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던 텃새였는데…외로운 뿔종다리가 내게 온 이유 윤순영의 시선

흔하던 텃새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전락
보리밭 사라지고 초지와 농경지 감소 탓
멋진 댕기 깃,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댕기 깃이 도드라지는 텃새 뿔종다리. 보리밭과 함께 흔했던 새이지만 현재 멸종위기종 2급이다.
댕기 깃이 도드라지는 텃새 뿔종다리. 보리밭과 함께 흔했던 새이지만 현재 멸종위기종 2급이다.

뿔종다리와 종다리는 어릴 적 흔한 텃새였다. 옛날에는 보리를 많이 심어 보리밭이 종다리의 터전이었다. 번식 시기가 되면 보리밭 하늘 위를 오르며 지저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특히 한강하구의 넓은 하천 둔치와 모래흙은 뿔종다리 번식지로 적합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텃새인 종다리. 뿔종다리와 다르게 머리 깃이 짧고 둥글며 부리도 짧다.
텃새인 종다리. 뿔종다리와 다르게 머리 깃이 짧고 둥글며 부리도 짧다.

1970년대 중반부터 무분별하게 농약을 뿌려 종다리의 먹이인 곤충이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제비도 많이 볼 수 없게 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보리를 심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한강 간척사업으로 지형도 크게 변했다. 게다가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하면서 초지와 농경지가 급격히 감소하여 중부지방에서 터전을 잡았던 뿔종다리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메마른 풀 속에서 먹이를 찾는 뿔종다리.
메마른 풀 속에서 먹이를 찾는 뿔종다리.

씨앗 하나를 찾아 입에 물었다.
씨앗 하나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뿔종다리 한 마리가 지난해 10월에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평야에서 며칠 동안 관찰되었고 12월부터는 강화군 교동도에서 관찰되고 있다. 뿔종다리는 아침 9시면 들깨를 수확한 곳에 어김없이 나타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깃털에 밤새 내린 서리가 녹기도 전에 분주하게 먹이활동을 한다. 사람의 접근을 어느 정도 허용하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럽다. 먹이를 먹을 때는 댕기 깃을 세우지 않는다.

아침 일찍 먹이터에 나선 뿔종다리 꽁지깃의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았다.
아침 일찍 먹이터에 나선 뿔종다리 꽁지깃의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았다.

지나친 방해요인이 없다면 가까운 거리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수십 마리의 참새와 방울새 무리가 주변에 날아드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긴장할 땐 배를 땅에 바짝 붙이고, 어딘가를 멀리 주시한다. 그러나 평정심을 되찾으면 몸을 바로 세우고 댕기 깃을 바짝 추켜올려 작지만 멋진 각과 선을 보여준다.

뿔종다리 주변에 날아든 방울새.
뿔종다리 주변에 날아든 방울새.

뿔종다리를 관찰하는 내내 보았던 사람 친화적인 모습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기쁨과 애처로움이 교차한다. 늘 우리 곁에서 친숙했던 텃새 뿔종다리가 홀로 외롭고 가련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뿔종다리는 내게 무분별한 서식지 훼손을 막아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외로워 보이는 뿔종다리. 마지막 만남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외로워 보이는 뿔종다리. 마지막 만남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뿔종다리는 유럽, 아프리카 중북부에서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텃새가 되어 거의 멸종위기에 놓였다. 농경지. 초지, 목장, 농촌 인가, 하천가 풀밭 등 들판에 서식하며 종다리와 달리 2~4마리의 작은 무리를 이룰 뿐 큰 무리를 짓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다리는 뿔종다리, 종다리, 해변종다리, 나그네새인 쇠종다리, 북방쇠종다리, 남방종다리  등 6종이다.

주변을 경계하는 뿔종다리. 보호색이 뛰어나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기가 매우 힘들다.
주변을 경계하는 뿔종다리. 보호색이 뛰어나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기가 매우 힘들다.

위협을 감지하면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춰 땅에 배를 바짝 대고 엎드리는 행동을 한다.
위협을 감지하면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춰 땅에 배를 바짝 대고 엎드리는 행동을 한다.

보호색에 자신이 있지만 일정 거리 이내로 상대가 접근하면 자리를 박차고 날아간다.
보호색에 자신이 있지만 일정 거리 이내로 상대가 접근하면 자리를 박차고 날아간다.

번식기에는 수컷이 세력권을 형성해 다른 개체나 다른 종 새들의 침입을 막으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지상에서 약 30~60m 하늘 높은 곳에서 불규칙한 비행을 하다 정지 비행해 지저귄다. 종다리와 달리 지상에서도 앉아 지저귈 수 있다. 둥지는 평지의 움푹 팬 곳에 틀고, 4월부터 6월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수가 교대로 12~13일 알을 품어 부화한 뿔종다리 새끼는 약 10~12일 후에 둥지를 떠난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 농경지를 걸어 다닌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 농경지를 걸어 다닌다.

날기보다 걷기를 좋아한다. 두 다리로 뛰지 않고 걷는다. 댕기깃은 접어도 머리 뒤로 돌출되어 있다.
날기보다 걷기를 좋아한다. 두 다리로 뛰지 않고 걷는다. 댕기깃은 접어도 머리 뒤로 돌출되어 있다.

겨울에는 잡초 씨앗이나 낟알을 주로 먹고, 여름에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특히 새끼에게는 곤충의 유충을 먹인다. 채식주의자인 종다리는 주로 보리, 밀과 같은 곡물과 씨앗을 먹지만 뿔종다리는 곤충, 특히 딱정벌레도 먹는다. 땅 위에서 양쪽 다리를 교대로 움직여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다.

뒤에서 본 뿔종다리의 댕기 깃.
뒤에서 본 뿔종다리의 댕기 깃.

배를 땅에 붙이고 쉬기도 하며 모래로 목욕도 한다. 종다리와 혼동하기 쉽다. 머리 깃이 돌출한 정도가 종다리보다 길고 뾰족하다. 종다리와 달리 깃을 접었을 때도 머리 깃이 돌출된다. 부리가 크고 길다. 등은 모래 빛이 도는 갈색이며 짙은 갈색 세로무늬가 있다. 아랫면은 윗면보다 색이 연하고, 가슴에는 세로무늬가 있다.

이 땅에 터 잡아 살아와 우리 정서에 큰 영향을 끼쳐온 뿔종다리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 땅에 터 잡아 살아와 우리 정서에 큰 영향을 끼쳐온 뿔종다리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검은 줄무늬가 약하다. 날개가 짧고 날 때 둘째 날갯깃 끝이 종다리처럼 흰색이 아닌 갈색이다. 아래 날개 덮깃은 황갈색 또는 적갈색이다. 꼬리는 짧고 외측 꽁지깃은 황갈색이다. 울음소리가 종다리와 많이 다르다. 몸길이 약 17㎝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외로운 뿔종다리에게 앞날이 있을 것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외로운 뿔종다리에게 앞날이 있을 것인가.

뿔종다리는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던 익숙한 텃새가 이제 멸종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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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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