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하러 한국 온 ‘귀한 손님’…멸종위기 1급 호사비오리 윤순영의 시선

세계 5천 마리, 우리나라 100마리 월동, 멸종위기 1급 희귀종
강과 여울 물속에서 톱니 부리로 물고기와 개구리 사냥
멋진 댕기와 비늘 무늬가 화사한 호사비오리, 충주호서 관찰
멋진 댕기와 비늘 무늬가 특징인 호사비오리 수컷. 황새, 두루미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새 16종 가운데 하나다.
멋진 댕기와 비늘 무늬가 특징인 호사비오리 수컷. 황새, 두루미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새 16종 가운데 하나다.

호사비오리 암컷. 백두산, 연해주 등의 원시림 지대에서 번식하는 이 오리는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호사비오리 암컷. 백두산, 연해주 등의 원시림 지대에서 번식하는 이 오리는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지난달 이른 새벽 호사비오리를 관찰하기 위해 충주호를 찾았다. 날이 밝기 전에 위장막을 설치하고 호사비오리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만 보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계곡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이름 대로 외모가 호사스럽게 보이는 호사비오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물에 살짝 잠긴 바위에 앉아 잠을 청했던 호사비오리가 깨어나 사냥 채비를 하고 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잠에서 깨어난 호사비오리 무리.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잠에서 깨어난 호사비오리 무리.

사냥에 앞서 몸을 풀고 깃털을 다듬는 호사비오리.
사냥에 앞서 몸을 풀고 깃털을 다듬는 호사비오리.

호사비오리는 중국 동북부의 아무르 강, 러시아의 우수리 강 유역, 백두산 등지 등 매우 제한된 지역에서 번식한다. 강가의 고사목에 5∼8월 둥지를 튼다. 중국 남부와 중부, 한국, 일본 등지에서 월동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매우 드물게 도래한다.

사냥에 나서는 호사비오리.
사냥에 나서는 호사비오리.

사냥을 위해 잠수한다.
사냥을 위해 잠수한다.

잠수할 때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모습이다.
잠수할 때는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모습이다.

호사비오리는 전 세계 야생에 약 5000마리 미만이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매우 희귀한 새로 동아시아 고유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팔당, 강원도 철원 동성 저수지 하천 계곡, 강원도 춘천 인근 북한강 강촌 일대, 충청남도 대청호와 갑천, 충청북도 충주호 상류, 경상남도 남강, 경북 고령군 낙동강 지천 등 전국 강이나 계곡에서 10여 개체 미만의 호사비오리가 산발적으로 월동한다.

물속에서 사냥감을 찾는 호사비오리.
물속에서 사냥감을 찾는 호사비오리.

잠수를 마친 뒤 깃털에 묻은 물기를 바로 털어낸다.
잠수를 마친 뒤 깃털에 묻은 물기를 바로 털어낸다.

여울을 타는 호사비오리 수컷.
여울을 타는 호사비오리 수컷.

호사비오리는 번식기에 그다지 무리를 이루지 않으며 가을과 겨울철에도 12개체 이상의 무리는 매우 드물다. 주로 사람의 간섭이 적은 조약돌이 깔린 물 흐름이 빠른 계곡이나 하천, 강, 호수 얕은 물 가장자리에서 생활한다.

사냥에 성공한 호사비오리. 붉은 부리 옆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어 미끄러운 물고기라도 한번 물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사냥에 성공한 호사비오리. 붉은 부리 옆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어 미끄러운 물고기라도 한번 물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항상 깃털을 다듬는 이유는 깃털의 방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항상 깃털을 다듬는 이유는 깃털의 방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숲의 구불구불한 중간 크기 계곡의 강을 선호한다. 행동은 흰뺨검둥오리나 청둥오리보다 헤엄치는 속도가 빠르며 당차다. 물 가장자리에서 생활해 경계심도 강하지만 눈치를 드러내며 주변을 살피는 행동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경망스럽지 않아 관찰자와 비간섭 거리만 유지하면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관찰이 가능하다.

다음 사냥을 위해 휴식하며 깃털을 다듬는 호사비오리 부부.
다음 사냥을 위해 휴식하며 깃털을 다듬는 호사비오리 부부.

흰뺨검둥오리 곁을 태연하게 지나가는 호사비오리. 눈빛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흰뺨검둥오리 곁을 태연하게 지나가는 호사비오리. 눈빛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강둑이나 바위에서 휴식을 자주 취하고 깃털 손질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서로가 모여 잠을 자기도 한다. 호사비오리는 오전보다 오후에 먹이활동이 활발하다. 흥미롭게도 먹이를 찾을 때 날아서 이동하기보다는 계곡 트래킹을 하듯 물길을 타고 상류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천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행동일까.

여울을 만난 호사비오리 암컷.
여울을 만난 호사비오리 암컷.

힘차게 여울을 박차고 나아간다.
힘차게 여울을 박차고 나아간다.

여울을 벗어난 호사비오리 암컷. 날기보다는 물길을 타고 올라가며 사냥한다.
여울을 벗어난 호사비오리 암컷. 날기보다는 물길을 타고 올라가며 사냥한다.

강바닥 자갈 틈에서 톱니가 난 부리로 사냥감을 잡는다. 종종 호사비오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얕은 물 속으로 재빠르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듯이 머리부터 잠수하며 단 몇 초 동안 사냥을 한다. 25분에서 30분 동안 반복적으로 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먹잇감은 물고기가 주식이고 개구리와 수생 절지동물 등 다양하다.

한가로운 호사비오리. 헤엄치다가도 틈만 나면 깃털 고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가로운 호사비오리. 헤엄치다가도 틈만 나면 깃털 고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수컷은 머리와 목에 검은색과 초록 광택이 난다. 뒷머리에 길고 검은 댕기가 여러 가닥 나 있다. 날개덮깃과 둘째 날개깃이 흰색이다. 가슴은 줄무늬가 없는 흰색이다. 옆구리에서 아래 꼬리덮깃까지 비늘 같은 검은 줄무늬가 흩어져 있다. 부리는 붉은색으로 가늘고 길며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자잘한 톱니가 빼곡히 나 있다. 끝은 노란색이다.

호사비오리는 항상 부부와 함께한다.
호사비오리는 항상 부부와 함께한다.

물 위에서 짝짓기한다.
물 위에서 짝짓기한다.

암컷은 연한 갈색의 머리에 수컷보다 짧은 여러 가닥의 댕기깃이 나 있으며, 등은 회색이며 가슴 옆 옆구리에서 아래 꼬리덮깃까지 비늘 같은 검은 줄무늬가 흩어져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자료 목록에 위기종(EN)으로 분류된 국제 보호조다.

수면 위를 내달리며 날아오르는 호사비오리 수컷.
수면 위를 내달리며 날아오르는 호사비오리 수컷.

호사비오리의 비상.
호사비오리의 비상.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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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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