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터리인 내게 쨍하고 ‘볕든 날’들 

<9> 라파스에 무지개가 떴다 음치도 노래 불러 돈 벌어…한글 써주며 숙식 해결 바다도 없는데 해군이 있다? 그리고 웬 마녀 시장? 보통은 쿠스코를 떠나 푸노에서 티티카카 호수를 보고 가지만,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푸노가 아닌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에서 티티카카를 즐긴다. 흔히 티티카카를 하늘과 가장 가까운 호수라고 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배가 다닐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다. 티티카카는 잉카 이전시대인 티와나쿠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하늘호수는 어떤 풍경일까, 기대를 품고 도착한 코파카바나, 그곳에서 본 티티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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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백정’이래도 그걸로 묵고 살아야 했어요”

국내 포경사 ‘산증인’ 이승길씨 40년 고래 인생 장생포 최고 ‘포장’…21m 참고래도 사람이건 고래건 수컷이 ‘어수룩’ 죽은 암컷옆 배회 “옛날엔 밍크같은 건 아예 안 잡았어요. 장수경이는 많이 잡았지.” 장생포항 ‘최고 포장’으로 불렸던 이승길(80·울산 남구 장생포동)씨. 포장이란 포경선에서 대포로 작살을 쏘아 고래를 잡는 ‘포수’의 존칭이다. 밍크는 중형인 밍크고래, 장수경은 대형고래인 참고래를 말한다. 장생포에선 참고래가 ‘장수경’ 이씨는 장생포 포경업의 원로이자, 국내 현대 포경사의 산증인이다. 일제 때부터 포경선을 탄, 몇 안되는 생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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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기서 거기인 유적지, 가? 말어?

<8> 숙제 같은 마추픽추 산이 움직이고 하늘에 걸린 공중도시, 아! 사라진 잉카 황금사원 대지진 이후 드러나 이키토스를 출발해서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했다. 리마에서는 4박5일 동안 있으면서 딱히 한 일이 없다. 아마존에서의 피로 때문에 당시 새로 생긴 한인 민박 <지성이네서> 4박5일 동안 계속 뒹굴다 근처 스타벅스에 아이스카페라떼를 마시러 간 것밖에는. 리마를 떠나 작은 오아시스마을인 와카치나에서 샌드보딩을 하고 페루에서의 최종 목적지인 쿠스코로 향했다. 와카치나에서 쿠스코로 가는 빠른 길이 파업 때문에 막혀버려서 20시간 정도를 등받이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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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처럼 사라진 귀신고래 못 봤수?

미국 학자 1912년 울산에 와 연구, ‘한국계’ 명명 1천만원 현상금…유람선 등 테마관광 급물살 타 # 장면 1.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스필버그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다. 1912년 그가 동해안 포경업의 전진기지 울산 장생포항에 도착한다. 1년간 울산에 머물며 당시 ‘악마고래’라고도 불리던 귀신고래를 연구하고 돌아간다. 1914년 발표한 논문 ‘태평양 고래’에서 그는 동해안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영어명 Korean Gray Whale)라 명명한다. #장면 2. 지난달 25일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 3층 귀신고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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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팔지 않는 노대도의 진실

술집·술가게 추방됐지만 주민들이 술을 진탕 마시는 비결 술을 팔지 않는 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섬이 통영의 노대도다. 어떻게 술 없이 살 수 있을까. 종교 때문도 아니고 자발적 결의로 주민 모두가 술을 팔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니. 애주가인 나그네에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 아닌가. 나그네는 서둘러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노대도는 상·하 노대도 두 섬이 이마를 맞대고 있다. 상노대도 탄항마을에서 하선한 나그네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앞바다에 돛단배가 떠 있다. 아직도 저런 범선이 남아 있다니. 최삼열(78) 노인은 지금껏 범선으로 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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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큰새콤’ 초록융단, 동백아가씨도 싱숭생숭

여수 돌산도 전국민 혀 끝 사로잡은 돌산갓은 4모작까지 마늘·시금치도 봄맛…3월이면 온섬 붉게 타 갯내음이 코끝에 향기롭고 바람결은 이마에 간지럽다. 햇살이 섬마을 산자락을 콕콕 찔러, 밭이랑마다 아지랑이가 자욱하다. 이 나른한 들판을 매만져 다독이는 건 할머니·할아버지 손길이다. 투박한 손 끝에서 흙더미는 자지러지며 푸릇푸릇한 냉이·달래 내음을 내뿜는다. 남도 섬마을 들판은 이미 봄기운에 휩싸였다. 돌산도(突山島)는 여수반도 남쪽 한 끝에 방울처럼 달린 섬이다. 야경 수려한 돌산대교가 반도와 섬을 잇는 끈이다. 우리나라 3200여 섬 중 아홉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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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눈물 자국인 문명에 아마존 땀 ‘줄줄’

<7> 정글 속 대도시 휘황한 거리와 빈민촌 공존…이름 모를 약 ‘천국’ 자궁암 낫고 눈도 좋아진다는 ‘신의 음식’에 솔깃 아마존 속으로 보트를 타고 가는 여행. 그 울림은 낭만적이다. 하루 정도면 꽤 낭만적이겠지. 라구나스에서 페루의 아마존 도시 이키토스까지는 대략 2-3일이 걸린다. 이키토스는 페루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 속 대도시로, 육로로 갈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는데,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한다. 한동안 문명의 세계와 떨어져 있던 나로서는 빨리 도시에 가서 차가운 맥주를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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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