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유령’ 참매는 왜 올림픽공원에 왔을까 윤순영의 시선

손쉬운 먹이 비둘기 찾아 도심 공원 진출…유럽선 이미 도시 맹금류로 자리 잡아

[크기변환]YS3_7644_01.jpg » 참매는 숲 속에서 주로 사냥하는 은밀한 사냥꾼으로 알려졌다. 숲 속 번식지 모습.

지난 12월 23일 붉은목지빠귀를 관찰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이곳저곳을 살피며 걷고 있는 바로 그때,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산책로부터 20여 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서 참매가 사냥한 비둘기를 버젓이 먹고 있다. 참매는 먹이를 먹으며 나름대로 주변을 경계하지만 무관심한 사람들 눈에는 띄지 않는다.

[크기변환]YSY_0081.jpg » 번식기의 참매는 산에서 생활한다.

참매는 숲 속에서 은밀하게 사냥해 ‘숲의 유령’으로 불린다. 최근 유럽에서는 먹이인 비둘기를 찾아 도심에서 참매가 공원과 묘지 등에서 번식하고 있다.

바람을 타는 새, 참매는 진정한 사냥꾼이다. 꼬리는 방향 조절과 정지 역할을 하고 발은 먹이를 움켜쥐는 것뿐 아니라 나무 사이를 오가며 나뭇가지를 짚어가며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예리한 눈은 망원렌즈와 같아 8㎞ 떨어진 곳의 먹이를 포착한다. 참매는 먹잇감을 주로 지상과 가까운 높이에서 비행을 해 잡거나 공중에서 짧고 매우 민첩한 추적비행으로 사냥한다.

[크기변환]YS3_7653.jpg »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책로 옆이라 참매는 불안하다.

지형지물을 사냥에 잘 활용하는 새답게 나무 같은 자연적 구조물은 물론이고 도시 공간을 매우 능숙하게 활용하며, 주택가에서도 은밀하게 접근해 사냥을 한다. 오랜만에 사냥을 했는지 예민한 참매가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 옆임에도 불구하고 허기를 채우려 허겁지겁 먹는다. 참매는 사냥감 비둘기를 가지고 도심을 빠져나가기도 수월치 않았을 것이다.

[크기변환]YS3_7711.jpg » 편안치 않은 장소이기에 마음은 급하다. 사냥감 깃털이 오늘 따를 무척 거추장스럽다.

[크기변환]YS3_7708.jpg » 사냥감 비둘기 깃털을 다급하게 뜯어내는 참매. 까치가 옆에서 사냥감을 엿본다.

도심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은 의구심이 들 수 있으나 도심 속 올림픽공원도 참매의 사냥터다. 번식기에는 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보기 힘들지만 비번식기인 겨울이면 행동반경도 넓어지고 도심에 많은 비둘기 사냥은 손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를 관찰하면서 많은 새들이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고층 건축물 및 구조물의 유리창이 참매에게 치명적인 덫이 된다.

[크기변환]YS3_7675_01.jpg » 부리를 크게 벌려 살을 발라낼 참이다.

[크기변환]YS3_7681.jpg » 사냥감 비둘기의 살점을 힘차게 뜯어내는 참매.

참매는 이미 배불리 먹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코앞에서 참매를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주변에서는 까치가 서성 되며 참매가 떠나기를 바란다.

이때 맹금류를 희롱하는 까치라도 가까이 접근 했다가는  생명을 잃는다. 참매가 떠났다. 까치가 잽싸게 참매가 남긴 먹이에 덤벼든다. 까치끼리 먹이를 놓고 경쟁을 한다.

[크기변환]YS3_7803.jpg » 참매가 남기고 간 비둘기는 까치 차지다. 까치는 도시의 청소부 동물이기도 하다.

붉게 드러난 비둘기의 사체가 깔끔한 도시에서 볼썽사나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시선에선 선악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연에서는 생명의 질서일 뿐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참매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찾아온다는 건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참매에 도시라는 새로운 서식지는 기회이자 도전일 수 있다. 참매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지는 이제 우리의 과제이다.[크기변환]YS3_7754_01.jpg » 맹금류 참매는 서울이란 대도시의 새로운 식구가 될 수 있을까. 참매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희귀동물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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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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