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 산행 뒤 온천서 몸 녹이고 바닷바람 쏴~ 길따라 삶따라
2008.12.04 16:33 너브내 Edit
울진 온천+트레킹
백암은 신라 때부터 치유로 유명한 유황온천
덕구는 국내 유일 자연용출, 원탕 2m 치솟아

울진은 멀다. 산 높고 골 깊은 경북 하고도 동해안이다. 고속도로도 타고 국도도 달려야 한다. 멀고 멀어서, 감동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겨울에 더 빛나는 초록 숲과 뜨거운 온천수, 푸르고 깨끗한 바다가 기다린다. 수질 좋은 온천이 두 곳 있고, 각 온천은 깊은 산속으로 이어진 멋진 숲길을 거느렸다. 온천에 이르는 길은 바닷가로 이어진다. 자녀 동반 가족여행지로 좋고, 연인과 함께 떠나는 장거리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다. 가볍게 산행을 즐긴 뒤 온천물에 피로를 풀고, 달아오른 몸을 바닷바람에 식히는 여정이다.
▷백암폭포-백암온천
백암산은 울진군과 영양군 사이에 솟은 높이 1004m의 산이다. 정상 주위는 바윗자락과 급사면이지만, 백암온천 쪽 중산간 기슭은 소나무들이 빽빽한 완만한 오솔길이어서 부담 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온정리 백암온천지구 관광안내소 앞 네거리에서 성류파크관광호텔 쪽으로 올라 태백온천모텔 옆길로 좌회전해 오르면 주차할 터가 나온다. 산불감시·등산통제소에서 출입대장에 신원을 기록하고 오르면 곧바로 낙엽 깔린 평탄한 숲길이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8㎞, 왕복 4~5시간 걸리는 본격 등산길이다. 그러나 4㎞ 거리에 있는 백암폭포까지는 완만한 오솔길, 1시간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물길도 없는 짧은 산길이지만 솔향 진동하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나무숲은 오를수록 빽빽해지고, 솔잎 깔린 산길은 걸을수록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대개 지름 20㎝ 안팎의 소나무들이지만, 곳곳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진한 솔향을 내뿜으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큰 소나무 밑동에선 커다란 ‘V’자형 홈을 볼 수 있다. 송진 채취 흔적들이다.
정상은 8㎞, 왕복 4~5시간…폭포까지는 오솔길 따라 1시간40분
백암폭포 골짜기가 가까워지면 바위 무리가 자주 보인다. 흰 밧줄을 따라 바윗길을 오르면 이른바 백암폭포가 나타난다. 말이 폭포지 물이 말라 수량은 아주 적다. 가로로 겹겹이 층을 이룬 거대한 바위절벽(높이 40m)에 가는 물줄기들이 간신히 걸려 있다. 폭포 밑 소는 물이 말랐고, 바로 윗단 폭포 밑에 고인 물엔 낙엽이 두툼하게 덮였다. 물은 적어도 소리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산행객들이 쌓은 작은 돌탑들 사이로, 물소리에 섞여 불어오는 바람소리 새소리가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폭포 앞에서 가파른 산길을 1시간40여분 타면 ‘흰바위’를 거쳐 정상에 이른다. 백암산이란 이름은, 햇빛을 받으면 희게 빛난다는 ‘흰바위’에서 비롯했다. 정상 북서쪽 자락엔 신선계곡(선시골)이 선구리 쪽으로 펼쳐진다.
백암산 산불감시요원 한용웅(65)씨는 “신선계곡은 훼손되지 않은 깊은 골짜기”라며 “정상에서 신선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해 다니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암온천은 신라시대 한 스님이 이곳에서 솟는 물로 환자들을 씻겨 치료했던 데서 시작됐다는 유서 깊은 온천이다. 수온이 섭씨 50도에 이르는 유황온천이다. 관절염, 외상 후유증,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 덕구계곡-덕구온천
덕구온천에서 온천수가 솟구치는 ‘원탕’에 이르는 4㎞의 덕구계곡. 암반을 따라 고이고 흘러넘치는 깨끗한 물길과 완만하게 굽이치는 숲길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다. 삼척·울진 경계의 응봉산(매봉산·999m) 동쪽 자락의 수려한 골짜기다. 울진 북면 부구리 앞바다로 드는 부구천의 최상류다. 용소폭포가 있어 용소골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가물어 수량은 많지 않다.
이 골짜기엔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들을 본떠 만든 13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미국의 금문교, 독일의 라인크니교, 영국의 포스교, 한국의 서강대교 등의 100분의 1 축소판이다. 몇 해 전 태풍 루사로 골짜기의 다리들이 모두 떠내려간 뒤 새로 놓은 다리들이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다소 어색한 모습들이지만, 자녀를 데려온 탐방객들은 안내판의 다리 설명을 함께 읽으며 걸어 오른다.
수량은 적어도, 물 고인 곳마다 솔잎·가랑잎들이 떨어져 흐르고 쌓여 계곡은 온통 가을빛이다. 선녀탕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용소폭포 주변 경치가 볼 만하다. 라인크니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를 따라 이어진 작은 소와 물굽이들이 용이 몸틀임을 하며 지나간 모습이다. 수백년 동안 승천하지 못하던 이무기가 매봉산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세계 유명 다리 본뜬 13개 다리 볼만…온천수 마시고 족욕도 가능
용소폭포에서 50분쯤 맑은 공기 쐬며 더 오르면 신선샘 지나, 더운 김을 뿜으며 솟구치는 원탕을 만난다. 해발 500m 지점이다. 2m 정도 높이로 치솟는 뜨거운 온천물을 바가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옆엔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족욕탕도 있다. 물 건너의 작은 건물은 매봉산 여산신령을 모신 산신각이다. 계곡 바윗자락엔 홍수로 휩쓸려내려간 옛 노천탕의 흔적도 남아 있다. 원탕에서 1시간 남짓 더 오르면 매봉산 정상.
매일 아침 7시(12~2월, 봄~가을엔 매일 아침 6시30분) 덕구온천호텔 로비에 모이면, 누구나 해설가의 안내로 진행되는 덕구계곡 원탕 아침산행에 참가할 수 있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다. 섭씨 42.6도의 온천수가 매일 4000t씩 뿜어져 나온다. 중탄산나트륨·칼슘·마그네슘을 많이 함유한 약알칼리성 온천으로, 신경통·관절염·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600년 전 사냥꾼이 상처 입은 멧돼지를 쫓던 중, 계곡 물에 몸을 씻은 멧돼지가 활기를 찾고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살펴본 끝에 자연용출 온천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울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백암은 신라 때부터 치유로 유명한 유황온천
덕구는 국내 유일 자연용출, 원탕 2m 치솟아

울진은 멀다. 산 높고 골 깊은 경북 하고도 동해안이다. 고속도로도 타고 국도도 달려야 한다. 멀고 멀어서, 감동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겨울에 더 빛나는 초록 숲과 뜨거운 온천수, 푸르고 깨끗한 바다가 기다린다. 수질 좋은 온천이 두 곳 있고, 각 온천은 깊은 산속으로 이어진 멋진 숲길을 거느렸다. 온천에 이르는 길은 바닷가로 이어진다. 자녀 동반 가족여행지로 좋고, 연인과 함께 떠나는 장거리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다. 가볍게 산행을 즐긴 뒤 온천물에 피로를 풀고, 달아오른 몸을 바닷바람에 식히는 여정이다.
▷백암폭포-백암온천
백암산은 울진군과 영양군 사이에 솟은 높이 1004m의 산이다. 정상 주위는 바윗자락과 급사면이지만, 백암온천 쪽 중산간 기슭은 소나무들이 빽빽한 완만한 오솔길이어서 부담 없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온정리 백암온천지구 관광안내소 앞 네거리에서 성류파크관광호텔 쪽으로 올라 태백온천모텔 옆길로 좌회전해 오르면 주차할 터가 나온다. 산불감시·등산통제소에서 출입대장에 신원을 기록하고 오르면 곧바로 낙엽 깔린 평탄한 숲길이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8㎞, 왕복 4~5시간 걸리는 본격 등산길이다. 그러나 4㎞ 거리에 있는 백암폭포까지는 완만한 오솔길, 1시간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물길도 없는 짧은 산길이지만 솔향 진동하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나무숲은 오를수록 빽빽해지고, 솔잎 깔린 산길은 걸을수록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대개 지름 20㎝ 안팎의 소나무들이지만, 곳곳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진한 솔향을 내뿜으며 키 자랑을 하고 있다. 큰 소나무 밑동에선 커다란 ‘V’자형 홈을 볼 수 있다. 송진 채취 흔적들이다.
정상은 8㎞, 왕복 4~5시간…폭포까지는 오솔길 따라 1시간40분
백암폭포 골짜기가 가까워지면 바위 무리가 자주 보인다. 흰 밧줄을 따라 바윗길을 오르면 이른바 백암폭포가 나타난다. 말이 폭포지 물이 말라 수량은 아주 적다. 가로로 겹겹이 층을 이룬 거대한 바위절벽(높이 40m)에 가는 물줄기들이 간신히 걸려 있다. 폭포 밑 소는 물이 말랐고, 바로 윗단 폭포 밑에 고인 물엔 낙엽이 두툼하게 덮였다. 물은 적어도 소리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산행객들이 쌓은 작은 돌탑들 사이로, 물소리에 섞여 불어오는 바람소리 새소리가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폭포 앞에서 가파른 산길을 1시간40여분 타면 ‘흰바위’를 거쳐 정상에 이른다. 백암산이란 이름은, 햇빛을 받으면 희게 빛난다는 ‘흰바위’에서 비롯했다. 정상 북서쪽 자락엔 신선계곡(선시골)이 선구리 쪽으로 펼쳐진다.

백암산 산불감시요원 한용웅(65)씨는 “신선계곡은 훼손되지 않은 깊은 골짜기”라며 “정상에서 신선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해 다니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백암온천은 신라시대 한 스님이 이곳에서 솟는 물로 환자들을 씻겨 치료했던 데서 시작됐다는 유서 깊은 온천이다. 수온이 섭씨 50도에 이르는 유황온천이다. 관절염, 외상 후유증,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 덕구계곡-덕구온천
덕구온천에서 온천수가 솟구치는 ‘원탕’에 이르는 4㎞의 덕구계곡. 암반을 따라 고이고 흘러넘치는 깨끗한 물길과 완만하게 굽이치는 숲길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다. 삼척·울진 경계의 응봉산(매봉산·999m) 동쪽 자락의 수려한 골짜기다. 울진 북면 부구리 앞바다로 드는 부구천의 최상류다. 용소폭포가 있어 용소골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가물어 수량은 많지 않다.이 골짜기엔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들을 본떠 만든 13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미국의 금문교, 독일의 라인크니교, 영국의 포스교, 한국의 서강대교 등의 100분의 1 축소판이다. 몇 해 전 태풍 루사로 골짜기의 다리들이 모두 떠내려간 뒤 새로 놓은 다리들이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다소 어색한 모습들이지만, 자녀를 데려온 탐방객들은 안내판의 다리 설명을 함께 읽으며 걸어 오른다.
수량은 적어도, 물 고인 곳마다 솔잎·가랑잎들이 떨어져 흐르고 쌓여 계곡은 온통 가을빛이다. 선녀탕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용소폭포 주변 경치가 볼 만하다. 라인크니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를 따라 이어진 작은 소와 물굽이들이 용이 몸틀임을 하며 지나간 모습이다. 수백년 동안 승천하지 못하던 이무기가 매봉산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세계 유명 다리 본뜬 13개 다리 볼만…온천수 마시고 족욕도 가능
용소폭포에서 50분쯤 맑은 공기 쐬며 더 오르면 신선샘 지나, 더운 김을 뿜으며 솟구치는 원탕을 만난다. 해발 500m 지점이다. 2m 정도 높이로 치솟는 뜨거운 온천물을 바가지로 받아 마실 수 있다. 옆엔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족욕탕도 있다. 물 건너의 작은 건물은 매봉산 여산신령을 모신 산신각이다. 계곡 바윗자락엔 홍수로 휩쓸려내려간 옛 노천탕의 흔적도 남아 있다. 원탕에서 1시간 남짓 더 오르면 매봉산 정상.매일 아침 7시(12~2월, 봄~가을엔 매일 아침 6시30분) 덕구온천호텔 로비에 모이면, 누구나 해설가의 안내로 진행되는 덕구계곡 원탕 아침산행에 참가할 수 있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다. 섭씨 42.6도의 온천수가 매일 4000t씩 뿜어져 나온다. 중탄산나트륨·칼슘·마그네슘을 많이 함유한 약알칼리성 온천으로, 신경통·관절염·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600년 전 사냥꾼이 상처 입은 멧돼지를 쫓던 중, 계곡 물에 몸을 씻은 멧돼지가 활기를 찾고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살펴본 끝에 자연용출 온천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울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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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바닷가의 망양정(근남면 산포리)·월송정(평해읍 월송리)은 조선시대 관동팔경으로 꼽혔던 정자들이다. 비록 놓인 자리도 옛 위치가 아니고 건물도 옛것은 아니지만, 옛사람들이 누렸던 정취의 한 자락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월송정은 주변에 매우 아름다운 소나무숲을 거느리고 있어 돋보인다. 고려 때 처음 지어 중건을 거듭하다 일제 강점기 때 철거됐던 정자로, 지금 건물은 1980년 고려 양식을 본떠 새로 지었다. 월송정이 본디 있던 자리는 현 위치 뒤쪽 논 건너 예식장 자리였다. 당시엔 정자 주변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월송정은 ‘물 위의 연꽃 형상’이었다고 한다. 월송정 문화해설사의 말씀. “1933년까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왜놈들이 옆에 해군부대를 설치하면서 ‘적 전투기의 표적이 된다’는 이유로 철거해 버렸지.” 망양정은 기성면 현종산 자락에 있던 것을 185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해산물 음식값은 대체로 비싼 편. 울진의 큰 항구는 죽변항과 후포항이다. 어판장 주변에 대게와 활어를 파는 횟집이 즐비하다. 대게잡이가 12월1일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대게의 제맛을 보기엔 아직 이르다. 속이 덜 찬 물게가 대부분이다. 대게 속살이 꽉 차는 시기는 2월부터 4월이다. 후포항 막바지 방파제 옆 골목 안의 동심식당(054-788-2588)은 28년째 전복죽을 해 온 전복죽 전문식당이다. 옆의 등대식당(054-788-2556)도 전복죽 전문. 후포면 삼율리 면사무소 옆 골목의 빙그레식당(054-788-3136)은 허름한 보리밥 전문식당이지만, 싱싱한 퉁수맑은탕을 그날그날 내는 집으로 주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퉁수는 아귀 새끼를 닮은 바닷고기. 전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근남면 산포리 망양정회집(054-783-0430)은 해물칼국수를 푸짐하게 내는 곳. 근남면 노음리 성류굴 들머리길 옆의 성유식당(054-783-5358)은 대게칼국수를 내는 집이다. 근남면 진복리 바닷가 해오름식당(054-783-0300)은 물곰탕을 한다. 토종닭·전복·송이버섯 등을 한데 끓인 ‘해천탕’도 낸다. 울진군청 앞 네거리 시장통의 허름한 칼국수식당(054-782-2323)은 조미료를 안 쓴 가자미회국수를 낸다.
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