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5개월, 기나긴 꿈에서 깨어났다
<20> 다시 돌아오는 길 이제 다시 일상인데, 아니 일상이 어떤 거였지? 집중하지 않아도 들리는 한국어가 귓가에 윙윙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뜨던 날도 역시 언제나처럼 날씨는 화창하고 기온은 높았다. 오랜만에 등에는 20kg이 넘는 배낭을, 앞으로는 또 작은 배낭을, 옆구리엔 잼베를 끼고 숙소를 나왔다. 약 반년 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할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라파스를 경유해 쿠스코로 가는 것. 남미를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코카샵의 코카차와 코카브라우니를 먹을 수 있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와이키들을 볼 수 있다. 쿠스코의 높은 ...
눈으로 먹는 세계의 술맛, 노을이 불콰
<4> 충주 세계술문화박물관 술버릇 테스트 필수…풍류객 골든벨, 꾼은 징 병따개 술병 테이블 매너 등도 지나치면 손해 충주 세계술문화박물관(리쿼리움) 정보 개관:2005년 위치:충북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51-1(중앙탑공원). (043)855-7333. 주요 전시물:와인·위스키·맥주·동양전통주 관련 도구와 자료. 입장료:6천원(와인 시음 포함) 관람시간:10~18시(매주 목요일, 설날, 추석 전날·당일 휴관) 충주 남한강 주변은 문화유적의 보물창고 중 한 곳이다. 삼국시대 영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군사·지리적 요충지였다. 중부내륙에 자리한 물길·육로...
화마 이겨낸 ‘기와의 바다’, 세번째 정승 기다려
경북 의성 사촌마을 고래등 한옥에서 전통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빨갛게 영근 사과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사과향 경북 의성은 사과와 마늘로 이름난 고장이다. ‘마을이란 마을은 모두 사과밭 안에 들어 있다’고 할 정도로 사과밭이 널렸다. 막바지 사과 수확이 한창인 마을 중에 점곡면 사촌마을도 있다. 안동 김씨, 풍산 류씨 들이 세거하는 유서 깊은 선비 마을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서애 류성룡이 태어난 마을이기도 하다. ‘사촌’(四寸)이 아니라 ‘사촌’(沙村)마을이다. 정승 3명이 날 형세…류성룡 다음으로 누가? 이 마을의 가을이 빛나는 건 600여년...
음 어라 응 뭐지? 검은 빙하, 마녀의 장난인가
<19> 여기에도 스위스가? ‘우리’가 답답해 ‘혼자’이기 위해 또 짐을 꾸려 붉디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울었다, 참 많이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숙소에는 ‘우리’는 있었지만 ‘나’는 없었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마시고, 모든 걸 ‘같이’ 해야 했다. 문으로 분리된 공간이더라도 개인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개인보다는 ‘우리’를 중요시 하는 우리들은 아무리 홀로 방랑하는 배낭족들이 모였다한들 집단을 추구했다. 말이 잘 통하는 한국 사람이 그리웠을 땐 언제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기분은 다르다고 숙소의 친구들은 너무나 잘 맞...
물결에 맡긴 몸 ‘노곤히’ 풀리는 가을
늦가을 웰빙 스파 여행 손발 끝까지 온기로 ‘짜릿’…마음도 ‘여유’ 찾아 미용·테라피 등 종류 다양…1만원~수십만원까지 물 위에 천천히 눕는다. 물에 몸을 맡기고 긴장을 푼다. 손발 끝에서부터 모서리진 마음의 끝까지 힘을 뺀다. 귀가 물에 잠기는 순간, 아련한 꿈속처럼 잔잔한 음악이 몸을 감싸온다. 따스한 물의 움직임, 선율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던져두고 눈을 감는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희미하게 밀려오는 요람의 느낌. 기분 좋은 졸음이 몰려온다. 물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수중 명상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물, 마사지...
풍파 끝 은둔의 행복
당진군 소난지도. 작은 섬에 대형 펜션과 콘도가 여럿이다. 해안에는 또 대규모 펜션 공사가 한창이다. 경관 좋은 섬들은 외래 자본에 잠식당한 지 오래고, 어느 섬이나 개발로 이득을 보는 원주민은 드물다. 펜션들 때문에 해안 풍경이 막혀 답답하다. 누가 됐든 해안 풍경을 가리고,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은 섬이 가진 경관과 전망을 사유화하는 짓이다. 섬마을 공동의 재산을 독점하는 행위다. 그들은 땅의 일부만을 산 것이지 마을이 가진 경관마저 산 것은 아니다. 어느 때보다 경관 가치가 높아진 시대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작다. 경관을 해치는 건...
유치환이 노래하고 이중섭이 소를 그린 그곳
대구 도심 걷기 어두운 시기에 좌절과 희망 읊던 문화·예술 산실 한약 냄새만 맡아도 감기 ‘뚝’ 한다는 약령시장도 대구시 중구 한복판에 대구읍성 터가 있다. 성곽 흔적은 사라졌으나 공원으로 꾸며진 옛 경상감영 자리가 남아 있다. 조선 중기부터 영남지역 행정·문화의 중심지였고, 일제강점기 이후 대구의 최대 번화가이자, 문화·예술의 중심거리로 발전해온 곳이다. 경상감영 공원을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성곽 주변의 과거와 현재를 들춰보는 시간여행이다. 국내 첫 음악감상실 ‘녹향’ 팻말만이 터 알려 경상감영 공원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관광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