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에 먹이 줬더니…철원에 재두루미 4천 마리 '북적' 윤순영의 시선

‘DMZ 두루미 평화타운’ 가 보니, 보전 조처 효과 “양계장 방불”

한탄강 잠자리 먹이 주기는 아쉬워…세계적 두루미 마을로 키우길

크기변환_DSC_0649.jpg » 박차오르는 재두루미.크기변환_DSC_0226.jpg » 산에 낀 운무와 재두루미, 깊어가는 가을의 시간이 흐르는 듯하다.

크기변환_DSC_8801.jpg » 아침 햇살 속 재두루미.

지난 10월 30일부터  일주일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이자 재두루미가 월동을 위해 찾아오는 시기이다. 두루미는 다소 늦은 11월 20일경에 온다.

재두루미는 지난 2016년보다 많은 개체수이다. 양계장을 방불케 하는 광경은 20여년이곳을 방문한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철원군에서 무논을 만들고 재두루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효과인듯하다.

크기변환_DSC_7381.jpg » 무논에 앉아있는 재두루미 무리들.

크기변환_DSC_9290.jpg » 무논을 향해 날아들고 나가기를 반복하며 철원평야를 앞마당 삼은 재두루미들.

크기변환_YSY_3787.jpg » 월동기의 재두루미는 무리를 이루어 행동을 한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무리의 재두루미가 눈에 띈다. 어림잡아 3천여 마리는 족히 넘는다. 철원평야  일원을 관찰한 결과 재두루미는 4천여 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월동을 위해 일본 이즈미시로 떠날 무리와 철원에서 월동할 무리가 나뉘겠지만 철원이 지속적으로 재두루미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목숨을 걸고 먼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열악한 우리나라의 서식환경이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를 바다 건너 일본으로 내몰았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크기변환_YSY_5543.jpg » 기세등등한 재두루미.

크기변환_YSY_3018.jpg » 새끼가 있는 재두루미 부부는 옆에 서있는 재두루미가 탐탁지 않아 몸짓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크기변환_YSY_5549.jpg » 재두루미 무리가 모인 자리에는 다양한 몸짓 언어가 보인다.

철원군은 양지리 양지 초등학교를 수리하여 지난 2016년 11월 DMZ 두루미 평화타운을 개관했다.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이 참여하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두루미 타운의 안내와 프로그램 운영은 지역주민 당사자들이 직접 맡고 있다. 두루미에게 밝은 미래가 보인다. 특히 두루미 탐조 안내가 눈에 띈다.

크기변환_DSC_7455.jpg » 두루미 평화 타운 입구.

크기변환_DSC_7457.jpg » 두루미 평화 타운 전경.

크기변환_DSC_7461.jpg » 두루미 평화 타운 내부.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 자연환경해설을 맡고 있는 김일남 주부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도 지회장이며 지질공원 해설사, 문화관광 해설사, 마을 해설사 자격을  모두 딴 뛰어난 해설사로 정평이 나있다.

바쁜 와중에 김일남 자연환경해설사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역을 알리고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교감을 강조하며 “설명을 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해설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루미에 대해서 묻자 신비롭고, 우아하며 번잡하지 않고, 사람과 비슷한 느낌의 친숙한 새라고 말했다.

크기변환_DSC_7486.jpg » 김일남 두루미 평화 타운 자연환경 해설사.

크기변환_DSC_7513.jpg » 이경희 촬영 디렉터에게 두루미에 대해 설명하는 김일남 자연환경 해설사(오른쪽).

양지리와 이길리 앞 한탄강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원의 상징적 강이자 두루미 잠자리로 이용되던 한탄강 줄기를 따라 자전거 도로를 개설한 것은 철원이 두루미 보호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고 볼 수 있다.

크기변환_DSC_0316.jpg » 한탄강 재두루미 잠자리 주변에 개설된 자전거도로.

크기변환_DSC_7359.jpg » 두루미 잠자리와 휴식터인 한탄강. 하상이 높아지고 갈대가 번성하여 재두루미에게 환경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

크기변환_DSC_0757_01.jpg » 전봇대의 전깃줄은 재두루미 이동시에 위협적 요인이 된다. 순천시는 재두루미 서식지의 전봇대를 모두 제거하기도 했다.

크기변환_DSC_8966.jpg » 곤포 사일로는 그나마 떨어진 벼 낱알마저 휘감아가 재두루미의 겨울나기를 힘들게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한탄강은 월동을 위해 2300km를 날아 온 두루미가 제일 먼저 휴식을 취하고 잠자리로 이용하며 물고기 등을 사냥해 단백질을 공급받는 유일한 천혜의 장소였지만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강 하상 변화와 갈대의 우점으로 두루미가 이착륙할 공간이 부족하고 주변의 급격한 환경변화와 지나친 사람의 간섭도 요인으로 작용되는 듯하다. 하상 정비와 갈대 제거 작업을 하여 예전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기변환_DSC_0734.jpg » 재두루미 부부가 한적하게 먹이를 먹고 있다.

크기변환_YSY_3103.jpg » 자리를 이동하는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8127.jpg » 재두루미 무리의 비상. 재두루미는 월동초기에 조심성이 매우 강한 행동을 보인다.

두루미 목욕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자리인 한탄강 강바닥에 먹이를 주는 것은 삼가하고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도록 하여 낙곡과 풀뿌리 등을 섭취하며 힘든 겨울나기를 하는 두루미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일본, 중국 등에서는 잠자리에 먹이를 주며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일이다.

크기변환_DSC_1167.jpg » 재두루미 부부가 좋아하는 지정석 논에 내려앉는다.

크기변환_YSY_5739.jpg » 철원을 찾아오는 쇠기러기도 재두루미와 함께한다.

크기변환_DSC_8624.jpg » 버드나무, 억새 그리고 재두루미.

두루미가 강과 농경지를 오가는 습성은 두루미의 건강성을 유지하며 후대의 종 보전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므로 자연의 순리대로 이용성을 돕는 것이 종 보전과 두루미 도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사진인, 탐조인,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런 자연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사진촬영이야 두루미에게 강을 내어주면 자연스런 장면을 얼마든지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철원군은 두루미의 본래 습성대로 농경지에 먹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크기변환_YSY_3752.jpg » 철원지역은 두루미에게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크기변환_YSY_5689.jpg » 재두루미는 위협적인 요소가 있거나 사람의 간섭을 받으면 재빨리 자리를 피한다.

크기변환_YSY_5834.jpg » 주변을 경계하는 재두루미 무리.

두루미가 사랑하는 땅, 철원이 두루미 보호를 위해 온전하게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철원 두루미 뿐만 아니라 주민에게도  희망의 땅이 될 것이다. 두루미가 철원군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적인 두루미 마을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크기변환_DSC_0726_01.jpg » 단풍은 재두루미의 월동을 재촉한다.

크기변환_DSC_9049.jpg » 저수지에서 목욕을 하며 몸단장을 하는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1248.jpg » 재두루미는 사적인 생활을 즐기며 영역을 침범해 오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두루미 보전활동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현명한 판단과 조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원지역의 환경은 균형 잡힌 두루미 환경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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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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