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에 맡긴 몸 ‘노곤히’ 풀리는 가을 길따라 삶따라

늦가을 웰빙 스파 여행
손발 끝까지 온기로 ‘짜릿’…마음도 ‘여유’ 찾아
미용·테라피 등 종류 다양…1만원~수십만원까지

 
 
물 위에 천천히 눕는다. 물에 몸을 맡기고 긴장을 푼다. 손발 끝에서부터 모서리진 마음의 끝까지 힘을 뺀다. 귀가 물에 잠기는 순간, 아련한 꿈속처럼 잔잔한 음악이 몸을 감싸온다. 따스한 물의 움직임, 선율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던져두고 눈을 감는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희미하게 밀려오는 요람의 느낌. 기분 좋은 졸음이 몰려온다.
 
물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수중 명상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물, 마사지, 명상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심신의 활력을 되찾는 이른바 웰빙 스파 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저녁 한기를 느낄 정도로 쌀쌀해진 요즘, 가을빛 한껏 물든 숲길 주변의 스파 시설을 찾아 생활 재충전을 꾀해볼 만하다.
 
쌀쌀한 날씨에 언 몸, 손발 끝까지 온기가 전해져
 
스파 라 스파018 copy.jpg스파 프로그램은 1990년대 말 주로 여성 피부 미용과 비만 관리를 위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각 리조트·테마파크·물놀이시설들의 필수 시설로 자리잡았다. 스파란, 물과 물의 온도, 부력과 수압을 이용해 인체를 자극함으로써 긴장을 풀고 심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물치료 시설을 말한다(대한스파협회 정의). 스파(SPA)의 어원은 라틴어의 ‘솔루스 파 아쿠아’(Solus Par Aqua, 물을 통한 건강)’에서 나왔다는 설, 18세기 벨기에의 광천수 휴양지 ‘스파우’(Spau)에서 비롯했다는 설 등이 있다.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스파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통 방식의 스파에 다양한 형식의 시설과 서비스를 접목시킨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형 스파로 일컬어지는, 피부관리를 중심으로 한 ‘데이 스파’, 민간 대체요법이나 자연요법을 활용한 ‘메디컬 스파’, 가족 여행이나 휴양을 중심으로 한 리조트 스파, 호텔 등의 피트니스클럽에서 제공하는 클럽스파 등이 그것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체류형 스파인 ‘데스티니 스파’도 국내에 선보인 지 오래다. 미용과 자연요법, 영양 공급 등을 결합시켜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1~2주일까지 한 장소에 머물며 처방과 서비스를 받는 형식의 스파다.
 
국내에서 스파란 용어는 기존 온천들이 시설을 보강해 스파란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서, 온천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리조트·워터파크·온천들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기본 물치료 시설에서부터 고급 맞춤 서비스를 갖춘 각종 테라피 시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스파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스파와 자연치유를 뜻하는 ‘테라피’를 결합시킨 스파 테라피 시설들이다. 심신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법으로는 물 외에도 음악, 향기, 소리, 색깔 등 다양한 소재가 활용된다. 물을 이용한 치료나 마사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식이요법과 운동·요가·명상 등으로 심신의 균형과 활력을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들도 많다. 기존의 주요 이용계층인 연인·부부 외에, 노인층 대상 프로그램이나, 임산부를 위한 미용·건강관리 프로그램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용위주에서 심신관리로…쉬려면 ‘제대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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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들이 늘어난 만큼 이용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여유로운 휴식과 건강 관리 프로그램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용 가격은 시설과 활용 재료,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만~2만원대의 단일 마사지 서비스(싱글형)에서부터, 수십만원을 넘어서는 코스형(패키지형·체류형)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스파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게 된 배경엔 주로 여성들의 피부 미용과 체형관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미용과 휴식을 결합한 심신 관리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추세다. 각박해진 도시생활에서 오는 심신 불안정, 강도가 높아진 스트레스 등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반영한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광주 곤지암리조트 ‘스파 라 스파’의 한세조 실장은 “최근 휴식과 오감 자극을 통한 자연치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 부부 고객층이 뚜렷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가을빛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리조트·워터파크들은 비수기를 맞았다. 색다른 스파를 찾아 한적한 분위기에서 특별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기회다. 스파 체험 전후로 가까운 숲을 찾아 단풍길·낙엽길도 거닐어 보자. 아내에게 남편에게 연인에게, 멋진 휴식이 곁들여진 가을 추억 한 다발 안겨주시길.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촬영협조 곤지암 리조트
 

◎ 가볼만한 전국 주요 리조트·워터파크 스파·테라피 프로그램들
 
가을이 아름다운 건 떠날 태세가 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잠시 미루고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아름답다. 부부·연인·친구끼리 늦가을 여행을 준비해 보자. 가을의 특별한 하루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워터파크·리조트들의 시설 좋은 스파를 찾는 것이다. 비수기여서 호젓한 분위기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프로그램도 이용 가격도 다양하다. 취향에 맞는 서비스나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예약은 필수다.
 
⊙ 광주 곤지암리조트 ‘스파 라 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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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스파’에서 3시간, 6시간, 12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인 체질 상담 뒤 전문가들의 안내로 물과 돌, 빛과 소리 등을 활용해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프로그램. 대표적인 것이 음악·소리, 빛과 색깔의 조절로 심신 안정을 꾀하는 테라피, 물에 뜬 채 태아적 양수 속 유영을 경험하는 수중·명상 테라피, 가열한 돌(현무암)과 허브약재를 활용해 찜질·마사지를 하는 스톤 테라피다. 재즈로빅·수중댄스·요가와 명상 테라피도 있다. 3천여권의 책이 전시된 휴게실에서 책을 읽으며 잠도 잘 수 있는 휴게실이 스파의 중심이다. 건강식 뷔페식당, 피부관리실, 건·습식 사우나도 이용할 수 있다. 상담·사우나·스킨케어·아쿠아테라피·스톤테라피·스파푸드·사우나 코스를 거치는 3시간짜리가 13만2천원. 통유리 돔형 풀과 야외 풀을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스파(주중 어른 3만800원)도 있다.
 
이색 프로그램 ㅣ 크리스털 싱잉 볼. 순도 99%의 수정으로 만든, 크고 작은 그릇들을 막대로 진동시켜 발생하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기게 된다. 뇌파 및 태아 때 듣는 소리와 파장이 비슷해 심신을 안정시킨다고 한다. (031)8026-5600.
가까운 숲길 ㅣ 리조트 초입부터 이어진 3.8㎞ 가량의 노고봉(574m) 산길을 걸을 수 있다. 단풍나무·전나무·밤나무 등이 우거진 2시간30분 코스. 리조트 생태하천 주변에도 1.7㎞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 남해 힐튼 남해리조트 ‘더 스파’
프리미엄 테라피 공간인 ‘오아시스’에서 탁 트인 남해바다 풍경과 스파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국내 골퍼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 개인 상담 뒤 딥마사지·골프컨디셔닝·페이셜트리트먼트 등 프로그램을 통해 밀크족욕·각질제거·전신마사지와 두피·손 테라피를 받게 된다. 부부·연인이 한 방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피부 관리에 프랑스의 고급 스파 브랜드 ‘빠이요’ 제품을 쓴다. 남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노천탕, 황토로 만든 핫존, 불가마 형식의 슈퍼 핫존, 자수정을 쓴 아이스존에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웰빙 스낵바도 갖췄다. 1시간30분 코스의 디럭스 컨디셔닝 15만4천원, 2시간짜리 남·녀 특별관리 테라피 19만8천원.
 
이색 프로그램 ㅣ 오아시사지(오아시스 마사지). 한국의 지압과 타이의 마사지를 결합해 만든 손기술로만 이뤄진 마사지 기술. 피부 상태를 진단한 뒤 따뜻한 오일을 몸에 붓고 전신을 마사지한다. 얼굴 테라피는 취향에 따라 강도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02)6742-1594.
가까운 숲길ㅣ 기암괴석과 탁월한 남해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남해도 금산(681m)이 리조트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금산 매표소에서 20분쯤 산길을 걸으면 3대 관음기도처로 꼽히는 보리암에 닿는다. 참나무류가 주종인 금산 단풍은 11월 중순 이후까지 이어진다.     
⊙ 덕산스파캐슬의 ‘천천향’
바이탈 테라피센터에서 유기농 천연재료로 한국식 테라피 마사지를 받는다. 싱글·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나눠 90분·120분·180분·1일·2일·3일 코스를 운영한다. 얼굴과 전신, 등·발·복부·얼굴 등 부위별 마사지를 선택할 수 있다. 커플 프로그램, 부모님을 위한 프로그램(인삼 추출물 바디 마사지+얼굴 마사지·90분·17만원)도 마련돼 있다. 오전 10시30분 이전 입장 예약의 경우 건강체크·발·등·머리 마사지 90분에 12만원. 천천향은 동남아의 테라피 마사지, 유럽의 물치료, 미국의 워터파크, 한국의 찜질 문화를 고루 즐길 수 있는 곳. 실내·노천 스파 등 스파시설만 7300여평에 이른다. 섭씨 49도의 덕산온천수를 쓴다. 천천향 입장료 어른 4만8천원, 어린이 3만원. 17시~21시 이용땐 40% 할인.
이색 프로그램 ㅣ 12월17일까지 천천향 이용, 바이탈 테라피센터의 20분 마사지(등과 어깨, 발 선택) 포함 2인 기준으로 9만9천원에 제공. (041)330-8200. 
가까운 숲길 ㅣ 차로 15분 거리에 가야산이 있다. 상가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남연군묘·석문봉·저수지 거쳐 남연군묘로 내려오는 코스(3시간30분 소요) 등이 있다.
 
⊙ 한화리조트 제주 테라피센터
유럽형 테라피 시설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곳. 2시간에 걸쳐 아쿠아토닉부터 스팀욕·레인샤워까지 4가지 시설을 차례로 체험하는 심신 활력 충전 코스다. 물폭포와 거품욕으로 근육을 푼 뒤 물에 누워 긴장을 푸는 ‘사운드 플로팅’을 거쳐 산소방에서 음악을 듣다가 따뜻한 건초더미에 누워 쉰다. 스팀욕·레인샤워를 한 뒤 야외정원에서 허브차를 마시며 마무리한다. 주중 4만5천원(투숙객 3만1천500원), 주말 5만원(투숙객 3만5천원).
 
이색 프로그램 ㅣ 아쿠아 토닉. 물의 수압과 빛, 소리를 이용해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4개의 구역으로 이뤄졌다. 특히 물속에서 아쿠아로빅으로 몸을 푼 뒤, 10여분간 물에 누워 명상에 잠기는 ‘사운드 플로팅’이 흥미롭다. 목과 다리에 튜브를 차고 물에 뜬 채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물속에서 들리는 음악에 젖는 코스다. (064)725-9000.         
가까운 숲길 ㅣ 편백나무숲이 울창한 절물휴양림과 억새로 이름난 분화구 산굼부리가 차로 각각 5~15분 거리에 있다. 30여분 정도 숲길·산길을 거닐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엘렉스룸
실내·외 파도풀, 유수풀을 갖춘 대형 워터파크 오션월드에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부위별 마사지를 해주는 단일 프로그램과 피부관리· 심신안정을 돕는 패키지 프로그램이 있다. 단일 마사지엔 거품 욕조에서 목과 어깨 근육을 푸는 워터 테라피(30분 3만원)에서부터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 전신 근육을 푸는 바디 테라피(80분 15만원)까지 10가지가 있다. 패키지 프로그램엔 피부 각질제거, 아로마 두피 마사지로 이뤄진 힐링 아로마(90분 17만원), 거품 욕조에서 연인이 함께 아로마·얼굴 마사지, 각질제거를 하는 소울 메이트(2시간 21만원) 등 7가지가 운영된다.
이색 프로그램 ㅣ 임신부나 산모를 위한 ‘포 프레그넌트’. 임산부의 심신 휴식과 영양 공급을 꾀하는 프로그램이다. 콜라겐 얼굴 마사지로 호르몬 불균형에 따른 피부 트러블을 막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몸의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힌다. 90분 15만원. (033)439-7030.
가까운 숲길ㅣ  비발디파크에서 올라 두릉산(594m)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코스에 따라 1시간20분~2시간이 걸린다. 등산로 입구 계곡 숲속엔 휴양시설·체력단련시설·구름다리·나무의자 등이 마련돼 있어 산을 오르지 않고도 가을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의 ‘DIY 뷰티존’
실내·외 파도풀, 유수풀, 실내 스파를 갖춘 대형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 아쿠아틱센터 4층. 각종 팩과 오일을 선택해 피부관리 등을 할 수 있다. 마스크 테라피(30분·에센스 양에 따라 5천~8천원), 숯·쑥·머드·콜라겐 등 원하는 재료를 골라 받는 모델링팩 테라피(30분·1만원), 슈퍼 릴랙스 캡슐 아로마 오일을 넣고 받는 전신 아로마 테라피(30분·1만8천원), 진흙 파라핀 전신 마사지(40~50분·3만~4만8천원) 등이 있다.
 
이색 프로그램 ㅣ  아쿠아틱센터 6층엔 별도의 릴랙스룸이 있다. 캡슐 안에 들어가 따뜻한 열기로 몸을 녹여 긴장을 푸는 슈퍼 릴랙스 캡슐을 30분 기준 1만4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혈액순환·피부보습 효과가 있다. 캐리비안베이 입장 뒤에 이용할 수 있다. (031)320-8963.
가까운 숲길ㅣ 호암호숫가에서 호수와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호수 주변에 ‘석인의 길’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있어 거닐 만하다. 에버랜드 정문에서 호암미술관까지 오전 10시~오후 4시 무료 왕복버스를 운행한다.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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