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는 ‘교장쌤’, 서류 결재는 운동장에서

양촌초등학교 정석중 교장 맨발로 축구하는 학생 발 다칠까 비질로 돌 골라내 낙엽도 다 져가는 늦가을 아침. 곶감마을로 이름난 논산 양촌면 인천리(인내)를 찾았다. 울타리마다 차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주황색 홍시 몇개가 보석처럼 빛나는 마을이다. 면사무소 옆으로 펼쳐진 양촌초등학교 운동장. 수업이 시작돼 운동장은 텅 비었는데, 운동장 한쪽에 늘어선 느티나무 아래, 싸리비로 낙엽을 쓸어 모으는 사람이 보인다. 느티나무도, 청소하는 사람도, 싸리비도, 길고 선명한 그림자 하나씩을 끌고 있다. 마을 이야기라도 들어볼 생각에 다가가니, 놀랍게도 넥타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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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저민 꿀단지 800만개, ‘떫은 마음’도 방그레

논산 양촌 곶감마을 집집마다 주황빛이 주렁주렁, 서까래 휘어질라 식초로 와인으로 변신 “좌우지간 무쟈게 진혀” 강원 산간엔 눈발이 날리고, 남도 숲길 나무들은 마지막 단풍잎을 흩뿌리며 가을빛을 마무리하는 때다. 아직도 늦가을 정취가 물씬한 충남 논산의 ‘양짓마을’로 간다. 울타리 안팎의 감나무들엔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점점이 박힌 주황빛 까치밥들이 눈부시다. 일년 내내 따스한 햇살이 든다는 양촌면 곶감마을이다. 집 안팎으로 내걸어 말리는 곶감이 졸깃졸깃 익어가고 있다. 알몸으로 얼고 녹고 마르고…‘눈웃음’ 짓는 까치들 충남·전북의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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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그고 여는 비밀의 안과 밖, 욕망의 경계

<5> 서울 쇳대박물관 다양한 동식물 모양으로 권위·복·다산 상징 서양은 열쇠, 동양은 자물쇠 몸통이 더 발달  박물관 정보    위치=서울 종로구 동숭동 187-8  개관=2003년  주요 전시물=국내외 전통 자물쇠, 빗장, 열쇠패, 장석 등  입장료=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5백원  개관시간=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연락처=(02)766-6494 나만의 것을 소유할 때 문을 닫아걸고 잠그는 일이 필요하다. 문과 자물쇠는 내것과 네것의 경계를 확실히 하기 위한 장치다. 소유욕과 지배욕, 지배계층과 부유한 사람들의 증대와 함께 발전해온 것이 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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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이고 넘던 고갯길 ‘삶의 족적’으로 ‘푸근’

홍천~양양 구룡령 옛길 만리 내다보이는 명당…호랑이도 뺏길세라 ‘어흥’   정상에서 이리저리 몸 틀며 내려가니 어느새 3㎞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홍천 명개리에서 양양 갈천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구룡령이다. 굽이굽이 몸틀임을 하며 이어지는 길은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아홉마리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이 고개를 타고 치솟아 오르다, 아녀자의 눈에 띄어 소리치는 바람에 떨어져버렸다는 얘기가 전한다. 56번 국도 구룡령 정상엔 산림전시관이 있고, 화장실이 있고, 백두대간구룡령이라 쓴 대형 빗돌이 있다. 빗돌 아래엔 뜨거운 차와 컵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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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으로 돌아온 여행의 끝, 나는 아바타였다

<21> 혼자, 진짜 홀로 그 내가 나인지 지금 내가 나인지, 몸과 마음 따로 반은 현재, 반은 과거 헤매며 다시 낯선 공기 꿈꿔   약 6개월간의 여행이 끝났다. 무거운 짐을 마중 나와 주신 부모님과 나눠 들고 익숙한 계단을 올라 문을 열었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너무나도 익숙해 오히려 낯선 우리 집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그리워했던 몽글몽글 부드러운 고양이가 멀리서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현관에 오똑 앉아 있었나보다. 와락 안으려고 하니 오랜만에 보는 내가 낯선지 깜짝 놀라 피한다. 그래도 멀리서 지켜보다 슬금슬금 다가와 다리에 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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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나주 배는 그 배가 아닌갑소잉

나주 도심 걷기 풍수상 ‘배’ 형국…서울 빼닮아 ‘대리 한양 구경’ 곳곳 항일 흔적…진한 곰탕길 옆 진한 연애고샅 나주는 백여년 전까지 전라도의 중심 도시였다. 전주와 함께 호남지역의 행정·군사·지리적 거점 구실을 했다. 전라도란 명칭이 전주·나주에서 나왔다. 고려 초 전국 12목 중의 하나로 나주목이 설치된 뒤 조선 말까지 912년간 300여명의 목사(수령)가 거쳐간 ‘천년 목사 고을’이다. 나주 배도 맛있고, 나주 곰탕도 좋지만, 유서깊은 도시의 골목들을 기웃거리는 맛도 진진하다. 나주읍성 동문 밖에서 출발해 남문과 도심 골목을 거쳐 서문터 밖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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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가려진 ‘진주’…폐허로 방치된 감동 '화석'

로마보다 매력적인 주변 유적지 ‘죽음의 도시’ 네크로폴리스. 주택처럼 뻗은 무덤 가득 기원 전 술집 메뉴까지 '고스란히'…주민 튀어 나올 듯 ‘유럽 역사문화의 요람’으로 일컫는 이탈리아 로마. 도시 거의 전체가 고대~근대 유적이다.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절반 이상이 이탈리아에, 특히 로마에 집중돼 있다. 이 한없이 넓고 깊은 문화유산의 광채에 가려 제빛을 드러내지 못하는 보석들도 로마 언저리에 널려 있다. 로마 주변의 두 폐허 유적지 체르베테리 네크로폴리스와 오스티아 안티카로 간다. 고대 이탈리아 반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흔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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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 이병학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