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 모래밭 느낌표와 쉼표 같은 국외 여행기

2005년 8월25일자 기사 
 
타이 끄라비 라이레이 해안 
사람 때 덜 탄 아담한 휴양지 하루종일 일광욕·해수욕하다
야자나무 숲에 별이 쏟아지면 신혼부부의 사랑 엮어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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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진초록 바닷물이 흰 모래밭을 만나 속속들이 투명해진다. 물결에 몸 맡긴 연인도, 느리게 책장을 넘기는 노부부도 눈이 부셔 아무 말이 없다. 야자나무숲 그늘이 게으르게 길어지는 동안, 불평불만 한 점 없는 고요한 저녁이 온다. 바람과 물살과 연인들이 낮게 찰싹이며 해변의 밑그림이 되는 때는, 주홍빛 노을이 하늘을 덮을 무렵. 처녀들은 앞가슴을 여미고, 노부부는 책을 덮는다. 이윽고 하늘에서 잔치가, 떠들썩한 별들의 발광이 시작된다.
신혼여행철. 올가을 해외 신혼여행을 계획한 짝이라면 타이의 한적한 휴양지 끄라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경치 빼어난 해변과 울창한 숲속의 고급 리조트가 있고, 보트로 아름다운 섬무리를 둘러보며 스노클링·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깨끗한 해안이다. 바다 앞의 섬무리가 거센 물살을 막아줘 지진해일 피해가 적었다는 곳이다.
 
끄라비는 방콕 남쪽 800㎞ 지점의 깨끗하고 아담한 휴양지다. 서쪽 180㎞ 거리의 푸껫과, 남쪽 바다 100㎞ 지점의 피피섬 등 주변의 이름난 휴양지들에 눌려 유명세를 덜 타는 곳이다. 끄라비엔 아오낭 해변과 아오톤사이 해변 등 아름다운 해변이 줄지어 있다. 아오낭 해변이 외부에 더 알려졌지만, 아름답기로는 석회암 절벽 등이 빼어난 경관을 펼쳐보이는 라이레이 해안의 프라낭 해변을 더 쳐준다. 끄라비 중심가 남서쪽, 작은 반도가 고깔모자를 닮은 무인도들을 거느리고 남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세 개의 해변을 거느린 이 반도는 절벽과 숲으로 막혀 있어, 배를 타고 드나들어야 하는 ‘육지 속의 섬’이다.
 
Untitled-6 copy.jpg석회암 수직 절벽과 올망졸망 솟은 섬들이, 베트남 할롱베이 풍경의 한 부분을 닮았다. 반도의 동쪽에 남마오 해변, 서북쪽에 라이레이 해변, 서남쪽으로 프라낭동굴 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해변 길이는 1㎞ 이상 반달형으로 뻗어 있는 남마오가 가장 길지만, 펄이 섞인 해안이어서 끄라비 시내 쪽에서 오는, 보트나 나무배인 롱테일이 닿는 선착장으로만 이용된다. 해안 오른쪽 높이 70~80m쯤 되는 절벽은 암벽타기의 명소다.
 
해수욕을 하기엔 길이 500~600m 쯤 되는 라이레이 해변과 프라낭 해변이 적당하다. 완만하고 고운 모래밭과 기암절벽, 그리고 크고작은 섬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광욕·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이 두 해변에 널려 있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유럽인인데, 앞가슴을 드러낸 젊은 여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바위경관의 압권은 프라낭 해변 왼쪽 끝의 거대한 절벽이다. 올려다보기에도 아찔한 절벽에 고드름처럼 뻗어내려온 일종의 종유석들이 무수히 매달려 있다. 오랜 세월 파도에 파여 만들어진 작은 해식동굴엔, 이곳에서 한을 품고 죽었다는 처녀의 혼을 위로하는 제단이 있다. 처녀에게 바쳐진, 나무를 깎아 만든 거대한 남근 모형들이 제단 주변에 가득하다. 연인들은 이곳에서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빈다. 물이 빠진 뒤 절벽 밑으로 더 돌아가면 종유석들이 즐비한 해식동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절벽 꼭대기엔 분화구처럼 깊이 팬 바위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끄라비 해안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가파른 바위벽 틈새로 난 길을 기다시피 하며 올라야 하는 매우 험한 길이다.
 
세 개의 해안 사이엔 야자나무숲이 울창한데, 여기에 라야바디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로 지어진 2층 별장식 독채 건물 104채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래층은 거실, 2층은 침실인데 내부장식과 욕조, 시설들이 모두 고급스럽다. 일부는 개별 수영장을 갖췄다. 라이레이 해변 쪽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대형 풀장도 있다.
 
02655144_20050824.jpg남마오 해변 선착장에서 나무배인 롱테일이나 보트를 타면 쁘라낭 해변 앞바다에 보이는 10여개의 섬무리로 스노클링과 해수욕을 즐기는 한나절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까이섬(일명 닭섬)과 뽀다섬, 텁섬 등 섬들이 모여 제각기 눈부신 모래밭과 쪽빛 물살을 자랑한다. 닭섬은 닭 머리를 닮은 바위가 솟아 있어 붙은 이름으로, 나체족들이 많이 찾아 ‘누드 섬’으로도 불린다. 특히 아름다운 모래밭은 닭섬 옆의 텁섬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썰물 때면 흰 모래밭이 드러나며 세 개의 섬이 연결된다. 샤크 포인트는 스노클링을 즐기는 곳. 규모가 작긴 하지만, 산호들과 색색의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안내인이 준비한 빵을 뜯어 던지면 수백 마리의 돔 무리가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룬다.
 
해넘이와 노을 감상은 라이레이 해변과 프라낭 해변 두 곳이 다 좋다. 특히 프라낭 해변엔 작은 동굴 앞에서 해산물로 식사를 하며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야외식당을 비롯한 두 개의 식당이 마련돼 있다. 라야바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끄라비(타이)/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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