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1등만 살라했남? 강제윤 시인의 섬 기행

   죽은 갯벌 죽어라 파지만 죽지 못해 살아
 기름 유출에, 태풍에…,“이거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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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물의 시간이다. 선캡을 눌러 쓴 여자들은 서둘러 바지락을 캐러 나왔다. 오랜 세월 보령 삽시도 여자들은 바지락을 캐고 굴을 깨서 살아왔다. 하지만 요즈음은 갯벌을 파먹고 살기도 어려워졌다. 호미질을 해도 바지락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들도 너무 잘다. “죽을래 살래 해야 나오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삽시도 갯벌도 죽었었다. 이제 겨우 조금씩 살아나는 중이지만 아직 멀었다. “굴도 안 들고 조개도 많이 없어졌어요. 물 위에만 있지. 물 아래는 돌팍 자체가 썩었어요. 기름 사고 나고는 조개 팔 곳이 없어졌소. 그전에는 30키로(㎏)도 팠는데 지금은 10키로도 어려워. 보상도 없어요. 그때 일한 품삯도 아직 다 안 줬어요.” 기름 유출 사고로 갯벌이 죽었지만 삽시도에는 삼성이나 정부에서 아무런 배상이 없다. “섬사람만 불쌍한 거요. 그런다고 데모를 하러 가나.”
 기름 사고가 났을 때 삽시도 해변도 온통 기름범벅이었다. 사고가 나던 해 12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주민들은 날마다 방제 작업을 다녔다. 몇푼 되지 않는 일당이었지만 그마저 일부만 나오고 내내 감감소식이다. 게다가 올해는 태풍까지 맞았다. 하지만 그 또한 피해 보상이 전혀 없다. “여긴 곤파스 태풍이 왔어도 시장이고 누구고 한 사람도 안 찾아 왔어요. (태풍이) 외연도만 뚝 떨어져 불었간요. 서산만 불었간요. 바람이 다 지나갔는디. 바람이 삽시도 지나야 서산까지 가는 거요. 거기는 특별재해 내리고.”
 서산과 외연도 사이에 있는 삽시도 주변의 섬들도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그런데 언론에 많이 보도된 외연도나 서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보상을 받았지만 삽시도 인근 섬들은 제외됐다. 점입가경. 태풍에 벼농사를 망쳐버렸는데 매상은 1등품만 받는단다. 태풍피해로 삽시도 논에서 나올 1등품 벼는 없다. “매상도 1등만 받는다 하요. 1등 벼가 있나, 없지. 농사짓는 사람 생각해서 그냥 받아줘야지. 1등이 됐건 2등이 됐건. 하느님이 1등만 살라 했남.”
 죽자고 노력을 해도 먹고살기 점점 어려워지는 세월이다. “먹고사는 것도 힘든디. 애들 갈칠라께 더 힘들제. 국민들이 새끼들이나 마찬가지니께 나라에서 거둬주고 보듬어주고 해야 살지. 느그들 알아서 살아라 하니 살 수가 있나. 섬사람들 못살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왜 나갈라고 하것어요. 요렇게 힘드니, 요렇게 살라하면 누가 애낳고 살라 하것나.” 기본적인 복지나 생활 보장도 없이 무조건 애만 낳으라는 정부에 대한 야유다. “우리도 나가야 되나. 나가도 뭘 할 줄 알아야지.” 그 또한 괜한 푸념이다. 나가면 반겨줄 곳이 어디 있으랴. “이거라도 해서 돈 벌어야 전화세도 내고 전기도 안 끊기지. 그리 사요.”

시인·<자발적 가난의 행복> 저자 bogil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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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