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레일 깔고 5가구 무농약 나물농사

울릉군 사동 안평전마을 친환경 인증…고기맛 나는 삼나물 스님 단골 불에 환장하는 깍새 잡으려 뒷산 태워먹기도 “이만하면 평평하지예? 이기 비탈이모 어디가 평지고?” 성인봉 남동쪽 산자락, 일명 깍새산 밑 비탈진 동네 안평전(安坪田)에서 주민 김열수(57)씨가 말했다. 울릉읍 사동 안평전마을은 밭도 길도 산비탈에 있다. 울릉도는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내륙의 나리분지·알봉분지를 제외하면 널찍한 평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산줄기 일부에 태하리 서달마을 같은 평지들이 있으나 매우 드물고 규모도 작다. ‘평안하게 살 만한 터전’인 안평전에선 5가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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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선상 카바레

군산행 유람선에서 벌어진 중년들의 짙은 춤판 군산 관리도 선착장에 정박중인 어선들 중 한 척의 이름은 그랑블루호다. 배의 주인이 영화 그랑블루에 꽂혔던 것일까. 문득 그 영화 속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열일곱 살에 나는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스무 살이 되자 이름도 기억나지 않더군.” 젊은 날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관리도 마을 뒤 민들레꽃 무더기로 핀 풀밭에선 염소와 닭들이 어울려 풀을 뜯는다. 인기척에 놀란 새끼 염소 하나 겁먹은 얼굴로 어미 곁으로 도망친다. 겁 없는 닭들은 나그네의 발밑까지 몰려와 풀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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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셋의 ‘울릉 명물’로 기립박수 받는 꼴등

울릉 도동항 상호 아저씨 부둣가 궂은 일 도맡는 정신지체 장애인 1천원 2천원 꼬깃꼬깃, 장가 가는 게 꿈 매년 5월, 울릉군 울릉읍 도동 울릉초등학교에선 군민체육대회가 열린다. 울릉군민축제의 한 행사다. 달리기 순서가 오면 주민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 주민들이 가장 반가워하는 손님이자 선수다. ‘상호 아저씨’. 올해 일흔 셋의 이상호 할아버지다. 날랜 선수들이 순식간에 결승점을 통과한 뒤에도 ‘상호 아저씨’는 느릿느릿 운동장을 돈다. 모두 이분이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낸다. 본부석엔 푸짐한 선물을 따로 마련해 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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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눈뜨니 거대한 ‘반딧불이 크리스마스트리’

<6> 드디어 아마존 숙소 책꽂이의 여행책자 넘기다 27달러 횡재 더위에 홀라당 하고 풍덩, 물고기 공격 ‘세례’ 지구의 허파 아마존. 헤아릴 수 없는 나무들의 바다, 그야말로 밀림. 그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황토색의 거대한 물줄기. 남미 여행의 목표중 하나인 아마존에 드디어 가게 됐다.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마존에 보트를 타고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배를 타고 아마존 유역의 대도시 이키토스 까지 가는데 5일, 버스 이동 시간까지 하면 거의 1주일이 걸린다. 하지만 역시 요즘 세상의 모든 것은 정보력! 영어만 읽으면 2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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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안개 숲 가지마다 눈꽃 송글송글 ‘무릉설원’

울릉도의 겨울 무릎까지 푹푹 성인봉 정상 얼음소주 한잔 캬~ 향따라 맛따라 무치고 절이고 싸먹는 나물천국 국내에서 가장 이색적인 두 섬, 제주도와 울릉도. 두 섬은 이맘때 저마다 꽃잔치를 펼친다. 제주는 봄꽃잔치를 시작하고, 울릉 성인봉은 한창 눈꽃잔치를 이어간다. 육지 관광객들의 눈길이 남해안 봄처녀 발끝을 좇고 있을 때, 검푸른 동해 중앙의 바위섬은 묵묵히 눈꽃 수묵화를 완성한다. 울릉도의 겨울은 길고, 쌓인 눈은 두껍다. 국내 대표적인 ‘설국’ 울릉도의 겨울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 울릉눈축제가 2월21일까지 열리고, 성인봉 골짜기 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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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푼 아끼려다 산 속 ‘소똥 동침’, 얼어 죽을 뻔

<5> 첫 히치하이킹 그뿐이랴, 공짜거니 하고 잡아탄 트럭에 덤터기 돈은 돈대로 몸은 몸대로, 도대체 뭔 짓 한 건가      트루히요에서 밤 9시 버스를 타고 와라스에 도착한 것은 그 다음날 아침 6시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와는 달리, 페루는 종합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버스 회사에서 표를 산다. 그래서 어느 회사의 서비스가 좋고, 가격은 어디가 가장 싼지 잘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페루 여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했던 버스회사는 cial이다. 딱히 서비스가 좋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가격도 보통, 서비스도 보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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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 있는 게 물건뿐이랴, 흥도 흥정도 질펀

포항 죽도 어시장 14만여㎡ 2000여 점포 빼곡, 골목골목 북새통 온갖 냄새·소리 범벅, 인정도 행복도 팔딱팔딱 한 지역의 특징을 빨리, 쉽게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재래시장 둘러보기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니, 재래시장 뒤지면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지역 대표 생산물과 전통문화·사람살이·맛과 멋을 한 줄에 꿰어 살필 수 있는 종합박람회장이기 때문이다. 온갖 인간군상들이 모여 낮밤 없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적나라한 삶의 현장이자, 웃음소리·악쓰는 소리·욕지거리가 난무하는 목청 경연장이기도 하다. 사람냄새·비린내·밥냄새·땀냄새가 진동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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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