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짐승같은 욕정에 몸 날린 절망
사량도 옥녀봉 비극적 사랑 품은 남매바위는 애틋하기나 하지… 뭍에서 불과 30분, 한려수도 수려한 풍경 한눈에 통영시 사량도 유스호스텔 뒷길로 옥녀봉에 오른다. 등산로 길바닥이 닳을 대로 닳아 윤이 반질반질하다.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다녀간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겠다. 왜 아니겠는가. 뭍에서 불과 30분 거리의 섬,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길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수십만명이 천년 걸려도 못할 일을 단 며칠 만에 뭉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분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캐가고, 난과 야생화를 뽑아가느라 산을 훼손시키지만...
골목골목 누비며 뜨끈한 ‘정’ 말아 콩국 한그릇
포항 죽도시장 ‘외환아재’ 이일혁씨 여기서도 “아재” 저기서도 “아재”, 아지매 단골 최고 오카리나 만들고, 최고 연주자 되는 게 꿈 포항 죽도시장 콩국장수 이일혁(36)씨는 ‘외환아재’로 불린다. 지난해 말까지 이른 새벽시장으로 나가 콩국을 팔고, 아침엔 시장 옆 외환은행으로 출근해 경비 일을 했었다. 경비 일이 너무 고되어 사직하고 올해부터는 콩국 장사에 ‘올인’하고 있다. 14만㎡ 드넓은 죽도시장 골목골목을 밤낮으로 누빈다. “외환아재 왔네. 아재야, 여기 콩국 하나 말아주소.” 한복집 아지매가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부른다. “예 어머니, 뜨끈...
이번엔 한밤 날강도, 겁없이 ‘선빵’을 날렸다
<4>가방은 털렸어도 “훠킹 쉣 £∞¡яЩð&€÷≠※ð?!!”…그냥 갔다 외계인과 교신하고 신의 계시로 만났다는 그 에콰도르의 키토로 돌아간 뒤, 일행 중 한 명이지만 키토에 남은 친구와 다시 일행이 되었다. 일단은 그 친구의 통장으로 부모님께 송금을 부탁하고, 페루로 떠나기 전까지 키토에서 쉬기로 했다. 한번은 키토의 뉴타운에서 유학생 친구들과 만났다. 자정을 지나서까지 마시고 놀았다. 금요일 밤이라 꽤나 밝고 사람도 많았지만, 숙소로 돌아오던 중 뒤에서 흑인 남자와 현지인이 우리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낌새가 이상한...
코끝 쨍 손끝 짜릿, 겨울맛 제대로 낚는다
강원도 겨울축제 ‘얼음낚시’ 30~50㎝급 대어 쑥쑥…즉석요리 체험관도 개썰매·스키마차 등 가족·연인 한나절 ‘딱’ 보기 드물게 춥고 배고픈 겨울이다. 오랜만에 겪는 을씨년스런 나날이다. 이 혹독한 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움츠러들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즐기는 게 좋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보다 ‘피할 수 있어도 즐기자’가 좀 더 즐거운 방식일 듯하다. 추우면 추울수록, 얼음이 얼면 얼수록 즐기면 되고, 즐길수록 몸은 더 따뜻해진다. 꽝꽝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즐기는 고기잡이 삼매경으로 추위를 날려 보자. 우리 조상들은 이 땅에서 더...
마법처럼 가방이 없어졌다, 아뿔싸!
<3> 거지가 된 사연 잠깐 짐을 놓고 멍해 있는 사이 순식간에 4천 달러·카메라 2대 등…돌아가야 하나 콜롬비아를 거쳐 에콰도르에 3주 조금 넘게 머무른 뒤, 나와 일행은 에콰도르의 휴양지 빌카밤바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 쿠엔카를 거쳐 페루 국경과 가까운 로하로 갔다. 아니 잠깐, 여행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 대한 내용을 날려먹냐고? TV 드라마도 아니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것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처음으로 아팠다, 긴장이 풀어졌나 보다 앞으로 나올 페루와 볼리비아에 대한 애정이 지...
최고 음택 명당…숲은 조선 건축 ‘버팀목’
삼척 준경묘·영경묘 속리산 정이품송과 결혼한 100살 미인송 일품 숭례문 복원 소나무 벌채…눈 덮이면 ‘산수화’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 숲길에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해 말 이 숲에서 베어낸 20그루의 금강소나무를 헬기가 오십천 둔치로 옮기는 중이다. 불탄 숭례문 복원에 쓸 소나무다. 아름드리 황장목(속이 누렇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들을 베어내 길이 20m 안팎으로 다듬었다. 오십천 둔치에서 다시 일정한 길이로 잘라 강릉 목재소로 옮긴 뒤 손질한 다음 서울로 옮겨지게 된다. “숭례문이 불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펑펑...
떡메로 얼음 치면 환장할 맛이 ‘파다닥~’
영월 주천강 전통 겨울천렵 언 강 뚫어 곡괭이로 돌 들추고 포크작살로 콱! 꺽지·동자개 등 술안주 삼아 추억도 ‘노릇노릇’ 얼어붙은 강을 걷는다. 투명한 얼음 밑 깊은 강바닥이 훤하다. 유리판 위를 걷는 느낌이다. 쩡, 뚜두둥, 따닥, 텅 …. 멀리서 가까이서 얼음판을 울리는 청아한 소리. 얼음 갈라지는 소리다. “어이, 여서부터 시작해 볼까? ” 강원 영월군 주천면 주천강. 주민 넷이 섶다리 상류 얼어붙은 강 한가운데 모였다. 모처럼 나선 겨울 천렵, 모두들 다소 흥분된 표정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밥 먹듯이 물고기잡이를 함께 즐겨온 초·중·고교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