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은 마치 이웃동네 넘나들 듯 ‘프리패스’
슬로베니아~이탈리아/08.10.29~11.06 30여 분 달리는 사이에 세 번이나 나타난 무지개 가는 말이 커야 오는 말이 고와지는 ‘불문율’인가 10월29일 아침. 비, 구름, 해가 동시에 그려져 있는 일기예보 TV 방송을 보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거리로 나왔다. 파란 하늘이 한쪽에 보였고 대체로 회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로 도로는 젖어서 물방울이 자전거 바퀴를 타고 튀었다. 될 수 있는대로 물이 안 고인 도로를 타고 달렸다. 코세브제를 빠져나오자 햇살이 비치며 흐릿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그리고 5분쯤 달렸을 때 또 하나의 무지...
수몰돼 더부살이하다 독립해 약초로 부활
[마을을 찾아서] 제천 산야초마을 천연염색 부부 이주 뒤 체험마을로 변신 마을이 사라져 간다. 어르신들만 남으면 잊혀 가고, 떠나면 사라진다. 주민은 남고 싶은데 사라져야 하는 마을도 있다. 제천시 수산면 청풍호숫가 하천리는 잊히고 사라질 뻔하다 살아남은 마을이다. 주민들은 수백년 내려온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과, 남의 마을에서 더부살이하는 설움을 겪었다. “암, 죄 겪었지. 저 아래 살다 쬐껴 올라왔어. 동네 이름두 읎어질 지경으루 갔다가 제우 살어남았지.” 아침에 잡아 갓삶았다는 뜨거운 돼지고기와 시루떡을 권하며, 노인회장 이정환(...
고속도로 달리다 스티커 끊어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08.10.23~28 서쪽으로 갈수록 숙박비 커져 경비 절대 비중 아름다운 산길 풍경에 ‘동화 속 나라’ 온 착각 주판자에서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5㎞쯤 달렸을 때 경찰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스티커를 끊었다. 과태료 500쿠나를 내고 5㎞ 앞의 인터체인지까지 견인되었다. 경찰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견인되기 직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서 유럽지도를 구입해 지도를 본 뒤 다음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일반도로로 갈 예정이었다. 터키에서부터 영문 유럽지도를 구입하려 하였으나 살 수 없었다. 나의 GPS에는 일반도로는 나와 있지...
300년 전통 벌꿀 따며 땀도 정도 품앗이
[마을을 찾아서] 산골체험·벌꿀 마을 곡성군 상한리 섬진강 줄기와 보성강 만나 봄빛 짜 내려가는 곳 수십년전 풍경 서린 골목과 돌담 흙집 다 볼거리 섬진강 따라 가니 봄이 온다. 나른해진 물살이 속살 다 보여주고, 햇살 만난 여울은 꽃빛으로 반짝인다. 몸 비틀며 내려온 섬진강 줄기와 보성강이 만나 껴안고 구례·하동·광양으로 봄빛을 짜 내려가는 곳. 곡성군 죽곡면 봉두산(동리산) 자락에 아지랭이 흙냄새가 아찔하다. 봉두산 밑 첫동네 상한리(웃한배미·하늘나리마을)에 망박골, 매네미골 얼음 녹은 물이 자지러지자, 20여 가구 40여명 어르신들도 봄맞이에...
대도시 통과는 언제나 미로찾기
세르비아~크로아티아/08.10.18-22 실수로 찍은 사진이 때론 아름다운 ‘추상화’ 진입로 없는 다리, 강변에서 리프트로 올라 파라신 시에서 묵은 호텔에서는 저녁에 결혼식 피로연 파티가 있었다. 많은 하객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와서 로비 옆의 큰 연회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나팔수들이 나팔을 불고 하객들은 밤늦게까지 술과 다과를 들며 흥겹게 춤추는 모습은 유럽 문화의 일면이다. 그날 호텔방은 일찍 예약이 끝났고 하마터면 나도 방을 구하지 못할 뻔하였다. 숲 사이로 깊고 멀리 흐르는 푸른 다누베강 다음날 새벽, 창가에 붉은 빛이 비쳤을 때 아침 노을은...
그곳에 가면 내 몸에 녹색 피가 흐른다
[걷고 싶은 숲길] 장성 축령산 편백·삼나무숲 피톤치드 ‘목욕’, 스트레스 우울증 아토피도 싹~ 도시락·도서·돗자리 ‘3D’ 챙겨 ‘그림 속의 한 점’ 키다리 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았다. 수십 미터씩 곧게 뻗은 편백나무·삼나무·낙엽송 들이다. 서로 기대고 어깨 겯고 우거져, 깊고도 진한 피톤치드 숲을 이룬다. 걸으면 솔향이 몸을 감싸고, 멈추면 흙내음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든다. 걷고 또 걷게 하는 것은 새와 바람 소리, 앉고 또 누워 흠뻑 젖게 하는 건 시시때때 새로워지는 숲의 빛깔이다. 탐방객들은 이 숲에 들어와 피톤치드 목욕을 하고 나간다. ...
땅파먹던 재주가 보배가 될 줄이야
[마을을 찾아서] 김천 장뜰 옛날솜씨마을 태풍 휩쓴 폐허에 그래도 남은 건 어르신 ‘지혜’ 농사짓고 밥해먹고 놀던 그대로 도시인 정 체험 짚풀공예 담당 김홍배(74)씨가 가르치기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새끼를 이래 꽈옇고 요래요래 묶어 요짝조짝 다시 꽈옇고 해서 맨드는 긴데, 한 시간을 갈콰줘도 몬 하는 기라. 계란꾸리미, 짚신 삼기도 이래 애려운데 멍석 짜기를 우예 갈치노, 고마.” 노인회장 최병욱(77)씨가 배우기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고래 복잡시럽게 하모 우예 알아듣노. 저짝(방문객) 따라하기 좋쿠러 쉽게 지대로 갈차야지.” 경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