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술’ 빚는 재미에 앉은뱅이 될라
전통주 체험여행 누룩향에 영혼마저 불콰 ‘오메, 단풍 들것네’ 구수한 입담까지 넣어 괴면 ‘한잔 먹새 그려’ 먹을거리 풍성한 가을 한복판이다. 한가위가 다가왔다. 새로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조상들께 올리며 감사드리는 날이다. 한가윗날 상차림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옛사람들은 일찌감치 술을 빚어 담가두고 때맞춰 익혀 제상에 올렸다. 약주도 빚고 소주도 내렸다. 지역마다 집안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며 전해오는 전통주들이 그것이다. 한가위에 즈음해 전통주를 직접 담가볼 수 있는 행사들이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
하느님이 1등만 살라했남?
죽은 갯벌 죽어라 파지만 죽지 못해 살아 기름 유출에, 태풍에…,“이거라도 해야…” 썰물의 시간이다. 선캡을 눌러 쓴 여자들은 서둘러 바지락을 캐러 나왔다. 오랜 세월 보령 삽시도 여자들은 바지락을 캐고 굴을 깨서 살아왔다. 하지만 요즈음은 갯벌을 파먹고 살기도 어려워졌다. 호미질을 해도 바지락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들도 너무 잘다. “죽을래 살래 해야 나오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삽시도 갯벌도 죽었었다. 이제 겨우 조금씩 살아나는 중이지만 아직 멀었다. “굴도 안 들고 조개도 많이 없어졌어요. 물 위에만 있지. ...
기차타고 자전거타고 덕만이 만나러 가자
열차-자전거여행 결합상품 인기 경주뿐 아니라 곡성·김제 코스모스길도 운행 예정 지하철에서도 휴대 가능…중앙선엔 ‘전용칸’ 마련 자전거 타기 좋은 철이 돌아왔다. 황금빛 들녘으로 선선한 바람 가르며 맘껏 페달을 밟아보고 싶어지는 때다. 예년과 다른 건 자전거 바람이 유례없이 뜨겁다는 점이다. 자전거 바람은 꾸준히 불어왔으나, 이번 바람은 하향식이란 것도 색다르다. 대통령부터 지방자치단체장까지, 4대강부터 논두렁길까지 자전거 얘기로 뜨겁다. 자전거회사 주식은 급등하고, 자전거보험이 다시 등장했다. 전국자전거도시협의회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친환경 교...
둑길 따라 그리움 흐르고 곳곳 곰 전설 자취
공주 공산성과 도심 걷기 백제와 조선 흔적 고스란히…인절미 탄생 비밀도 ‘빌 공’에 ‘술 주’, 일단 공짜 술 한 잔은 기본 예의 충남 공주 금강에 고마나루(곰나루)가 있다. 한자말로 웅진(熊津)이다. 금강(웅수)의 ‘금’, 공주의 ‘공’도 ‘곰’이 바뀐 말로 여겨진다. 금강변의 공산성(公山城)도 그렇다. 공산성이 백제의 고도(475~538년) 웅진성(熊津城)이다. 곰나루는 ‘금강변 연미산에 살던 암곰이 총각을 붙잡아 자식을 낳고 살았는데, 어느날 남자가 강을 건너 달아나자 암곰이 자식을 안고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전설’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질서정연’하게...
여근석이 여자들의 바람을 조장한다?
바다나 강, 호수 등의 물로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를 섬이라 한다. 그렇다면 유인도와 무인도는 어떻게 구분할까.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무인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모든 섬이 유인도는 아니다. 국제해양법은 섬에 두 가구 이상 거주하고 식수가 있고, 나무가 자라야 유인도라 인정한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섬은 유인도가 아니다. 식수와 나무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한 가구만 거주하는 섬을 유인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 타당하지 않은 듯한 이 규정은 사람살이(有人)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이기도 하다....
물처럼 바람처럼 오다가다 한잔에 정이 불콰
500원 잔술 막걸리집 용안집 풍경 40여 년간 집도 술도 사람도 시간이 멈춘 곳 주모도 어르신들도 선 채로, 혹은 앉은 채로 전북 군산에서 익산 거쳐 강경 가는 길. 23번 국도를 나와 익산시 용안면 용안사거리로 들어섰다. 길 옆에 앉은 한 무리의 어르신들께 차를 세우고 물었다. “여기 오래된 막걸리집이 있다면서요?” 불콰해진 얼굴로 보아, 낮부터 이미 한잔 걸치신 모습들이다. “막걸리? 막걸리 하면 여기지, 어디 또 있간.” 어르신들이 손짓, 눈짓으로 바로 옆 길모퉁이 허름한 집을 가리켰다. 간판도 없는, 가게 같지도 ...
몽환적 일몰, 외계인이 튀어나올 것같았다
<15화>아타카마 사막 돈 아끼려 사막도 걸어서 다녀왔는데 통장엔 ‘0원?’ 꿈이던 파타고니아 포기, 여행도 인생도 그런 거지… 볼리비아의 끝과 칠레가 시작되는 곳은, 돌이 널브러져 있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고 쭉 뻗은 아스팔트로 바뀌는 곳이었다. 남미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와 가장 부유한 나라의 끝과 시작. 똑같은 산을 바라보고 똑같은 흙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두 나라 사이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다. 이미 흠뻑 정이 들어버린 볼리비아를 등지고 덜컹거림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기분이 떫었다. 서울에서 살아온 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