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이별이다 태평육아

사진_1~2.JPG 내년 봄이면 세 돌이 되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 끝나고, 젖을 못 떼서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끼고 있던 아이를 이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친구가 필요하다는 게 남편의 오랜 주장이었고, 아직은 서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유보태세를 취하던 나도 이제 막 전향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일이 난제다. 다른 건 모르겠고, 빡세게 프로그램을 돌리지 말고, 태평하게 아이들을 잘 놀릴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집의 조건이다. 수소문하여 집 가까이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추천받아 상담 받으러 갔다. 마당이 있는 아담한 2층집이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처음 방문인데도 우리가 상담받는 동안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여기서부터 딱 막힌다. 원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한데, 마을이 온데간데 없어졌으니 공동육아 형태로 공동체를 형성해서 아이를 키워보자는 거다. 그런데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출자하고 조합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의 어린이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물론 영어유치원에 비하면 반절이지만…). 지금까지 애한테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태평하기만 했던 육아가 전혀 다른 국면이 된다. 철학은 대안적일 수 있는데, 비용이 대안적이지 못하다는 점, 그러니까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어린이집에도 가보았다. 그런데 아직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걸 보고 그냥 나와버렸다.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 중이다 

두 번째는 생각지도 못한 우리 딸의 비토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후 가끔 딸한테 물어본다.

너 도토리(공동육아 어린이집 이름) 갈래?”

아니, 도토리 싫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까지 절래절래 흔든다.  

거기에 금비 언니도 있고, 친구도 많고, 장난감도 많잖아

금비 언니 싫어, 친구 싫어

아직 말을 제대로 하는 건 아니지만, 가기 싫다는 게 지금 현재, 정확한 심리상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직관적으로 엄마 품에서 밀어내려는 걸 느끼고 있는 걸까? 조금 더 데리고 있어야 하나? 하지만, 애들이 처음엔 그래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적응할 것이다. 나보다 더 잘 적응할 것이다.

마침 친정 부모님이 오신 김에 떨어뜨리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낯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했다.

엄마, 금방 갔다 와!”

약간의 우려와 달리 아주 멀쩡하게 이별을 해주었다. 중간에 전화를 해보니, 아주 멀쩡하게 잘 놀고 있다고 했다. 신통했다. 아이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랜만에 자유의 몸으로 돌아댕기니 아주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다. 3년간 애착과 신뢰가 충분히 형성됐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반나절 만에 집에 들어가니,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반겨주었다. 아직 어떤 어린이집을 보낼지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서서히 마음으로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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