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달빛만 건지다 마침내 “옳지 곰치다!”

새벽 4시 배를 타다 장치에 가자미까지 딸려 와 기름값 빼고 짭짤 “뱃일 위험 엄척 줄어, 홍보 마이 돼야 장가나…” “곰치잡이는 일주일 만입니다. 그저 한 스무 마리만 건져 와도 좋겠네요.” 지난 14일 새벽 4시, 강릉 사천항. 해경에 출어 신고를 마치고 배에 오르며 3톤급 제천호 선장 장태공(35)씨가 말했다. 파고 0.5~1m, 물결 잔잔하고 달빛은 눈부셔 조업하기에 좋은 날씨다. 장씨는 전날까지 거의 매일 도루묵을 잡았다. 가끔씩 곰치(꼼치·물곰) 그물을 거두러 나간다. 최근 도루묵이 눈에 띄게 적어져, 깔아놓은 도루묵 그물을 놔두고 이날 곰치잡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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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돈다발 물고 다니던 연평도 파시

파시(12) 일제 때 연평도에는 상주하는 경찰이 없었지만 파시 때면 해주에서 임시로 경찰들이 파견 나왔다. 일본인 소장이 순사 3~4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순사들만으로 인원이 부족해 파시 기간 동안 임시직원을 썼다. 그들을 ‘대리 순사’라 했다. 순찰은 대체로 완장과 목검을 찬 대리 순사들 몫이었다. 하루도 사고가 없는 날이 없었다. 섬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큰 사고가 나면 해주로 무전을 쳤다. 경찰선이 바로 달려와 범인들을 싣고 갔다. 파시가 끝나면 순사들은 철수하고 다시 연평도는 구장(區長)을 비롯한 섬의 원로들과 주민들이 동규(洞規)에 따라 자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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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체험?, 예스러움 그대로 ‘푹 묵으시요잉!’

고택 돌담 등 온통 정원…두터운 세월 냄새 가득 ‘불편하고 성가신’ 유혹…‘민속촌 개발’에 뒤숭숭 강골마을 운영위원장 이정민(46)씨의 주장은 단호했다. “구석구석 선조의 숨결이 살아 있고, 손때가 남아 있는 전통마을입니다. 관광 수입을 내세워 상술이 판치고, 박제화 된 또 하나의 민속마을로 치장해선 안 됩니다.” 강골마을(오봉 4리)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의 전투를 앞두고 군량미를 확보했다는, 득량 땅 바닷가 인접 마을이다. 400년 전 광주 이씨가 들어와 살며 집성촌을 이룬 곳이다.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옛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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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강풍아 불지를 말아라

파시 (11)       소연평 꼭대기 실안개 돌고 우리 집 문턱엔 정든님 들고   돈 실러가세 돈 실러가세 연평 바다로 돈 실러가세   뱀자네 아주마이 인심이 좋아서 막뚱딸 길러서 화장이 줬다네   백년을 살자고 백년초를 심었더니 백년초가 아니라 이별초드라   바람아 강풍아 불지를 말아라 고기잡이 간 님 고생하네  (후렴) 니나 니나 깨노라라 아니 놀고 무엇할 소냐   <연평도 니나나 타령>     연평도 여자들은 뱃일 나간 남자들의 무사귀환과 풍어를 기다리며 물동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풍습이 있었다. 바가지 장단을 치며 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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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감춘 보물들 빽빽한 ‘천의 얼굴’

 [걷고 싶은 숲길] 제주 거문오름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던 ‘자연 그대로’  곳곳에 동굴…제주 근현대사 상흔 고스란히   거문오름 들머리는 억새밭을 지나 빽빽한 삼나무숲으로 이어진다. 삼나무는 1970년대 중반 심은 것이다.    제주도는 오름의 나라다. 오름이란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368개에 이르는 오름들이 한라산 주변에 깔려 있다. 세계 최대 화산섬으로 꼽히는 시칠리아 에트나섬의 기생화산 250여개를 훌쩍 넘어선다. 제주도민들에게 오름은 삶 자체였다. 오름 곁에서 태어나 오름 앞에서 살다가 오름 기슭에 묻혔다. 분화구들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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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놀음에 날 새는 줄 모르던 작사판 연평도

파시(10) 파시 철이면 술집 100개 작부만 500명 파시 때 연평도에는 요정이나 요릿집 같은 색주가만 100여 군데 이상이 생겼다. 한 집에 작부가 5명씩은 됐으니 줄잡아 500명이었다. 봄, 조기 파시 철이 돌아오면 연평도에 고깃배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이 상점과 색주가들이었다. 점포를 세내고 가건물을 짓고 상품을 늘어놓고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색주가에서는 술을 비축하고 안주를 장만하고 작부들을 구해오고 한철 장사 준비로 들썩였다. 장사꾼은 흑산도 위도 파시를 거처 오는 이들도 있었고 한몫 잡아볼 심산으로 인천 등지에서 처음 들어오는 이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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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객은 유적보다 골프 더 좋아해요”

우즈벡 관광가이드 이 마리나 고려인 4세로 한국철학 전공해 한국말 유창 “지금도 어머니가 집에서 된장 등 직접 담가” “한국 관광객들은 타슈켄트에 머물며 골프를 치다 돌아가는 분들이 많아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4세 관광가이드 이 마리나(23)씨. 그는 “유럽이나 일본 관광객들은 거의 사마르칸트·히바·부하라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를 둘러보러 오는 데 반해 한국인 여행자 중엔 그런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강제이주 고려인 3세인 어머니(57·이 넬리아)와 러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 마리나씨는 가이드 경력 2년의 사회 초년생. 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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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