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 가을에 물들이다 윤순영의 시선
2019.11.17 16:12 윤순영 Edit
화사한 깃털 뽐내며 암컷에 곁눈질 , 붉은 단풍처럼 달아올라
» 수컷 원앙이 몸을 풀고 있다.
» 가을은 원앙 차지다.
지난 10월 어김없이 김포 장릉 저수지에 원앙이 찾아왔다. 2009년 12마리 관찰 이후 꾸준히 먹이 주기와 보호활동을 해온 덕분에 이제 300여 마리로 늘어났다. 중간 기착지로 자리매김을 한 셈이다.
» 단풍과 함께 물든 원앙의 모습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 단풍 사이로 평화롭게 노니는 원앙들.
» 암컷 원앙이 있는 곳엔 수컷 원앙들이 뒤따른다.
붉게 물드는 저수지에서 원앙 수컷이 내년 봄의 짝짓기를 앞두고 혼인색으로 바뀐 깃털을 화려하게 드러냈다. 아직 털갈이를 못 한 수컷들도 눈에 띈다.
원앙이 단풍잎으로 물들었는지 단풍이 원앙을 닮았는지 모를 만큼 둘은 함께 어우러져 저수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 인기척을 느끼고 나무에서 내려오는 원앙 무리.
» 저수지 주변 나무들은 원앙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물가에 내려와 유유히 떠다니는 원앙무리.
» 원앙 암컷 한 마리에 수컷들 경쟁이 치열하다.
원앙은 경쟁자와 힘으로 경쟁하기보다 가장 멋스럽고 화려한 깃털을 내세워 힘의 상징으로 과시한다. 화려한 깃털은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암컷을 유혹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깃털 치장이 곧 짝을 맺는 경쟁력이다.
원앙이 금실 좋은 부부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은 깃털 관리를 철저히 하는 원앙 수컷에게 달려 있다. 가을은 원앙 수컷이 맞선을 보는 계절이다.
» 원앙 암컷.
» 휴식을 하며 깃털손질을 하는 원앙.
» 수컷 원앙이 암컷 원앙 곁으로 다가간다.
수컷들은 봄과 가을에 목숨을 다 바칠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구애해 눈에 많이 띄지만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보이지 않는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암컷 원앙 몫이다.
원앙들이 저수지에 늘어진 나뭇가지 위에서 쉬고 물가로 다시 내려와 물질하기를 반복한다. 나뭇가지는 피난처이자 휴식처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 물가에서도 암컷 원앙 곁을 떠나지 않고 간택 받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 원앙 깃털이 단풍에 물든 저수지를 닮았다.
암컷 원앙을 졸졸 따라다니는 수컷 원앙의 필사적인 구애가 붉게 물든 저수지에 생동감을 더 불어넣는다. 수많은 나뭇가지에도 각자의 지정석이 따로 정해져 있어 자리싸움도 한다.
벌써 눈이 맞은 원앙들도 보인다. 그러나 언제 내쳐지고 다시 암컷 원앙에게 간택을 받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 자리를 이동하는 원앙 수컷.
» 수컷 원앙은 암컷 원앙 그림자만 봐도 쏜살같이 달려간다.
» 짝짓기는 후손을 이어갈 운명적 경쟁이다.
단풍잎이 다 떨어지고 저수지에 겨울이 오면 원앙들은 따듯한 곳을 찾아가 월동을 하고 번식지로 돌아가는 내년 봄에 이곳 저수지에 다시 들러 산벚꽃과 어우러진다.
» 김포 장릉 저수지 전경.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