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고 생명이고 돈이며 또하나의 작은 금 박물관 기행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
건강여신 살루스와 봉급인 샐러리도 같은 어원
박물관 자체가 근대문화유산 등록된 소금창고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
 
주소| 전남 신안군 증도면 대초리 1648.
주요전시물| 소금과 인간, 천일염과 정제염, 자염 및 천일염 채취과정 등 소금 관련 자료와 영상물, 소금 채취도구 등.
관람시간| 09시~18시(17시30분까지 입장).
휴관일| 매주 수요일, 매월 1일. 매주 화요일은 2시까지 운영.
관람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전화번호| (061)275-0829.
홈페이지| www.sal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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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은 소금이다.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됐고, 바다의 본질은 소금이다. 소금과 생명체, 소금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소금은 밥이요 돈이요 금이며 생활이고 생명이다. 밥상머리에서 짜니 싱거우니 갑론을박 하기 전에 일단 소금 공부를 하러 가보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 소금이 짜기만 한 게 아니라 달고 쓰고 맛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소금박물관이다. 증도는 얼마전까지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지만, 최근  다리가 놓이면서 교통이 편리해졌다. 무안 해제반도~지도~사옥도를 거쳐 증도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다. 증도는 환경과 먹을거리 등에서 친환경적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에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수여하는 ‘슬로시티’로 인증된 섬이기도 하다.
 
 
소금보다 짭짤하게 관련 지식 챙겨올 수 있는 학습공간
 
실은, 소금박물관 자체만 보면 아주 소박하고 규모 작은 전시관이다. 전시물이라 해야 자료와 도표, 이야기, 영상물, 미니어처 재현물 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도의 소금박물관이 증도의 핵심 탐방지로 떠오르는 건, 주변에 거느린 숱한 소금 관련 볼거리·체험거리들이 박물관을 응원하고 성원하고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소금박물관 기행에선, 소금박물관뿐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소금 관련 체험공간인 소금동굴과 소금밭 체험장, 염생식물원, 국내 최대 넓이의 염전인 태평염전, 그리고 증도의 다른 볼거리들까지 함께 둘러본다.
 
소금박물관은 소금을 전시한 박물관이 아니다. 소금보다 짭짤하게 소금 관련 지식을 챙겨 돌아올 수 있는 학습공간이다. 단층 석조 건물인 박물관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옛 소금창고이기도 하다. 들어서면 왼쪽 공간에서 소금나무가 기다린다. 나무 뼈대를 만들고 소금을 반죽해 붙여 만든 나무다. 습기를 잘 조절해 반죽하면 소금만으로도 이런 조각작품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시물은 영상물과 일부 유물외엔 거의 벽에 붙은 설명자료들이다. 그러나 내용이 알차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맘모스 스텝. 홍적세부터 가장 최근의 빙하기까지 살았던 대형 포유류 맘모스는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따라 이동하며 살았다고 한다. 유럽·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고대 인류 또한 맘모스 사냥을 위해 이들을 따라 이동했기 때문에 이 코스를 맘모스 스텝이라 부른다. 생명체가 탄생한 바다와 소금,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소금 이야기를 거쳐 소금과 인류 이야기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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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감사보다 소금장수’ 등 속담 코너도

 
인간은 소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바닷물을 햇빛에 증발시켜 채취하는 천일염, 지각변동으로 바닷물이 갇혀 굳어진 고체 소금을 파내 얻는 암염, 소금기 있는 지하수를 증발시켜 채취하는 정염 등이 있다. 소금 든 진흙을 물로 씻어 증발시켜 얻기도 했고, 소금기 있는 호숫물을 끓여 얻기도 했다. 소금은 인류에게 고대부터 중요한 교환수단이었다. 우리의 경우 소금이란 용어 자체가 소금을 금처럼 귀하게 여긴 까닭에 ‘작은 금’이란 뜻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신하와 소금물, 그릇을 뜻하는 글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소금 ‘염(鹽)’ 자는 소금에 대한 국가권력의 지배를 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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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소금(SALT)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시작되었는데, 건강의 여신을 뜻하는 살루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 소금으로 급료를 받던 병사를 뜻하는 솔저 등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랑스대혁명(1789~1794)이 발생하게 된 이유도 소금 때문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국민에게 해마다 일정한 양의 소금을 강제로 사도록 했는데 그 값이 너무 비싸, 밀수가 횡행하고 단속이 강화되고 염세 징수 청부업자들의 횡포가 가속화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결과물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패한 것(소금 봉쇄)도, 인도 간디의 비폭력불복종운동에 수많은 민중들이 동참한 것(영국의 과도한 소금세에 반발)도 소금과 관련이 있었다.
 
소금과 관련된 동서양 인물들 이야기, 각 나라들의 소금 관련 제도와 정책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평양 감사보다 소금장수’(별볼일 없는 관리보다는 소금장수가 낫다), ‘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죄 지은 사람이 반드시 벌을 받는다) 등 소금 관련 속담 코너도 마련돼 있다. 그리고 소금이란 무엇인가, 소금은 어떻게 채취하는가 등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 설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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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엔 이로운 미네랄 성분이 88개 종이나
 
우리가 먹는 소금은 자연에서 얻은 천일염과 기계로 만든 정제염으로 나뉜다. 천일염은 칼슘·마그네슘·망간 등 몸에 이로운 88개종의 미네랄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제염은 인공적으로 나트륨과 염소만을 분리해 결합시켜 만든 염화나트륨이다. 이것을 오래 먹을 경우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바닷물엔 몇%의 소금이 함유돼 있을까. 평균 3%다. 그러면 우리가 먹는 보통 음식의 소금 함량은? 0.8∼1.2%다. 우리가 자주 먹는 국에는 1%, 찌개엔 2% 정도가 함유된다고 한다.
 
태평염전의 모습을 소금바닥에 비춰보여주는 영상물 솔트 스크린, 유리바닥 밑에 전시한 각종 소금 조각품을 보고 나면, 우리나라 전통적 소금 생산방식인 자염 만드는 과정, 근대에 시작된 천일염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자염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서 만든 소금을 말한다. 수많은 땔감과 노동력이 들어가 생산성이 낮았다. 우리나라에 바닷물을 건조시켜 소금을 채취하는 염전이 들어온 건 1907년이었다. 인천 주안염전이 최초의 염전이다. 증도엔 1948년 첫 염전이 들어섰고, 현재 단일 염전으론 국내 최대 규모(140만평)인 태평염전이 증도에 생긴 건 1953년이다. 
 
염전에서 이뤄지는 천일염 채취 과정을 알아보자. 먼저 수문을 열어 바닷물을 끌어들여 1차 저장시킨 뒤 수로를 통해 증발지로 보낸다. 1차 증발지에서 먼저 증발시킨 뒤 2차 증발지로 보내지는데, 염전 넓이의 대부분이 2차 증발지가 차지한다. 처음 1~3도였던 염분농도는 1차 증발지에서 3~8도로 높아지고, 2차 증발지에선 8~18도에 이르게 된다. 증발시키는 동안 비가 오면 뚜껑을 덮은 함수창고로 보내진다. 2차 증발지를 거친 바닷물은 마지막으로 소금을 채취하게 되는 결정지로 보내진다. 결정지에선 보통 햇빛 좋은 날 새벽 6시쯤 물을 공급받아 오후 4시 무렵부터 6시 사이에 채염을 하게 된다. 그날의 날씨와 결정지에 머무는 시간 등에 따라 소금의 굵기와 맛 등이 달라진다고 한다. 대파(소금을 긁어 모으는 나무 도구)를 이용해 물에 잠긴 소금을 모아 쌓은 뒤 삽으로 수레에 퍼담아 소금창고로 운반해 저장하게 된다. 박물관에선 소금 채취과정을 영상물을 통해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코너는 각국의 포장된 소금 상품 전시 공간이다. 세계 각지의 유명 소금과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제품이 전시돼 있다. 해설사가 오전 11~12시, 오후 3~4시 하루 2회 안내하며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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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밭체험과 소금동굴>
소금박물관 부근엔 소금 채취 과정을 체험해 볼수 있는 소금밭체험장(4~10월 운영)과,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 동굴 힐링센터’가 있어 들러볼 만하다. 소금밭 채취체험에선 수차돌리기·소금모으기·소금 운반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른 7000원, 어린이 6000원. 채취 소금 1㎏을 준다. 3일전 예약. (061)275-0879. 소금동굴은 벽과 바닥·천장이 소금으로 이뤄진 공간에서, 미세하게 뿜어진 항산화소금 입자를 호흡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다. 45분 가량 의자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게 된다. 기관지염·천식·피부염·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45분 체험에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061)261-2266. 소금과 갯벌에서 자라는 함초 등을 주제로 한 음식을 내는 식당도 있다. 염생식물원에선 함초·비비초·해당화 등 갯벌과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태평염전과 짱뚱어다리>
태평염전은 단일 규모론 국내 최대인 140만평에 넓이의 대규모 염전. 염전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1년에 1만5천여t의 소금을 생산한다. 체험도 좋지만, 3km에 걸쳐 도열한 66개의 소금창고 행렬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오후 4시 무렵 염전을 찾으면 소금을 채취하고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염전 너머로 떨어지는 해넘이도 장관이다. 증도엔 짱뚱어가 많이 사는 갯벌에 놓은 470여m 길이의 나무다리인 짱뚱어다리도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갯골을 물들이며 지는 석양이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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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해수욕장과 소나무숲길, 그리고 엘도라도 리조트>

증도에서 가장 긴 모래밭을 자랑하는 약 3km 길이의 해수욕장과 소나무숲 산책로를 찾아가도 좋다. 짚으로 만든 파라솔을 수십개 설치해 놓은 해수욕장 뒤쪽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다. 솔숲 안으로 들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이 숲길 끝에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는 증도의 명물이자, 국내 최고급 리조트 중 하나. 빌라형 30동과, 185개의 객실을 갖춘 엘도라도 리조트엔 야외수영장·해수사우나·찜질방·불가마한증막 등 시설이 마련돼 있다. 오메가 형의 해안 전망도 빼어나다. (061)260-3300. 리조트 옆엔 신안 일대의 갯벌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갯벌생태전시관도 있다. 갯벌에 사는 어패류의 습성과 먹이사슬 등을 동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증도(신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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