이다. 상고선은 짐배, 화식기 등의 이름으로도 불렸다. 뭍에서는 곡물을 실어오고 어장에서는 생선들을 운반했다. 상고선은 운반선이자 중간상이었다. 조기잡이 선단...
540년 오롯한 자연의 숨이 내 몸 깊숙이
[걷고 싶은 숲길] 포천 국립수목원(광릉숲) 맑으면 맑은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흠뻑 백두산 호랑이 반달가슴곰도 ‘어슬렁 어슬렁’ 비 오는 날 광릉 숲에 가서 젖었다. 흠뻑 젖은 숲 안으로 이어진 향기로운 흙길. 우산 쓴 연인들도 비옷 입은 부부들도 촉촉이 젖어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삼색의 물봉선, 흰 쑥부쟁이, 말라가는 서어나무 열매들은 저마다 빗방울을 달고 반짝이며 숲길을 밝혔다. 안개비 자욱한 숲으로 들어가던 20대 한 쌍이 마주보며 말했다. "비 오면 어때. 기분만 더 좋은데." "그래. 분위기 너무 좋다." 바짝 붙어 팔짱을 낀 그들...
“바다에 널린 조기…돈 실러 가세”
연평도 파시 ⑥ 일본서 온 안강망 그물, 아귀 닮은듯 물살 흐름 빠른 사리 때 기다려 조업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연평 바다로 돈 실러 가세 연평바다에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들이자 뱀자네 아즈마이 정성덕에 연평바다에 도장원 했네 나갈적엔 깃발로 나가고 들어올 적엔 꽃밭이 되었네 연평장군님 모셔 싣고 연평 바다로 돈실러 가세 (연평도 배치기 소리) 1904년경 나가사키지방 어선들 연평 진입 구한말 안강망(鮟鱇網) 어선이 도입된 이래 연평도에서는 1960년대 초까지도 조기잡이 어선은 안강망어선이 주류였다. 안강망은 물살이 빠른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