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물때까치가 희귀 겨울철새가 되었을까 윤순영의 시선

작지만 맹금류처럼…두세 배 무거운 먹잇감도 사냥

환경변화에 민감…먹이생태계 변화 지표종 될 수도

 크기변환_YSY_8465.jpg » 희귀조류 물때까치.

한강하구 공릉천 일대의 농경지에 물때까치가 해마다 찾아와 월동을 한다. 지난 10월 초부터 물때까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지내거나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물때까치는 양서파충류,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육식먹이를 사냥하며 월동기간에는 작은 새와 들쥐를 주식으로 한다.

크기변환_DSC_2292.jpg » 나뭇가지에 앉아 사냥감을 살핀다.

12월 12일, 물때까치가 넓은 초지와 농경지의 나무 꼭대기나 전선에 몸을 세워 앉은 채, 꼬리를 끊임없이 아래위로 움직이며 사냥감이 있을만한 곳을 살펴본다. 풀섶 위는 약간의 정지비행으로 탐색하고, 땅 위의 먹이를 찾기 위해 지표면 가까이 날다가 급상승하여 나뭇가지에 앉거나 전깃줄에 앉는다.

크기변환_DSC_2429.jpg » 사냥감을 발견하면 급강하한다.

크기변환_YSY_8497.jpg » 물때까치의 정지비행.

논으로 내려앉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반경 300미터를 샅샅이 수색한다. 물때까치는 사냥터가 정해지면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볏짚 위에 내려앉은 물때까치가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뭔가를 발견해 이리저리 몰고 있는 듯하다. 행동이 빨라지고 몸을 볏짚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꺼냈다가 한다.

물때까치가 땃쥐의 목을 정확히 물었다. 순식간에 사냥이 끝났다. 물때까치는 몸에 비해 큰 머리, 넓은 턱, 긴 꼬리를 가졌고 튼튼한 부리는 맹금류처럼 아래로 굽어 있으며 끝은 매우 날카롭다. 부리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해 종종 자기 체중보다 2∼3배 무거운 먹이를 사냥하기도 하는 등 작지만 맹금류만큼이나 엄청난 공격성을 지녔다.

크기변환_YSY_8677.jpg » 사냥감을 찾는 물때까치.

크기변환_YSY_8663.jpg » 사냥감 찾기가 여의치 않아 자리를 옮기는 물때까치.

그러나 물때까치는 발톱이 맹금류처럼 강하지 않아 움켜쥐고 먹이를 찢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먹이를 나뭇가지나 철사에 꽂아 놓고 먹는 것이 수월하다. 부리가 쪼아 먹기보다 찢어먹기에 잘 발달되어 있어 마치 잔인한 도살자처럼 보인다.

어떻게 보면 성질 괴팍한 새로 보일지 모르지만 신체적으로 발톱과 다리가 위력적인 부리를  따라가지 못해 극복해 가며 사는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이들의 사냥감 전시는 과시, 구애, 영역표시 등 생존전략적인 표현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지속적인 행동 관찰을 통해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포맷변환.jpg » 물때까치가 땃쥐를 사냥해 나뭇가지에 꽂아놓았다.

때까치과의 조류는 식성이 다양해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에 이용되기도 한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때까치의 변화는 때까치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내의 먹이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어 지표 종으로서 연구가치가 있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1960년대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6~7월 무렵 재때까치와 물때까치 새끼를 둥지에서 꺼내오거나 온화하고 앞이 트인 숲을 좋아해 둥지에서 밖으로 갓 나온 새끼를 계속해 따라다니며나무를 흔들어 앉지 못하게 해 떨어진 때까치를 잡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도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고 넓은 턱 때문에 턱걸이를 시켜가며 키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길이 들면 어깨 위에 앉아 재롱을 부리는 등 사람을 잘 따르는 새이기도 했다.

크기변환_YSY_8690.jpg » 사냥감을 발견한 눈치다.

크기변환_YSY_8700.jpg » 재빨리 공격하는 물때까치.

그러나 환경변화로 인해 지금의 물때까치는 한강, 임진강 하구, 강원도의 비무장지대 등지에서 드물게 관찰될 정도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겨울철새다. 중국 북부와 만주 지방에서 번식하고 중국 중·남부와 한국 등에서 월동한다. 다른 새들에 비해 번식지와 월동지가 매우 좁고 개체 수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있다.

크기변환_YSY_8705.jpg » 물때까치가 볏짚 깊숙이 머리를 넣었다.

크기변환_YSY_8707.jpg » 땃쥐 사냥에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8.15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였다. 자원이 부족하고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생산 시설이 파괴되어 더욱 어려워졌다. 60년대에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노동력이 필요했고 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발전하여 우리나라는 큰 환경변화를 겪었다.

새삼스럽게 텃새, 겨울철새, 여름철새를 분류한다는 것이 사람의 탓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이 좋았던 시절 4계절 우리 곁에 있었던 새들이 겨울철새, 여름철새로 나뉘어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는 씁쓸한 변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크기변환_YSY_8723.jpg » 만족한 표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텃새인 때까치, 봄과 여름에 관찰되는 칡때까치와 노랑때까치, 철새통과시기에는 긴꼬리때까치, 가을과 겨울엔 재때까치와 물때까치 등 6종의 때까치를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큰 물때까치의 몸길이는 31cm이다. 눈 선은 검은색이고 흰색 눈썹선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재때까치와 비슷해 보이지만 물때까치가 몸이 더 크고 꼬리가 길다. 등과 머리꼭대기는 연한 회색이다. 부리는 검고 아랫부리의 기부는 색이 엷으며, 다리는 검은색이다. 날개는 검은색이고 흰 줄무늬가 뚜렷하다. 허리는 회색이고 꼬리는 검은색인데, 가장자리 깃의 흰색은 끝부분에서 약간 넓어진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