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일간 17개국 1만7천500㎞, 세계동포 만났다 정종호의 자전거 세계일주
2009.06.04 10:27 너브내 Edit
1차 여행을 마치며
아메리카·호주 구간은 미리 공부해 더욱 재미있게
하루하루 스릴과 모험, 뜻 같이 할 동료 합류 바라
▲ 자전거여행 경로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1차 여행을 마친 정종호씨와 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었지만…
- 그간의 여정을 기록의 면에서 간단히 정리해 달라
= 지난 1년 동안 아시아(중국·카자흐스탄), 유럽(터키·불가리아 등 9개국), 아프리카(모로코·모리타니아 등 6개국)까지 17개국 1만7천500㎞를 311일간(2008.5.1~2009.3.11) 자전거로 주행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56.27㎞(=17500㎞/311일)였다. 1년간 타이어 펑크가 2번 있었고, 앞뒤 타이어 교체는 4회였다. 튜브 펑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숙박은 대부분 호텔 등을 이용했지만 민박집에서 잔 것도 15번이나 된다. 야영은 8번이다. 이밖에 카페에서도 잤고(4회), 파출소에서도 잤다(1회).
- 3년 계획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그리고 출발 전과 비교해 다르고 어려웠던 일은?
= 자전거 여행은 하루하루가 쉬운 날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가 멈출 정도의 맞바람 지대를 통과할 때, 무더운 사막지역을 지나면서 물이 떨어졌을 때, 터키의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발에 동상이 걸렸을 때 등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매일 접하는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돈을 달라고 하며 수십 미터를 따라오던 아이들, 심지어 벌레를 잡아먹는 어린이를 보면서 마음이 안쓰러웠고 나의 자전거 여행이 이곳에서는 사치라고 판단돼 귀국을 결정했다.
작은 것도 나눠주고 대가 없이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인간애 느껴
- 보람있던 일, 잊을 수 없는 사건도 있었을 텐데
= 중국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연탄집 주인에게 길을 물어보았는데, 그가 국수를 삶아주고 꿀물·마늘 등을 싸주었던 일, 장애인 가족이 닭 한마리 있는 닭장의 계란으로 계란수프를 끓여 주던 일은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계산하려고 하자 돈을 안받았던 주인도 기억에 남는다. 또 모로코에서 저녁에 도착한 마을에 호텔이 없어 난처해 있을 때 내 팔을 끌고 집으로 데려가, 가족들과 함께 나를 융숭하게 대접하며 이틀을 머물게 한 주민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내가 떠나던 날에도 비바람이 불자 택시를 타고 따라와서 날씨가 안 좋다며 다시 집으로 데려갔었고 그래서 3일을 그의 집에서 더 머물렀었다. 그리고 사하라를 지날 때 맞바람이 불면 늘 앞장서 바람막이를 해주던 독일인 라이더가 나중에는 지쳐서 잘 달리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던 일도 떠오른다. 나는 그들에게서 인간애를 느꼈다.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 귀국 뒤 가정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나?
= 공항에서 마중 나온 집사람을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싶었으나 실행하지 못하였다.
늘 배 고픈 여행, 먹는 데 돈 아끼지 마라
-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어떻게 나머지 구간 여행할 계획인가?
= 남은 남북 아메리카와 호주 구간은 사전에 언어 숙지, 지역 공부를 하여 좀더 재미있는 여행이 되도록 할 작정이다. 뜻을 같이하는 라이더가 있으면 한두명이 합류해 주기를 바란다. 세계일주는 개인의 경비 부담이 많은 여행이다. 뜻있는 스폰서가 경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 이런 조건이 된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것이다.
-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자전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스릴과 모험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 지구를 둘러보는 일은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기에 당연히 해볼 만한 일이다. 자전거 여행자는 늘 배가 고프다. 먹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건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아메리카·호주 구간은 미리 공부해 더욱 재미있게
하루하루 스릴과 모험, 뜻 같이 할 동료 합류 바라
▲ 자전거여행 경로 (※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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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차 여행을 마친 정종호씨와 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었지만…
- 그간의 여정을 기록의 면에서 간단히 정리해 달라
= 지난 1년 동안 아시아(중국·카자흐스탄), 유럽(터키·불가리아 등 9개국), 아프리카(모로코·모리타니아 등 6개국)까지 17개국 1만7천500㎞를 311일간(2008.5.1~2009.3.11) 자전거로 주행했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56.27㎞(=17500㎞/311일)였다. 1년간 타이어 펑크가 2번 있었고, 앞뒤 타이어 교체는 4회였다. 튜브 펑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숙박은 대부분 호텔 등을 이용했지만 민박집에서 잔 것도 15번이나 된다. 야영은 8번이다. 이밖에 카페에서도 잤고(4회), 파출소에서도 잤다(1회).
- 3년 계획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그리고 출발 전과 비교해 다르고 어려웠던 일은?
= 자전거 여행은 하루하루가 쉬운 날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가 멈출 정도의 맞바람 지대를 통과할 때, 무더운 사막지역을 지나면서 물이 떨어졌을 때, 터키의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발에 동상이 걸렸을 때 등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육체적인 어려움은 차라리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매일 접하는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돈을 달라고 하며 수십 미터를 따라오던 아이들, 심지어 벌레를 잡아먹는 어린이를 보면서 마음이 안쓰러웠고 나의 자전거 여행이 이곳에서는 사치라고 판단돼 귀국을 결정했다.
작은 것도 나눠주고 대가 없이 친절한 사람들에게서 인간애 느껴
- 보람있던 일, 잊을 수 없는 사건도 있었을 텐데
= 중국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연탄집 주인에게 길을 물어보았는데, 그가 국수를 삶아주고 꿀물·마늘 등을 싸주었던 일, 장애인 가족이 닭 한마리 있는 닭장의 계란으로 계란수프를 끓여 주던 일은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계산하려고 하자 돈을 안받았던 주인도 기억에 남는다. 또 모로코에서 저녁에 도착한 마을에 호텔이 없어 난처해 있을 때 내 팔을 끌고 집으로 데려가, 가족들과 함께 나를 융숭하게 대접하며 이틀을 머물게 한 주민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내가 떠나던 날에도 비바람이 불자 택시를 타고 따라와서 날씨가 안 좋다며 다시 집으로 데려갔었고 그래서 3일을 그의 집에서 더 머물렀었다. 그리고 사하라를 지날 때 맞바람이 불면 늘 앞장서 바람막이를 해주던 독일인 라이더가 나중에는 지쳐서 잘 달리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던 일도 떠오른다. 나는 그들에게서 인간애를 느꼈다.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 귀국 뒤 가정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나?
= 공항에서 마중 나온 집사람을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싶었으나 실행하지 못하였다.
늘 배 고픈 여행, 먹는 데 돈 아끼지 마라
-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어떻게 나머지 구간 여행할 계획인가?
= 남은 남북 아메리카와 호주 구간은 사전에 언어 숙지, 지역 공부를 하여 좀더 재미있는 여행이 되도록 할 작정이다. 뜻을 같이하는 라이더가 있으면 한두명이 합류해 주기를 바란다. 세계일주는 개인의 경비 부담이 많은 여행이다. 뜻있는 스폰서가 경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 이런 조건이 된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것이다.
-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자전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스릴과 모험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태어난 이 지구를 둘러보는 일은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기에 당연히 해볼 만한 일이다. 자전거 여행자는 늘 배가 고프다. 먹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건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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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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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한 장도 거르지 않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중간중간에 태클의 글도 올렸지만 시기심으로 치부해도 좋을, 뜻은 없는 시기나 질투였습니다. 차분한 글도 읽기에 좋았습니다. 잠시 접은 꿈이라면 그 불씨는 어쩔 수 없는 숙명과 같다는, 미련과 후회없이 죽음을 떳떳하게 맞이할 수 있는 꿈의 나래를 펴라는~~ ㅠㅠㅠ 가슴에 닿는 좋은 글도 꽤 많았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돈의 환율을 우리돈으로 계산해 줬지만 전반부에서는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또한 중앙아시아에서 카페나 호텔에서 잘 때 돈관리와 자전거 관리가 너무 궁금했는데 전혀 언급이 없더군요. 고가의 자전거나 기타 물품을 관리하는 대목은 단 한 번도 언급이 없다니... 후반부에서 그나마 호텔 발코니에서 밥해먹는 줄 알았으니 (자신의 준비는 철저히 한 줄 몰라도 글을 읽는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거의 빠뜨렸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중간중간에 태글의 댓글을 올렸지요~^^) 황열예방접종카드? 노란딱지도 뜽금없이 언급되어서 미리 한국에서 사전준비했다는 걸 언급이 없었어요. 기타 등등 꼭 무슨 노하우니 공짜로 알으켜 줄 수 없다는 양 ㅠㅠㅠ 아프리카에서 현지인이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하니 선뜻 따라나서는 대목에서 염려나 두려움은 없었는지... (물론 나중에 그들에게 감격스러울 정도 대접을 받았지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고요. 고맙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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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천만원을 훨 넘겼을 경비를 보니 ... (나는 여행이 끝날 때 쯤 1천만원 정도 손에 쥐어야 하는데...) 내가 준비하는 여행과는 거리가 많은 여행이군요. 나는 무조건 1개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3개월을 살다가 다른 국가로 옮기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난 영어를 아예 못하니 가장 처음 나라가 미국이 될테고 미국에서는 10개월을 굴러다니면서 영어를 배워서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이 될테니 님과는 다른 케이스가 되겠군요. 물론 내 짐도 배낭에 텐트와 침랑과 버너 말고는 다 거추장스럽겠지요. 옷? 잠바와 티샤츠 그리고 바지는 청바지 하나. 내가 생각해도 멋지다...(치솔은 있어야겠다...소금하고..) 내 땅을 둘러보러 다니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두려우랴 ?--라는 님의 글이 참 멋있었어요. 지구 전체를 내 손아귀에 움켜지고 감성의 포효를 ? 뭐밍? 기본적인 상비약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등등.. 님의 글에서 구체적으로 배울 건 한개도 없었다면 섭섭할랍니까? 자꾸만 님의 글에서 아쉬움이 남아 투정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