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일간 17개국 1만7천500㎞, 세계동포 만났다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1차 여행을 마치며
아메리카·호주 구간은 미리 공부해 더욱 재미있게
하루하루 스릴과 모험, 뜻 같이 할 동료 합류 바라
 
 
세계일주트랙.jpg
▲ 자전거여행 경로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병학의 맛있는 여행이 ‘여행가 마당’ 란에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글로 이 여행기를 일단 마무리짓습니다.
 
매주 한번 꼴로 여행기가 실리는 동안, 자전거 마니아분들을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마침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자전거 열풍 속에서 정종호씨의 ‘자전거 단독 세계일주’ 여행은 한결 도드라져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5월1일 경기 남양주시를 출발해 3년 계획의 자전거 세계일주에 나섰던 정종호씨가 최근 아프리카 말라위를 끝으로, 일단 여행을 중단하고 귀국했습니다.
 
정씨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지구촌의 한 일원으로서 느낀 점이 많았다”면서 “일단 여행을 중단한 뒤 조만간 재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몸과 마음의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하지만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준비과정을 거쳐 곧 재출발을 추진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1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정종호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정씨가 수많은 역경을 헤치며 땀흘려 질주한 길과 그 길에서 알아내고 느끼고 챙긴 여행기와 사진들은, 새롭게 자전거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매우 요긴하고 실속있는 정보창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씨가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한층 새로워진 몸과 마음으로 나머지 구간 여행에 도전할 것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다음은 1차 여행을 마친 정종호씨와 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었지만…
 
- 그간의 여정을 기록의 면에서 간단히 정리해 달라
= 지난 1년 동안 아시아(중국·카자흐스탄), 유럽(터키·불가리아 등 9개국), 아프리카(모로코·모리타니아 등 6개국)까지 17개국 1만7천500㎞를 311일간(2008.5.1~2009.3.11) 자전거로 주행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56.27㎞(=17500㎞/311일)였다. 1년간 타이어 펑크가 2번 있었고, 앞뒤 타이어 교체는 4회였다. 튜브 펑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숙박은 대부분 호텔 등을 이용했지만 민박집에서 잔 것도 15번이나 된다. 야영은 8번이다. 이밖에 카페에서도 잤고(4회), 파출소에서도 잤다(1회).
 
- 3년 계획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그리고 출발 전과 비교해 다르고 어려웠던 일은?
= 자전거 여행은 하루하루가 쉬운 날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가 멈출 정도의 맞바람 지대를 통과할 때, 무더운 사막지역을 지나면서 물이 떨어졌을 때, 터키의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발에 동상이 걸렸을 때 등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매일 접하는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돈을 달라고 하며 수십 미터를 따라오던 아이들, 심지어 벌레를 잡아먹는 어린이를 보면서 마음이 안쓰러웠고 나의 자전거 여행이 이곳에서는 사치라고 판단돼 귀국을 결정했다.
 
Untitled-3 copy.jpg

 
작은 것도 나눠주고 대가 없이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인간애 느껴
 
- 보람있던 일, 잊을 수 없는 사건도 있었을 텐데
Untitled-1 copy.jpg= 중국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연탄집 주인에게 길을 물어보았는데, 그가 국수를 삶아주고 꿀물·마늘 등을 싸주었던 일, 장애인 가족이 닭 한마리 있는 닭장의 계란으로 계란수프를 끓여 주던 일은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계산하려고 하자 돈을 안받았던 주인도 기억에 남는다. 또 모로코에서 저녁에 도착한 마을에 호텔이 없어 난처해 있을 때 내 팔을 끌고 집으로 데려가, 가족들과 함께 나를 융숭하게 대접하며 이틀을 머물게 한 주민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내가 떠나던 날에도 비바람이 불자 택시를 타고 따라와서 날씨가 안 좋다며 다시 집으로 데려갔었고 그래서 3일을 그의 집에서 더 머물렀었다. 그리고 사하라를 지날 때 맞바람이 불면 늘 앞장서 바람막이를 해주던 독일인 라이더가 나중에는 지쳐서 잘 달리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던 일도 떠오른다. 나는 그들에게서 인간애를 느꼈다.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 귀국 뒤 가정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나?
= 공항에서 마중 나온 집사람을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싶었으나 실행하지 못하였다.
 
늘 배 고픈 여행, 먹는 데 돈 아끼지 마라
 
-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어떻게 나머지 구간 여행할 계획인가?
= 남은 남북 아메리카와 호주 구간은 사전에 언어 숙지, 지역 공부를 하여 좀더 재미있는 여행이 되도록 할 작정이다. 뜻을 같이하는 라이더가 있으면 한두명이 합류해 주기를 바란다. 세계일주는 개인의 경비 부담이 많은 여행이다. 뜻있는 스폰서가 경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 이런 조건이 된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것이다.
 
-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자전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스릴과 모험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 지구를 둘러보는 일은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기에 당연히 해볼 만한 일이다. 자전거 여행자는 늘 배가 고프다. 먹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건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Untitled-2 copy.jpg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Leave Comments


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