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과 2 사이, 고냐 스톱이냐? 태평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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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언제 둘째 가질 거냐고. 요즘 인사 대신 듣는 질문이라서 아예 모범답안까지 마련해두었다.

그런데 남편과 내 대답이 다르다. 내 대답은 생길 때 되면 생기겠죠?’인데, 남편의 대답은 아주 고전적이면서도 절박한 속내가 담겨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오랜만에 친구가 놀러 왔다. 또 예상질문 나오신다. 남편이 또 하늘타령을 한다. 그런데 이 집요하고 거침없기로 유명한 이 친구가 거기서 멈출 리 없다.

왜요? 자주 안 해요? 일주일에 얼마나 하는데요?”

원래 이런 류(?)의 이야기는 내가 떠들면 떠들지, 남편은 수줍음을 타서 잘 못한다. 그런데 그날은 아주 작정을 한 듯 했다.

???? 일주일요? 아마 한 달에 한 번 할 걸요!”

안 그래도 눈이 큰 친구의 동공이 무한 확장되었다.

뭐라고????? 에이너무했다. 네가 잘못했네…”

친구가 받아주니, 아주 신이 나서 아예 성토의 장이 되었다.

매일 머리 아프다, 몸이 안 좋다, 핑계를 대요.아무래도 애정이 식은 거 같아요...”

요즘 정말 피곤해서 생각이 없다, 나와는 반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몸이 아주 원초적(!)이 된 남편의 요구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힘들다. 너무 결과 중심적이다 등등 나도 나름대로 항변해보았지만, 친구의 결론은 이렇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해라!”

참고로 이 애매한 것을 정해준 친구는 싱글 여성이시다.ㅋㅋ 싱글여성한테 부부관계 상담을 받고 있는 처지가 된 이 시추에이션은 뭔지!!! 아무튼 남편과 나 사이에 팩트의 엄청난 차이, 둘째에 대해서도 약간의 온도차이가 있지만, 애정녀의 등장으로 나는 둘째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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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도 아이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분명히 있다. 방법은 임신일수도 있고 입양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아이를 특별히 좋아해서, 아이를 키울 능력이나 준비가 돼서는 아니다. 아예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시작한 김에는 형제, 자매는 있는 게 좋겠다. 문제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게 문제다. 분명히 머리를 그렇게 생각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머리로는 둘째 생각이 있는데, 몸이 사실상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상태랄까? 물론 피임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나의 적극적 의지는 결여된 상태로 남편의 요구에 아주 최소한의 방어로 일관하면서 태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마냥 태업을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초산이 늦었던 데다 나도 이제 40을 바라보고 있다.

몸이 동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해서 이 균형을 한동안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일과 육아의 병행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아이를 키워놓은 분들은 애들은 낳아놓으면 저절로 큰다, 둘째부터는 수월하다, 터울이 너무 많이 지면 힘들다며 빨리 서둘러 가지라고 한다. 둘씩 낳고 출산기능을 정지시킨 분들은 더 낳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된다며, 적어도 셋은 낳으라고 한다. 아이가 남는다나? 아주 공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쾌하게 그러자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과연 내 몸은 누가 동하게 만들어줄 것인가나도 궁금하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12로 조만간 1이하로 떨어질 거란 전망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 1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아야 하는 합계출산율은 2.1이라고 한다. 내가 1 2, 그 사이에 있다. 고냐 스톱이냐, 고민이다. 이걸 연구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출범한 2.1연구소에 나 스스로가 연구대상이 될 용의가 있다. 내가 1에서 2로 넘어 가는 날, 둘 중 하나다. 우리 사회가 대단히 좋아지거나, 첫째처럼 사고(!)이거나.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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