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쌤 죄 없어요” 어린 간디들 나섰다 길에서 찰칵

간디학교 최보경 교사 보안법 기소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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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선생님을 지켜 주세요. 쟤네들이 선생님을 잡아가려고 해요.”
 
지난 4월24일(금) 저녁 6시30분, 경남 진주시 도심 중앙로 옆 이른바 ‘차 없는 거리’ 컨버스 앞 네거리.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10대 청소년 수십명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쟤네들’이 선생님을 잡아간다니.
 
“저희 선생님이 지난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어요. 선생님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저희들은 잘 알고 있죠.” 쟤네들이란 경찰을, 선생님은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역사 담당 최보경(34) 교사를 가리킨다.
 
손수 엮은 역사책 등 문제 삼아 ‘이적표현물’ 혐의
 
사연은 이렇다. 최 교사는 지난 2004년 역사 교육을 위한 자료로 <역사 배움책>이란 제목의 세 권짜리 책을 엮었다. 인터넷을 뒤져 모은 자료를 묶은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셋째 권인 ‘현대사’가 문제가 됐다. 4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학생들을 가르쳐 왔는데, 정권이 바뀐 뒤 뒤늦게(현 정부 들어서자마자) ‘현대사’ 내용 중 ‘5·18 광주항쟁’을 거론한 부분 등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한미 에프티에이 수업지도안’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유였다. 최 교사는 지난해 8월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배포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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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배움책 내용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광주항쟁과 관련해서도 인터넷에 올라 있는 글들을 추려 모은 것이죠. 문제는 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데 있다고 봅니다.”
 
간디학교 고교생 120명 중 6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참가한 이날 ‘국가보안법에 대응하는 촛불문화제’는 촛불 대신 우산을 든 채 흥겨운 공연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지난해 8월 최 교사가 기소된 직후인 9월부터 지금까지 다달이 이곳에서 ‘선생님을 지키기 위한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학생들은 ‘언니, 쟤네가 우리 보경쌤 잡아가!’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고, 몸에도 같은 내용을 적은 종이패를 두른 채 한두명씩 나서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거리 한쪽에 ‘국가보안법의 탄생’과 이후 60년간 벌어진 행태들의 문제점을 나열한 작은 전시회도 마련했다.
 
도심서 노래·전시회 등 문화제 열며 ‘산 공부’
 
Untitled-3 copy.jpg빗속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지켜보던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게 한 것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경 쌤’의 걱정과 달리 학생들은 활기차고 떳떳하고 당당했다.
 
한 학생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지금 이 주변엔 사복 경찰이 많이 와 있습니다. 아까 저희 보고 ‘너희도 잡혀갈 수 있다’고 말했죠? 저희들의 요구가 잘못됐다면 잡아가세요. 저는 2학년 000입니다!” 여기저기서 다른 학생들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며 “잡아가시라”고 외쳤다. 학생들의 외침은 빗속에서 2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보경 쌤’은 자신을 지지하는 다른 쌤들과 곁에 서서 학생들을 지켜봤다. 학생들은 ‘절박한 심정’을 더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5월 행사는 광주 금남로에서 열 계획이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흰색 티셔츠를 입고 등교한다. 흰색 티셔츠는 ‘보경 쌤은 무죄’를 뜻하는 상징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학생·교사가 두세명씩 돌아가며 점심을 굶는, ‘국가보안법 폐지 및 보경 쌤 지지를 위한 릴레이 단식’도 벌여오고 있다. 학생들은 ‘최보경 팬카페’도 만들었다. ‘최보경 팬카페 BKLOVE.com’ (http://cafe.daum.net/bklove.com ).
 
최 교사의 여덟번째 공판은 오는 5월26일 진주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진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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