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움직이는 리조트 ‘여행 종결자’ 국외 여행기

 
 크루즈 ‘슈퍼스타 버고’호 싱가포르~르당섬 2박3일
 길이 268m 폭 32m에 13층 빌딩 크기, 객실 935개
 수영에서 마술·밴드공연·춤파티까지 20여 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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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는 리조트’로 불리는 크루즈선. 배에 숙식·오락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다, 숙소를 옮기지 않고 이곳저곳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방식이 크루즈 여행이다. 각국을 다 둘러본 여행 마니아들이 마지막으로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호화 여행이기도 하다. 여행을 할 만큼 했다면 나이도 지긋할 때여서, 한자리에서 편안하게 자고 먹고 쉬면서 여러 곳을 찾아다닐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2박3일 짧은 크루즈 체험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로 싱가포르에 도착해, 스타크루즈의 ‘슈퍼스타 버고’호를 타고 말레이시아 르당섬으로 이동해 스노클링을 즐기고 돌아오는 일정. 비록 맛만 살짝 보고 온 짤막한 크루즈 체험었으나, 진한 여운이 남는 여정이었다.
  
 첫날/ 20여 개 행사 빼곡, 입맛대로 골라 즐겨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차로 40분 달려 도착한 하버프런트 크루즈 선착장. 호화 유람선을 타려고 승선장에 늘어선 승객들은 모두 기대감에 부푼 표정이다. 인도·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가족부터 노부부까지 나이층도 다양하다.
 오후 4시30분, 발코니가 딸린 객실 카드인 ‘레드 카드’를 받아들고 통로를 통해 슈퍼스타 버고호의 7층 갑판으로 들어섰다. 선내 신분증 겸용인 객실 카드는 세 종류다. 최상급 객실인 스위트룸엔 ‘옐로 카드’, 발코니가 딸린 객실엔 ‘레드 카드’, 일반 객실엔 ‘블루 카드’를 준다. 배를 타고 내릴 때 제시해야 하고, 선내 각 매장에서도 요긴하게 쓰이는 카드다.
 곰 인형과 백설공주 등 만화 캐릭터 차림을 한 승무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갑판에 들어서자 배의 엄청난 규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슈퍼스타 버고(7만6800t)는 길이 268m, 폭 32m 크기에 13층 빌딩으로 이뤄진 대형 크루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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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개국 출신의 승무원들 중엔 한국인도 4명 있다. 7층 메인 로비에서 환영 칵테일을 들었다. 한국인 승무원 김경민(29)씨가 설명했다. “객실 수 935개에 최대 1870명이 탑니다. 1700여명의 승무원이 고객을 모시고요.”
 전망이 시원한 10층 발코니 객실에 여장을 풀고 배에서 매일 나눠 주는 ‘스타 내비게이터’를 펴보았다. 그날 있을 공연들과 춤파티 등 이벤트, 무료식당·유료식당, 시설 이용시간 안내 등을 빼곡하게 적은 소식지다. 마술쇼·밴드공연에 어린이를 위한 파티, 승무원과의 라인 댄스, 무료 초코케이크와 과자를 곁들인 심야 춤파티 등 각층 곳곳에서 벌어질 20여개 일정이 적혔다. 취향대로 골라 참가하면 된다.
 중식당 노블하우스에서 저녁을 먹고 나자 8시, 배가 르당섬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간의 떨림이 전해지지만, 배를 탔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움직임은 거의 없다. 밤 10시 8층 공연장 리도에서 마술쇼를 감상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가 야외 수영장 주변에 마련된 ‘초코 매드니스 파티’에 어울렸다. 사람들은 수영을 하거나 뷔페식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초코케이크와 과자를 먹으며 라이브 노래 공연을 감상하며 밤을 즐겼다. 이어 남녀 승무원들의 주도로 떠들썩한 춤파티가 벌어졌다. 승객들은 국적·피부색·나이를 가리지 않고 어울려 흔들고 웃고 벗어던지며 화끈한 춤판을 벌였다. 각국에서 여행 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 구성원이었다.
  
 둘쨋날 /다소 야한 ‘오직 어른을 위한 핫 스트립 파티’
 
 때묻지 않은 휴양섬 르당섬에 딸린 머린파크에 내려 스노클링을 즐기는 날.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서자 따가운 햇살 속에 짙푸른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 배는 시속 25노트의 속도로 남중국해 남단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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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을 찬찬히 살펴봤다. 가로 약 5m, 세로 2.5m, 천장 높이 2.1m 가량의 작은 객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트윈 침대에 탁자 둘, 의자 둘, 소파 하나, 아담한 ‘에이치디 티브이’(HD TV), 내선전화·옷장·헤어드라이기·실내복·화장대·전신거울·커피포트·찻잔·슬리퍼·재떨이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여유 베개·이불도 있고 발코니엔 의자 둘과 탁자가 놓였다. 인상적인 건 화장실이다. 그 좁은 공간이 세면실·샤워실·화장실로, 유리문까지 달린 별도의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세면도구 세트도 마련돼 있다.
 복도로 나서자 문에 오늘의 일정이 적힌 소식지가 꽂혀 있다. 오전 9시 중국식 뷔페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배의 시설을 둘러봤다. 스타크루즈 마케팅 담당 티나 시아(32)는 “슈퍼스타 버고호는 우리가 동남아 지역에서 운영하는 4척의 크루즈 중 가장 규모가 큰 모델”이라며 “중식·일식·인도식·이탈리아식 식당, 아시아식·양식 뷔페 등 9개의 대형 식당과 8개의 카페·바 등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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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루즈는 세계 크루즈 3대 선사 중 하나(자매회사 노르웨이언 크루즈 라인 포함)이자 동남아 최대 규모의 크루즈사로 17척의 크루즈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극장·회의실·도서실·컴퓨터실·사진갤러리·헬스클럽·미용실, 승무원만 출입 가능하다는 캐빈브리지(운전실) 등을 둘러보고 18실만 있는 스위트캐빈을 구경했다. 화장실이 딸린 침실, 월풀욕조와 화장실, 작은 바가 딸린 부엌, 푹신한 소파가 놓인 거실, 2개의 발코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정도면 신혼여행용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뒤쪽의 야외 어린이용 풀장을 거쳐 12층 성인 풀장으로 나섰다. 12층엔 갑판을 따라 조성된 275m 길이의 조깅 코스도 마련돼 있다. 배 갑판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 길이는 500m다.
a5.jpg 점심식사 뒤 마침내 머린파크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 동쪽 해안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섬이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닿은 르당섬에 딸린 작은 섬. 투명한 물과 산호 모래가 눈부시다. 산비탈에선 수십마리 원숭이 떼가, 물속에선 수백마리씩 몰려다니는 열대어 떼가 바글거린다. 사람들은 기분 좋게 스노클링을 즐긴 뒤 야자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쉬었다.
 4시간 뒤 배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이날의 주요 행사인 쇼 공연과, 다소 야한 ‘오직 어른을 위한 핫 스트립 파티’를 감상했다. 노출이 심한 건 아니고, 관중석의 손님들을 불러내 갖가지 야한 포즈를 취하도록 하며 웃음바다를 만드는 무대다. 맥주 한잔에 흥이 돋은 일부 승객들은 자정 넘도록 이어진 또다른 성인 쇼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카사노바 쇼’까지 즐긴 뒤 잠자리에 들었다.
  
 셋쨋날/마지막 점심 즐기며 휙 지나간 아쉬움
 
 마지막 날. 오후 1시30분이 하선 시각이다. 오전엔 12층에서 모자 장식 만들기 공예체험이, 13층에선 하우스키핑팀과 함께하는 타월 접기 시연이 벌어졌다. 예약한 어린이들은 10층 키즈클럽에서 배에서의 마지막 초콜릿 파티를 즐겼다.
 배는 은근한 진동 속에 싱가포르 크루즈 선착장을 향해 항해를 계속하고, 승객들은 아쉬움 속에 배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즐겼다. 젊은 연인도 노부부도 아이들도, 얼굴에서 너무 빨리 지나간 2박3일 일정을 아쉬워하는 표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슈퍼스타 버고호=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크루즈 여행쪽지
 
 2박3일 149만원부터
 
 ⊙ 싱가포르항공이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직항으로 매일 3회 이상 운항한다. 6시간30분 소요.
 ⊙ 하나투어·모두투어·한진관광에서 싱가포르항공편이 포함된 ‘스타크루즈 버고’호 2박3일 일정의 크루즈 여행 상품을 149만원부터(가장 낮은 객실인 인사이드캐빈 기준) 판매중이다. 금액은 2인1실 기준, 1인 요금. 오션뷰 객실은 여기에 1인 15만원 안팎, 발코니 객실엔 1인 30만원 안팎이 추가된다.(여행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음) 스타크루즈 한국사무소 (02)733-9033.
 ⊙ ‘슈퍼스타 버고’호 크루즈 2박3일 여행 뒤 싱가포르에서 귀국 항공편 출발시각까지 5~6시간가량 여유가 있다. 세계적 수준의 고급 호텔 4곳과 대형 쇼핑몰, 다양한 놀이·문화시설을 갖춘 통합리조트 ‘리조트 월드 센토사’를 둘러볼 만하다. 동남아지역 유일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26개의 연회장, 1600석의 페스티브 그랜드 극장이 있다.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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