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느티나무 모든걸 알고 있다
[도심걷기여행] 원주 강원감영과 봉산천 강원감영에서 출발해 원동성당 거쳐 풍물시장까지 6km 강원도는 강릉·원주를 합친 이름이다. 경상도(경주·상주), 전라도(전주·나주), 충청도(충주·청주)도 그렇다. 조선초(1395년) 행정구역 개편때 강릉도·교주도를 합해 강원도를 만들고, 원주에 감영(도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관청)을 설치했다. 1895년까지 500년간 512명의 도 관찰사가 거쳐간 강원감영의 옛 모습 일부가 원주 일산동에 남아 있다. 감영에서 걷기 시작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주 옛 도심을 한 바퀴 돈다. 볼거리는 다소 뜸하지만 얘깃거리는 많다. 강원감영(江原監營) 뒷...
봄바람 불면 뽀얀 꽃 천국인 여인마을
서천 앵두마을 가루골 50~100년 묵은 200여 그루 하늘 뒤덮어 6월 초면 빨갛게 익어 온 마을이 발그레 산천 푸르고 햇살 나른한데, 길섶에 앉은 어르신은 하염없이 쑥을 뜯으신다. 천방산 신록 우거진 골짜기에서 떼구르르 굴러온 꾀꼬리 소리가 앵두나무 가지마다 알알이 맺혔다. 어르신은 해맑은 꾀꼬리·검은등뻐꾸기 소리보다 까마귀 울음을 먼저 듣는다. “까그매가 또 가자 어서 가자구 까악까악 하네.” “어디로요?” 여든여덟 구복희 할머니가 웃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어디 것슈우. 저승 가자는 게지.” 주름지고 햇살에 그을린 얼굴이지만 앵두처럼 고운 ...
새울음·바람소리도 꽃 웃음 피우는 산길
야생화 트레킹(2)-생태숲해설가 김부래씨와 함께 한 태백 가리골 풀·꽃·나무 한 포기 한 그루마다 그만의 이유 신성한 구멍폭포인 용혈에선 사철 물이 콸콸 김부래(69)씨는 태백시 생태숲 해설가다. 40년 넘게 강원도 산과 골을 구석구석 누벼온 오지산행 전문가이기도 하다(관련기사:맛있는 여행 ‘길에서 만난 사람’). 아무 꽃이나 나무를 척 가리키면, 그 내력이 줄줄 흘러나오는 김부래 ‘대장’(산악인들이 부르는 별명)을 따라 태백시 삼수동 가리골마을의 큰조릿골로 야생화 탐방을 다녀왔다. 평범한 산길을 걸었으나, 그가 보여준 길은 평범하지 않았다. 꽃과 나무 ...
수줍디 수줍은 눈웃음, 고와서 서럽다
야생화 트레킹 (1)지속가능한 즐기기 쥐오줌풀·별꽃·홀아비바람꽃·애기괭이눈… 이름조차 ‘날것’ 그대로, 태도 향도 아슴아슴 마침내 신록이 우거져, 거닐고 누릴 만한 숲을 이뤘다. 우거진 숲을 한결 아름답게 하는 밑바탕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이 깔려 있다. 노루귀·쥐오줌풀·미나리아재비·별꽃·벌깨덩굴·꿩의바람꽃·홀아비바람꽃·족도리풀·광대수염·애기괭이눈…. 이름 속에 보석 같은 우리 자연의 빛깔과 향기와 거기 깃들어 살아온 선인들의 마음이 다 들어 있다. 요즘 이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보고 또 눈 맞추기 위해 산으로 들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야생화 탐방...
어둠 이기는 문명 씨앗, 고향처럼 어머니처럼
용인 한국등잔박물관 뜻밖에도 산부인과 의사가 평생 모아 문열어 부엌·안방·사랑방 등, 생활용품과 함께 전시 ※ 용인 한국등잔박물관 주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 258-9. 주요전시물| 삼국시대~조선시대 등잔과 등잔대·촛대 300여점, 조선시대 부엌·안방·사랑방 등의 세간살이. 관람시간| 10시~18시(겨울엔 10~17시). 휴관일| 매주 월·화요일, 설날·추석. 관람료| 어른 4천원, 어린이 2천원. 전화번호| (031)334-0797. “아저씨,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담배 한 대 피워물고, 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무 때나 빌릴 수 있는 불, 누구든 아무한테나 옛...
찌걱산 거닐다 바람나겠네
세 물길 갈리는 태백 삼수령 넘어 마을의 봄 고산도시 태백. 한여름에도 모기가 없다는 동네다. 함백산·태백산·청옥산·백병산 등 고봉들이 늘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상저온 현상까지 겹쳐 올해 태백의 봄은 유난히 더디다. 5월 중순이 넘은 지금 개나리·진달래가 남아 있고 매화·벚꽃·배꽃이 한창이다. 개화가 20일 이상 늦었다. 예년 같으면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을 철쭉은 5월 말 축제를 앞두고 감감소식이다. 개화가 늦거나 말거나 한낮 들판 풍경은 곧바로 초여름을 향해 치닫고 있다. 태백 시내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연초록으로 새단장한 낙엽송·자작...
산보다 산 더 잘 알고 꽃보다 꽃 더 잘 안다
칠순의 오지산행가 김부래씨 40년간 강원도 뒤져 이름 붙인 산·골짜기 20여 곳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1주일에 2일 쉬고 5일 논다” “일주일 중에 딱 이틀만 쉬고, 닷새는 반드시 놀지요.” 69살의 ‘청년 산악인’인 김부래씨. 그는 태백시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환경감시단의 생태 모니터 요원이자, 숲 해설가다. 다달이 생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주말 이틀은 탐방객을 안내해 ‘야생화의 보물창고’인 대덕산·금대봉 일대에서 숲 해설을 한다. 산악인 동·식물학자들이 단골로 찾아 금대봉 자락 남한강 발원지 검룡소 안내소에서 그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