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년의 사랑이 빚은 돌기둥·섬기둥 숲

중국 쿤밍과 베트남 할롱베이 쿤밍, 수십 미터 송곳바위들 사방팔방 얼키설키 할롱베이 2000개 섬들 올망졸망, 겹겹이 수묵화 돌과 물의 사랑 얘기다. 오래 적시고 쓰다듬으며 사랑한 이야기. 서로 구석구석 매만지고 주고받아 마음결 몸결 아로새겼다. 닳고 닳은 이 지루한 사랑이 걸작을 낳았다. 참고 견디어 굳은 심지 간추려온 대자연의 사랑법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세계자연유산이라 부른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두 곳, 돌기둥 숲과 섬기둥 숲을 둘러보는 여정이다. 베트남 북부 해안의 할롱베이와,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중국 남서쪽 윈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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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트럭 ‘응큼남’ 수작에 아뿔싸

<11> 사하마의 트럭운전수  PC방에서 끈질긴 초딩 ‘승부남’에 걸려 배틀  자고 나니 체크아웃이 밤 12시? 꼬인다 꼬여   일주일 하고도 며칠 동안 라파스에서 푹 퍼진 뒤 슬슬 다음 도시로 이동할 채비를 했다. 잠깐 동행이 되었던 오스트리아 친구는 먼저 떠나고 이제부터 다음 동행을 만날 때까지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페루 쿠스코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받는 동안 본 홍보영상에서 인상 깊던 사하마라는 곳이 다음 목적지였다. 하지만 숙소의 여행자들에게 사하마를 물어도 아는 이가 하나 없었다. 가이드북도 없는 상태로 현지 정보에만 의존해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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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봄나들이, 수도권 전철노선도에 답 있다

살랑살랑 강변, 호젓한 시골길, 후련한 바닷가로 용산역을 기점 가장 먼 곳도 2천원대 2시간 남짓 창 밖은 하루가 다르게 봄날이다. 시시각각 새순 돋고 꽃봉오리가 터진다. 하루 한시라도 숨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은 나날이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실행엔 부담이 따른다. 교통 체증, 기름값, 숙박비 생각하면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걱정은 접고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펴 보자. 노선마다 역마다 답이 적혀 있다. 운전대를 벗어나, 전철로 도심을 탈출하는 하루 여행이다. 서울 도심과 수도권은 땅 밑, 땅 위로 전철망이 거미줄처럼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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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게 문 닫아걸고 밤새 광란의 춤바람

<10> 선거일 풍경 부통령도 광장 합세…원주민 대통령 재선 환호 싫어해도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는 풍토 부러워 라파스에 처음 도착한 2009년 12월4일, 온 거리가 선거 물결로 물들어 있었다. 바로 이틀 뒤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볼리비아를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에 온통 도배된 “evo mas“ ”evo de nuevo“ ”si evo“ 등의 문구를 보기 싫어도 보게 된다. 이 evo 라는 게 무엇이던가, 바로 남미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를 가리키는 것이다. 정식 이름은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이다. 흔히 에보 모랄레스, 혹은 에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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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거리마다 유적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맛과 멋의 항구 목포 옛시가지 눈물의 역사 넘어 빛의 거리로 재탄생 유달산 꽃안개에 취하고 ‘목포의 5미’에 취하고 목포 유달산 ‘목포의 눈물 노래비’. 스피커에서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1916~1965)의 애절한 목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목포의 눈물’. 흐릿한 축음기 소리 너머로 암울했던 식민지 시절의 설움과 한이 느껴진다. 목포항을 개방(1897년)한 지 112년, 4·8 만세운동의 함성이 울린 지 90년. 설움도 딛고 핍박도 견뎌낸 목포항이 다시 봄을 맞았다. 유달산이 새봄 꽃잔치를 시작했다. 동백은 발치에 붉은 꽃송이를 떨구기 시작했고, 매화가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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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뱃사람들의 성적 판타지

인천공항 인근 장봉도에 세워져 있는 인어상 사람들은 대체로 인어가 서양의 전설이나 동화 속에만 나오는 줄 알지만, 한국이나 중국 등 동양권에서도 전해오는 인어 이야기가 적지 않다. 폭풍의 위험을 노래로 알려주던 거문도의 아름다운 인어 신지끼를 비롯해, 중국의 <산해경>이나 <태평광기> 속 ‘살결이 옥같이 희고 머리털이 치렁치렁한 미녀’ 인어 등이 그렇다.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 바다에도 인어의 전설이 전해온다. 공항 바로 옆 섬 장봉도 선착장에는 인어의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옛날, 오래 흉어가 계속되던 장봉도 근해 날가지 어장에서 어느 날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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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처녀 뱃길같은 골목골목 ‘풍경과 상처’

춘천 과거와 오늘 꿰는 걷기여행 없는 게 없는 풍물시장, 꼬불꼬불 아리랑골목 하늘로 오르는 망대골목, 새벽 3시 번개시장… 봄내, 맑은내. 춘천의 우리말 이름이다. 의암댐·소양댐으로 막히기 전까지 소양강은 눈부신 백사장을 적시고 흐르는 투명한 물길이었다. 정철, 김시습, 이사벨라 버드 비숍, 이은상 등이 이 물길을 지나며 감탄사를 쏟았다. 호숫가 도시가 된 지금도 춘천은 걷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춘천 도심의 과거와 오늘을 한나절에 꿰뚫는 코스를 걷는다. 약사동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 춘천 패션1번지 명동을 거쳐 소양강 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소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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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