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팥배 열매 ‘꿀꺽’ 홍여새의 겨울나기 윤순영의 시선

겨우내 달린 비상식량, 직박구리 텃새 이기며 포식

[크기변환]YSY_7193.jpg » 산사 열매를 문 홍여새.

지난 1월 10일 지인으로부터 인천 송도 미추홀공원에 황여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공원에 들렀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 새들이 마치 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다. 겨우내 달려있는 이 열매는 새들의 요긴한 겨울나기 식량이다.

[크기변환]DSC_6261.jpg » 나무 꼭대기에 앉은 황여새와 홍여새 무리.

[크기변환]YSY_8866.jpg » 홍여새는 배에 흐린 노란색을 띠고 꼬리 끝이 붉다.

[크기변환]YSY_7766.jpg » 황여새 꼬리 끝 노란색이 확연하다.

열매를 따먹을 나무가 지정되면 가까운 곳에서 열매에 손쉽게 접근할  키큰 나무를  선정해 전망대 겸  휴식 횃대로 사용하며 두 나무를오가면서  열매가 다  없어질 때까지 포식을 한다. 물을 먹으러 갈 때도  물가 근처에 높은 나무를  정해  놓고 사용하는 습성이 있다.

황여새 무리가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내려와 팥배열매를 따먹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도심 속의 공원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먹이를 먹을 때 매우 급하게 먹고  침착하지 않은  모습으로 허둥대며 반복적으로 열매를 따먹는 경향이 있다.

[크기변환]DSC_6387.jpg » 급하게 산사나무 열매를 따먹는 황여새.

[크기변환]YSY_3466.jpg » 팥배나무에 앉은 황여새가 주변을 경계한다.

[환]DSC_6421_01.jpg » 먹이를 따먹고 재빨리 산사나무를 떠나는 황여새. 열매를 미처 삼키지 않은 채 날개를 편다.

사흘 뒤 다시 미추홀공원을 찾아갔다. 팥배나무 열매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자리를 옮겨 산사나무 열매를 따먹는다. 산사나무와 팥배나무가 산재되어 심어져 있다. 홍여새와 황여새는 차례차례로 산사나무 열매와 팥배열매를 공략한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열매를 혼자 먹으러  다니지 않는다.

무리를 이루어 체계적으로 열매를 따먹는 질서 있는 행동을 보인다.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낯선 곳에서 겨울나기를 하는 새가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먹이를 섭취할 때 서로 싸우는 경우가 드물다. 홍여새와 황여새의 다툼이 없는 이웃 사촌이다. 무거워 보이는 몸이지만 날 때는 빠르게 날갯짓을 하며 때론 날개를 접어 유선형으로 활공하는 멋진 비행술을 보여준다.

[크기변환]DSC_6543.jpg » 빠른 날갯짓과 날개를 접고 유선형으로 나는 홍여새와 황여새.

[크기변환]YSY_5564.jpg » 황여새가 팥배나무 열매에 매달려 먹이 따 먹기에 열중한다.

[크기변환]YSY_7107.jpg » 항상 빠르게 열매를 따먹고 바쁘게 움직인다.

많은 수가 동시에 비행하며 미추홀공원 하늘을 마음껏 오간다. 터줏대감인 직박구리는 황여새가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지속적으로 홍여새와 황여새를 쫒아내려 방해를 해 물러난다. 그러나 물러나는 것도 잠시뿐, 홍여새와 황여새는 팥배나무열매에 다시 달려든다. 노랑지빠귀도 이곳에 먼저 도착하여 자리를  잡았다고 가세하여 텃세를 부린다.

[크기변환]YSY_7892.jpg » 직박구리 방해로 자리를 피하는 홍여새.

[크기변환]YSY_9245.jpg » 텃새인 직구리도 열매를 좋아한다. 겨울에 찾아온 홍여새와 황여새가 달갑지 않다.

[크기변환]YSY_6833.jpg » 노랑지빠귀도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텃세를 부린다.

황여새보다 드물게 찾아오는 홍여새를 오랜만에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다. 황여새 무리에 홍여새 서너 마리가 함께 생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제법 무리를 이룬 20여 마리의 홍여새를 보기란 아주 드문 일이다. 홍여새의 몸길이는 18cm, 황여새는 20cm로 홍여새가 다소 작다.

[크기변환]YSY_7997.jpg » 먹이를 따먹으면서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크기변환]YSY_9082.jpg » 홍여새가 물가를 찾아 왔다. 나무에서 생활하도록 적응한 발가락이 땅에서 걸어다니기엔 불편한 모습이다.

[크기변환]YSY_9090.jpg » 황여새도 물가를 찾았다.

[크기변환]YSY_6655.jpg » 홍여새(좌측)와 황여새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다.

두 새의 생김새가 서로 비슷해 일반인들은 빨리 구분할 수가 없다. 홍여새는 꼬리 끝이 붉은색이고 날개에 흰점이 없다고 파란 회색을 띤다. 검은색 눈선이 뒤로 가며 넓어진다. 배 중앙에는 흐린 노란색으로 보인다. 황여새는 꼬리 끝이 노란색이며 날개에 흰점과 노란색이다. 검은색 눈 선이 가늘고 배는 회갈색이다.

홍여새와 황여새는 번식지역이 다르다. 홍여새는 러시아 극동, 아무르강 하류, 중국 동북부의 제한된 지역에서 번식하고, 한국, 중국 동부, 일본에서 월동한다. 황여새는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중부, 북미 북서부에서 번식하고, 유럽 중·남부, 소아시아, 중국 북부, 한국, 일본, 북미 중서부에서 월동한다.

[크기변환]YSY_8304.jpg » 홍여새가 얼음위로 내려앉는다.

[크기변환]YSY_8305.jpg » 얼음이 풀린 곳에서 물을 먹는 홍여새.

[크기변환]YSY_8308.jpg » 물가를 분주히 오가는 홍여새.

[크기변환]YSY_8318.jpg » 홍여새는 목을 축였으니 다시 열매를 따먹으러 간다.

팥배열매를 따먹던 홍여새와 황여새가 목이 마른가 보다. 무리지어 물가를 찾아가 목을 축인다. 배부르지도 않은지 다시 돌아와 계속해서 팥배나무 열매를 따먹는다. 열매를 먹고  배설하고 수분이 적은 열매를 먹어 목이마르기 때문에 물가를 찾는 일상도 하루 종일 반복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