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뻔한 볼거리들’의 재발견 길따라 삶따라

[길따라 삶따라]

 

탁 틘 시티투어 2층버스 “비행기 탄 것 같아요”
공연 보고 식사 즐기고, 6가지 테마 한강 유람


 

2174_untitled-5_copy.jpg


 
나들이 포인트

 

여가와 휴식을 위해 꼭 멀리 떠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살펴보면 사는 지역 주변이나 멀지 않은 곳에 볼거리·즐길거리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들을 편하게 둘러보는 방법도 있지요. 전국 도시 44곳에는 지자체들이 마련한 시티투어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코스별로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있어 편리합니다. 서울에도 있습니다. 고궁·시장·전통거리·박물관 등 대표적인 볼거리를 묶은 다양한 코스가 운행됩니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면 공연을 관람하며 강변 경치를 구경하고 강바람도 쐴 수 있습니다. 저물녘 남산타워나 63빌딩에 오르면 눈부신 서울 야경이 기다립니다. 
 

 

‘서울 사람들이 서울을 더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고궁 한번 둘러보지 않고 십년 이십년씩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이 있다. 남산에 가본 게 초등학교 이후로 전무하다는 이들도 많다. 바쁜 일상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 뻔한 곳들이라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5대 고궁이 왜 유명한지, 남산이 왜 서울의 중심 산인지, 가보지 않고는 모른다. 가정의 달 5월, 그 ‘뻔한 볼거리들’을 재발견하는 가족나들이 계획을 세워볼 만하다.

 

안내원 설명곁들여 1시간 30분 서울시티투어버스 타고 시내·고궁나들이

 

1610_untitled-3_copy.jpg


“와 높다. 비행기를 탄 것 같아요.”

 

지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청계천·고궁을 순환하는 버스 2층에 오른 어린이들이 환호성을 질러 댔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2층짜리 버스 2대를 도입해 고궁과 청계천 주변, 인사동 등 시내의 주요 볼거리들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높이 4m의 버스 2층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에 쾌적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어 어린이들과 노인층이 선호한다. 자리마다 헤드폰이 있어 한국어·영어·중국어·일어 등으로 관광지 음성안내가 서비스된다. 아래층에 있는 두 대의 노트북 컴퓨터로는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정보 검색도 할 수 있다.

 

“저 다리가 수표교입니다. 청계천 수심을 재는 표지가 있던 다리였죠.” 함께 탄 안내원이 차창 밖 볼거리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차는 청계천과 황학동 풍물시장·대학로를 지나 창경궁·창덕궁·인사동·역사박물관·농업박물관을 거쳐 다시 광화문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내리지 않고 돌면 1시간30분 걸린다. 2대가 1시간 간격으로 교대로 지나므로, 원하는 곳에 내려 둘러본 뒤 매 정시에 내렸던 곳에 오면 다시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다.

 

7751_untitled-7_copy.jpg


초등생·유치원생인 두 자녀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부산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는 박태운(41·부산 화명동)씨는 “서울의 대표적인 볼거리를 하루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시티투어 버스의 장점인 듯하다”며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티투어 버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연 8만여명의 이용객 중 40%가 외국인들이라고 한다. 시티투어버스 개설 초기인 2000년부터 일하고 있다는 2층 버스 기사 박성구(51)씨는 “외국인들은 2층 버스에 익숙해서인지 단층 버스를 주로 탄다”며 “국내 어린이들이나 노인을 동반한 가족들이 주로 2층 버스를 이용 한다”고 말했다.

 

2층 버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7차례 광화문을 출발하는 청계천·고궁 코스(주말엔 청계천 차 없는 거리 시행으로 을지로로 우회함)와 오후 8시에 광화문을 출발해 마포~여의도~강변북로~반포대표~올림픽도로~남산~청계천을 승하차 없이 도는 야경코스(1시간30분 걸림) 2가지가 운행된다. 예약 없이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표를 판다. 좌석 지정은 없다.

 

기존의 단층 시티투어버스는 컨벤션·남산 코스, 도심순환 코스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저녁 8시엔 서울 야경코스(남산 N서울타워에서 1회 정차)를 운행한다.

 

요금은 1층 버스 1일권 1만원(고교생 이하 8천원), 야경코스 5천원(3천원). 2층 버스는 1일권 1만2천원(8천원), 야경코스 1만원(6천원). 서울시티투어버스(02)777-6090.
  

7650_untitled-4_copy.jpg


해적선은 아이들 세상, 라이브유람선은 연인들 제격

 

복잡하고 답답한 거대도시 서울에서 한강은 청량제 구실을 하는 존재다. 숨 막힐 듯한 도심 거리를 벗어나, 탁 트인 한강변 풍경을 감상하며 뱃놀이를 해보는 것도 멀리 떠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이다.

 

한강엔 8개의 선착장을 갖추고 모두 6대의 유람선이 운항하고 있다.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라 공연도 즐기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여유로운 휴식공간이다. 승객 승선인원 160~170명의 유람선 6척을 각각 테마가 있는 유람선으로 꾸며 운항한다.

  

2554_untitled-6_copy.jpg


플라워 유람선은 1층 바깥을 개나리 등 봄꽃 조화로 꾸미고 2층 내부엔 각종 민물고기 수족관들을 설치하고 야생화를 심어 놓았다. 해적선은 배 안팎을 해적선 모습으로 꾸민 배다. 갑판엔 해적 옷차림의 마네킹과 대포 따위를 설치했고 좌석마다 해골 무늬를 그려 넣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람선이다. 라이브유람선은 저녁 7시30분에 여의도를 출발해 통기타 가수의 노래공연을 즐기며 1시간30분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배다. 주몽테마 유람선도 있다. 인기 드라마 ‘주몽’에서 이름을 따온 이 배에선 고구려 관련 유적 사진전 등이 열린다. 야간 뷔페 유람선은 저녁 식사로 한·중·일·양식과 퓨전요리 60여 가지를 뷔페로 즐기며 한강 야경을 감상하는 유람선이다. 밸리 댄스와 외국인 가수들의 팝송 공연이 벌어진다.

 

한강 유람선 홍보팀 김정희씨는 “여름엔 유람선에서 곤충체험전이 준비돼 있고, 가을엔 풀벌레체험 유람선을 운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착장은 여의나루·잠실·뚝섬·양화·서울의 숲·잠두봉·상암·선유도선착장 등 8곳이 있으나, 이용자 수 증감에 따라 일부 선착장은 승하선 여부를 조정한다. 주로 이용되는 선착장은 여의나루를 비롯해 잠실·양화·뚝섬선착장 등이다. 그날의 날씨와 이용객 등을 고려해 매일 운항횟수가 조정된다. 여의나루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밤섬과 한강분수 등을 다녀오는 1시간짜리 코스와 잠실·서울의 숲 등으로 가는 코스를 하루 평균 6~8회 운항한다. 요금은 1시간 코스는 어른 9900원, 어린이 4950원, 1시간30분 코스는 어른 1만4600원, 어린이 7300원. (주)C&한강랜드 (02)3271-6900.

 

불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서울의 밤 한눈에

 

야경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서울의 볼거리 중 하나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서울의 밤은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며 매일 밤 '불빛의 축제'를 펼친다. 서울에서 시내 야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두 곳이 꼽힌다. 63빌딩 전망대와 남산 N서울타워 전망대다.   
 

4863_untitled-8_copy.jpg


 

63빌딩의 60층에 자리 잡은 해발 264m의 전망대 '63스카이덱'은 쾌청한 날 낮이면 인천 앞바다까지 눈에 잡힐 정도의 시계를 자랑한다. 밤이면 빌딩 바로 곁을 흐르는 한강과 불빛으로 치장한 다리들이 그림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서쪽으론 국회의사당과 마포대교·서강대교·월드컵경기장·가양대교 등의 불빛들이 펼쳐지고, 동쪽으론 한강철교·한강대교·동작대교·반포대교 등의 다리들이 이어진다. 가까이엔 강물에 뜬 유람선 불빛이, 멀리론 남산의 서울타워가 한눈에 잡힌다. 전망대엔 디지털망원경 2대를 비롯한 20~25배율짜리 12대의 망원경도 설치돼 있다.

 

스카이덱으로 오르는 전망엘리베이터를 타면 1분20초 동안 고도에 따라 바뀌는 서울의 야경을 즐기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러브 엘리베이터’ 상품(핫핑크 패키지, 와인·요리 포함 2인 6만5천원)도 마련돼 있다. 63스카이덱 이용료 9천원, 63씨월드(수족관) 1만5천원, 63아이맥스영화관 8천원. (02)789-5663.

‘남산 N서울타워’는 남산의 해발 243m 지점에 세워진 높이 236m의 타워로, 총 높이는 해발 479m에 이른다. 애초 방송 송신탑으로 만들어졌다가 전망대를 만들면서 1980년 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그 뒤 전면 보수공사를 거쳐 2005년 '남산 N서울타워'로 새로 문을 열었다.

 

엔타워는 5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3층 디지털전망대와 2층 아날로그 전망대에서 360도로 둘러싸인 유리를 통해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망원경 등 고배율 망원경 4대가 설치돼 있다. 아래층 아날로그 전망대엔 각 방향마다 통유리에 서울의 명소들이 표시돼 있어 알기 쉽게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5층엔 회전식 식당 엔그린이 있다. 화장실도 이색적이다. 남성화장실의 경우 소변을 보면서 통유리를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7천원. (02)3455-9277.

 

글·사진 이병학 한겨레 여행전문기자 leebh99@hani.co.kr

 

Leave Comments


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