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에 우리 것 안주삼아 취하다 우리땅 이맛

[우리땅 이맛] 경북 한우 맛집들

 

한우 최대 생산지로 생산농가 직접 식당 운영
홍삼향 쇠고기에서 감 먹인 무항생제 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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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정국이 석달째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광우병을 우려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한편, 한우와 한우 농가를 지키고 살리자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한우 축산 농가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이어진다. 최근 한우값은 20% 폭락하고 사료값은 20%나 올랐다고 한다. 축산 농가들과 한우 전문음식점들은 힘을 합해 유통과정을 줄이고, 사육 과정과 사료 등을 차별화한 고유의 브랜드를 홍보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우 사육 두수 46만 마리로, 전국 한우 생산량 최대(24%) 지역인 경북 지역 축산농가들도 가격 낮추기와 브랜드의 고급화·특성화 등 전략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경북 지역 여행길에 들를 만한 대표적인 한우 식당들과 한우 브랜드를 소개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 농가들을 도우면서 질 좋은 한우 쇠고기를 맛볼 수 있다. 품질은 믿을 만하고 가격은 서울 전문식당들에 비해 싼 편이다.

 

■ 상주 명실상감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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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는 곶감 생산지로 이름 높다. 경북도내에서 두번째로 한우를 많이 키우는 지자체다. 상주시와 상주축협에선 두 특산물을 접목시킨 한우 브랜드를 내놨다. '명실상감 한우'가 그것이다. '명실상부'에서 명실을 따왔고 '상주 감을 먹인 한우'에서 상감을 따왔다. 곶감 만들 때 나온 감껍질을 모아 먹여 키운 최고의 소라는 뜻이다.

 

상주축협 김용준 조합장은 "비타민과 탄닌이 풍부한 감껍질을 소에게 먹이면 설사와 호흡기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어, 소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을 줄이면서 건강한 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껍질뿐 아니라 활성탄·목초액·이온사료 등이 함께 들어가는 사료를 쓴다. 일부 농가에선 감껍질과 무농약 사료만을 엄선해 먹여 키운 무항생제 소도 생산하고 있다.

 

상주시내의 한우 전문식당들에서 감먹인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상주 버스터미널 옆골목의 청기와 숯불가든(054-535-8107)은 상감한우 식당과 직판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주인이 직접 기른 소를 예천도축장에서 잡아 온다. 상주 시민과 공무원 들을 두루 단골로 거느린 집이다. 30개월 이하의 암소만을 취급한다. 등심 130g 1만3천원, 갈빗살 120g 1만5천원, 모듬세트(등심·갈빗살·안창살·제비추리 등) 500g 4만원.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나들목이나 상주나들목에서 나가 시내로 들어가면 상주 시외버스터미널 왼쪽 골목에 있다.

 

■ 경주 천년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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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한우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고장이 경주다. 경주 한우 브랜드 이름은 고색창연한 역사문화도시에서 따온 '천년한우'다. 대표적인 한우 생산지답게 한우고기 맛에 대한 시민들의 수준도 높다.

 

많은 시민들이 "경주 한우를 싸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식당"으로 추천하는 집이 서면 아화리의 서면식육식당(054-751-1173)이다. 식당 주인은 50마리 정도의 한우를 직접 기르며 식당까지 운영한다. 이 집도 거세 한우를 쓰지 않고 30개월 이하의 암소만을 낸다. 등심 150g 1만3천원, 갈빗살 150g 1만4천원, 육회 200g 2만원.

 

경부고속도로 영천나들목에서 나가 4번 국도 타고 경주 쪽으로 직진해 서면 소재지인 아화리로 간다.

 

■ 군위 이로운 한우

 

군위군 효령면 성리에 있는 '이로운 한우 직판장'(054-382-9800)은 주변 14개 한우 농가들이 모여 직접 기른 한우 고기를 직판하는 곳이다. 2층에 식당을 겸하고 있다. 1층에서 쇠고기를 골라 산 뒤 식당으로 가 야채와 밑반찬이 나오는 기본상차림 비용(2천원)을 내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1등급 원플러스 이상의 암소와 거세 황소만을 취급한다. 특등심 600g 3만6천원, 갈빗살 600g 4만2천원, 특수부위 모듬 600g 2만4천원.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건 '뭉티기'로 불리는 육회다. 당일 잡아 직송해 온 신선한 '함박살' 뭉치 고기를 말한다. 200g에 1만2천원.

 

중앙고속도로 군위나들목에서 나가 5번 국도를 타고 효령 쪽으로 가다 보면 병수교 옆에 '이로운 한우 직판장' 간판이 보인다.

 

■ 안동 풍산 신양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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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읍내의 '신양한우 식육식당'(054-859-2716)은 100여 두의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유통과정을 대폭 줄여 싸게 파는 곳이다. 직판장과 식당을 겸한다. 두 형제가 도축·유통과 판매, 식당 일을 분담해 대부분 1등급 이상(70~80%)의 쇠고기를 싼값에 판매한다.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됐지만, 믿을 만한 한우고기를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1등급 원플러스 이상의 한우명품이 600g 3만5천원, 1등급 등심·갈빗살은 600g 3만3천원, 명품모듬 600g 3만3천원, 불고기 600g 1만2천원.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에서 나가 풍산읍내로 간다. 하회마을·병산서원과 가까운 거리다.

 

■ 영주 풍기 인삼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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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고장 풍기엔 인삼과 한우를 결합시킨 인삼한우가 있다. 풍기읍 동부리 부석사 가는 길목에 인삼한우를 내는 식당들이 몇 집 몰려 있다. '영주한우마을'(054-635-9285)은 한우 농가 3인, 유통인 1인, 판매인 1인 등 5명이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식당이다. 쇠고기를 홍삼원액에 재어 7일간 숙성시킨다. 손님상에 낼 때도 홍삼원액을 스프레이로 뿌려 쇠고기에선 홍삼향이 물씬 풍긴다. 홍삼이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누린내를 비롯한 잡냄새를 없애준다고 한다. 구리석쇠에 얹어 참숯불에 구워먹는다. 구이용은 1등급 이상만 쓴다. 특상 갈빗살 600g 4만5천원, 특상 등심 600g 4만2천원, 불고기 600g 1만8천원. 구워먹을 때 1인당 기본세팅비 3천원. 고기를 사가지고 갈 수도 있다.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에서 나가 소수서원·부석사 방향으로 잠깐 가다 보면 왼쪽에 간판이 나타난다.

 

경북/글·사진 이병학 한겨레 여행전문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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