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있는 분들께 길따라 삶따라

한국,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2위 
설문조사 결과 가장 원하는 휴식은 ‘혼자 쉬기’
푹 자기, 숲 산책 등 힐링·재충전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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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일의 연속이기보다 휴식의 연속이어야 한다. 자연 속의 휴식은 몸과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휴식(休息). 일하다 시간을 내어 쉬는 것,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쉼’이라고 나와 있다. 하던 일을 멈추는 것. 그렇다. 하던 일을 멈춰야 쉴 수 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게 문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로 벌인 설문조사(20~59살 노동자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연간 휴가 사용 일수가 5일 미만이라는 응답이 33.5%, 휴가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응답이 11.3%나 됐다.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 이유로는 ‘직장 내 분위기’를 꼽은 사람이 44.8%로 가장 많았다. ‘업무 과다’, ‘대체인력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쉬고 싶어도 일과 분위기에 눌려, 잠시도 하던 일을 멈출 수 없는 게 직장인들의 현실임을 드러낸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연간 노동시간이 2113시간으로, 2017년 기준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둘째로 많은 나라다.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의 연간 1371시간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이러니 사실상, 일이 바빠 ‘연간 노동시간’ 따지고 ‘오이시디 순위’ 따지고 할 틈도 없다. 그래도 좀 쉬었다 가야 한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어떻게 하면 본격적으로 일을 멈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보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어떤 상황에서 쉬고 싶고, 어떤 방식으로 쉬고 싶을까.

ESC가 설문조사를 벌였다. 지난 11월10일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www.tillionpanel.com)을 통해 20~49살 남녀 1000명에게 물은 결과 ‘몸이 아플 때’(40.4%)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심할 때’(36.4%)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가 지나치게 많을 때’(23.2%)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쉬고 싶은 욕구가 업무량의 과다보다는, 몸과 마음이 불편할 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원하는 휴식 방법으로는 ‘집에서 쉬기’(58.4%)를 꼽은 응답자가 ‘여행’(20.5%), ‘친구와의 대화·수다’(8.1%), ‘가벼운 운동’(7.4%)을 꼽은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욕구는 남성(51.2%)보다 여성(65.6%)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에게 하루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떤 휴식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도 ‘하루 종일 잠을 자겠다’(38%)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 역시 남성(32.8%)보다 여성(43.2%)이 훨씬 높아, 여성들이 느끼는 피로도와 휴식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온천욕으로 피로 풀기’(20.6%), ‘울창한 숲길 걷기’(15.8%), ‘가벼운 운동’(13.3%) 차례였다.

‘휴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경제 여유’(47.0%)와 ‘시간 여유’(44.7%)를 든 비율이 큰 차이가 없지만, 나이대별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대에선 ‘시간 여유’를 꼽은 사람(52.3%)이 ‘경제 여유’라고 답한 이들(40.4%)보다 많았고, 40대에선 반대로 ‘경제 여유’(51.0%)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20대는 시간이, 40대는 돈이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또 ‘하루의 휴식이 주어질 때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를 묻는 문항에는 남녀 모두 ‘혼자’(남 37.6%, 여 48.0%) 쉬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족’(27.4%)이나 ‘연인’(16.9%)이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어,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쉬고 싶은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응답자들 대부분은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이고, 지금 당장 단 하루라도 푹 쉬고 싶어 한다.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푹 자며 쉬고 싶지만, 일을 멈추기 어렵고, 시간과 돈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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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딱 하나 있다. 쉽다. 눈 딱 감고 내일 휴가를 내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철, 이런 때일수록 재충전과 힐링을 위한 하루가 필요하다. 휴가를 결심한 이들을 위해, 일을 잊어버리고 몸과 마음의 평온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들을 모았다. 집에서나 카페에 나가 지친 몸을 잠시나마 추스르는 것,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충하는 것,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몸의 활력을 찾는 것, 그리고 숲길 거닐고 바람 쐬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것이다.


자, 힘들고 아프고,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은 분들. 몸이 아프다면 당연히 당장,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당장,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당장…, 내일 하루라도 ‘하던 일 멈추고’ 푹 쉬어보자. 요즘 뜨는 그 유명한 말 있잖은가. ‘사람이 먼저다.’ 맞다. 일보다 쉬는 게 먼저고, 일보다 사람이 먼저다.

Relaxation

휴식. 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취하는 휴식을 가리킴. 긴장 풀기, 근육 이완을 뜻하기도 함. 일을 하다 틈을 내어 잠시 쉬는 것, 휴가처럼 일정 기간을 통해 취미 생활 등을 즐기는 것도 포함됨.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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