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세 명의 아웃사이더 태평육아

cfaae2254d49a283356139223c963153.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모범생(?)으로 살고 있는 나는 꼬마 때부터 내놓은(!) 아이였다. 패밀리비지니스로 두부집을 하던 부모님이 워낙 바쁘신 터라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에 입학 전까지 3년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호사를 누렸다. 흑백에서 칼라로 넘어가던 그 당시에는 어린이집 다니는 것 자체가 호사여서, 지금도 소꿉친구들을 만나면 '난 어린이집 다닌 아이' 신분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동네골목을 전전하는 내 친구들이 더 부러웠다. 나는 어린이집의 그 어떤 프로그램도 크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없다. 나는 선생님의 지시에 순종하기보다는 자유의지가 강했고, 영 따분하면 교실 밖으로 나오길 주저하지 않았다. 늘 놀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요즘 우리 딸이 그 비슷하다. 일요일 교회 유치부에서 그렇다. 보통 두 돌이 지나면 엄마, 아빠와 함께 있던 모자실을 졸업하고 상급반인 유치부로 간다. 처음에는 엄마나 아빠와 유치부에서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유치부에 적응하는 수순을 밟곤 한다. 나 역시 두 돌이 지나고 젖을 떼자 아이를 떨어뜨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에 부풀었다(호시탐탐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나 다름없다.^^). 그런데, 내 기대와 달리 우리 아이는 유치부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우선, 다른 아이들처럼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뭔가 놀고 싶어했다. 앞에 떡 하니 놓여있는 피아노를 만지고 싶어했고, 선생님이 사용하는 마이크도 차지하려고 했다. 코가 개코인지, 간식 있는 곳을 찾아내 주위를 서성였고, 모두 일어서 율동 하는 시간에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우려고 했다. 이런 우리 아이를 적응시켜보시겠다고 유치부 선생님 중 한 분이 '그러는 거 아니야~' 훈계했더니 더 보란듯이 청개구리 짓을 했다. 우리 아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어쩌면 저렇게 잘 앉아서 집중하는 걸까? 오히려 가만 앉아 있는 아이들이 너무 신기했다. 어쨌든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으로 판단, 전격 후퇴 결정! 다시 젖먹이들이나 오는 모자실로 귀환해서 유급생 주제에 모자실 최고 언니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처럼 유치부에 적응하지 못한 두 명의 아이들이 더 있다.37bd6ceef342444b1d5a453580a2cc5d. 하나는 교회에서 악동으로 소문난 하음이다. 농구선수처럼 큰 아빠를 닮아서 발육상태가 남다른 하음이는 우리 아이랑 개월수는 엇비슷한데, 우리 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다. 우리 아이는 평면적인데, 하음이는 아주 입체적인 조각미모를 자랑한다. 아직 단어로 의사소통을 겨우 이어가는 우리 딸과 달리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우월한 유전자다. 그런데 유치부에서는 악동이라는 별명을 꿰어찼다. 하음이도 유치부 예배 스타일이 아닌 듯 했다. 늘 불안하고 불편해보였다. 결국 눈 주위가 빨개져서는 엄마 품에 안겨 모자실로 돌아오는 우리 아이의 유일한 동지다. 하음이 엄마는 찬양팀에서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하음이를 유치부에 떨어뜨려놓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매번 실패하니 늘 속상하다. 엄마가 떨어뜨려놓고자 하는 마음을 알아서 그런지, 잘 놀다가도 수가 틀리면 울고 떼를 쓴다. 하음이는 유치부, 모자실, 로비, 계단을 전전하고 있다.


또 한 명의 아이는 우리 아이나 하음이보다 훨씬 더 큰 다섯 살 민준이다. 민준이도 유치부에서는 문제아로 찍혀 있는 상태다. 민준이는 아주 에너자이저다. 한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고, 움직여야 사는 남자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액션도 훨씬 버라이어티하다.  힘은 또 얼마나 장산지 엄마조차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좀 차분해졌지만, 그래도 유치부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늘 로비에 있는 벤치 신세다. 민준이 엄마는 ‘사람들이 ADHA아니냐?’고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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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이 문제적 아이들로 보고 있는 이 세 명의 아웃사이더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이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저마다의 결이 다르고 속도가 다른 아이들이다. 어찌보면 정해진 틀과 형식을 거부하고 늘 탐구하고 도전하는 벤처정신을 탑재한 아이들이다. 물론 얌전히 엄마, 아빠랑 떨어져주고, 가만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침과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아이들도 참 예쁘고 신기하다. 그러나 그 틀을 거부하고 룰을 깨고 나오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참 신통방통하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무엇이 이 아이들을 움직이고, 탐구하고 도전하게 만들까? 그 속이 궁금하다. 늘 아이랑 있다 보니 설교말씀이라고는 맨 앞 한 문장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괜찮다. 머지않아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품 안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와 세상 속으로 걸어나갈 것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매번 우리 아이가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하음이 엄마와 ADHA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한 민준이 엄마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다. 매일 유치원 밖에서 뛰어나와 놀던 저, 이렇게 범생이(!!)로 잘 살고 있거든요! 왜 이렇게 산만하고 엉뚱하냐는 소리를 듣던 저, 이렇게 자칭타칭 창조적 자유인으로 잘 살고 있거든요! 남들이 뭐라하든 신경쓰지 말아요! 아이들은 다 다른 존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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