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과 날숨 길이 같이, 마음 모아 고르고 길게 이길우 기자의 기찬몸

단학호흡 이끄는 윤홍식 홍익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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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젊어지는 약이라고 하고
율곡·퇴계·김시습도 찬탄했다
 
조선 선비들의 은밀한 호흡법을
스승 권태훈이 <단>으로 널리 알렸다
 
고교 때부터 호흡 수련에 빠져
대학 땐 이부자리 싸들고 가서 배웠다
 
‘사회에 적극 참여’ 스승 가르침 따라
3천 개 넘는 무료 강의 동영상

수련 통해 30초-30초 단계 이르면 
몸과 정신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가부좌 안 해도, 허리 쭉 펴지 않아도
코로만 숨 쉬며 긴 시간 편안하게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봄 못 속의 물고기처럼 미미하게 숨을 내쉬며, 움직임이 극에 달하면 칩거한 온갖 벌레처럼 고요하게 숨을 들이쉰다. 고른 호흡은 바로 이것과 같다. 면면(綿綿·가늘고 길게 이어짐), 밀밀(密密·고요하고 깊음), 유유(幽幽·그윽함), 미미(微微·있는 듯 없는 듯)하게 숨을 내쉬니 온몸의 만 가지 구멍으로 기가 따라 나가고 숨을 들이쉬니 온갖 구멍으로 기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이것이 늙은이를 젊게 하는 약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1569~1618)이 자신이 쓴 한정록에서 설명한 호흡법이다. 은거자를 위한 교양서인 이 책에서 허균은 젊어지는 약으로 고른 호흡을 들었다. 조선시대의 혁명가이자 사상가, 문필가로 꼽히는 허균은 홍길동처럼 초인를 꿈꿨다. 그가 표현한 호흡법은 심신 수련법의 기초이다. 온 몸의 에너지를 만들고 축적하는 기원을 호흡으로 꼽고, 그 호흡법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다.
 허균뿐 아니라 조선시대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시를 통해 호흡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율곡 이이, 퇴계 이황, 화담 서경덕, 매월당 김시습 등이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고 활기를 준 호흡을 고마워하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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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쉬워서 하지 않을까 걱정”
 그런 조선시대 선비들의 은밀한 호흡법을 만천하에 알려준 이는 봉우 권태훈(1900~1994)이다. 그는 1980년대 자신의 건강 호흡법을 기술한 소설 <단>을 통해서 추상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던 기의 존재를 일반화시키며 ‘조선식 호흡법’을 간단 명료하게 설명했다. 이 소설은 한 해 50만 부가 팔리며 우리 사회에 ‘단’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고 호흡 수련에 빠졌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윤홍식(44) 홍익학당 대표이다.
 윤 대표는 동서양의 고전과 철학을 유튜브를 통해 활발히 강의하는 인문·철학자이기도 하다. 연세대 사학과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의 3천여 개가 넘는 무료 강의 동영상은 조회 수가 3800만을 넘어섰다. ‘홍익학당’을 차려놓고 단학과 철학을 강의한다.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권태훈의 제자가 됐다. 당시 서울 세검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권씨의 집에는 전국에서 그에게 직접 단학을 배우려는 이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이부자리를 싸들고 와서 단학을 배우기를 청했다고 한다. 당시 윤씨는 그런 제자들 가운데 막내였다. 단학호흡 수련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많은 이들이 그리 몰두 했을까 
 지난 1일 낙엽이 두껍게 깔린 북한산 계곡으로 윤 대표와 올라갔다. 실제 단학의 호흡을 보고 싶었다. 윤 대표는 <초보자를 위한 단학>등의 관련 서적과 호흡법을 설명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20여 년 수련한 조선식 호흡법을 보급하고 있다. 그의 호흡은 단순했다. 권태훈이 살아 생전 전국에서 몰려 온 제자들에게 “너무 쉬워서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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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 있는 의식으로 호흡 알아차려야
 “단학의 호흡은 고르고 미세하게 하되, 길게 끊어지지 않게 하면 됩니다.” “단학은 호흡이 전부”라고 말하는 윤 대표는 우선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고 했다. 마음이 번잡하면 어떤 수련도 효과가 없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느끼면서 배꼽 아래 5~6㎝ 아래에 위치한 단전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두 다리는 가부좌를 틀면 좋으나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면 그냥 편하게 앉아도 된다고 한다. 편해야 호흡을 오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는 쭉 펴려고 애쓰지 말고 편하게 세우라고 했다. 자세에 구애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눈은 감지 말고 자신의 콧등을 바라보고, 콧구멍은 자신의 단전을 향하도록 한다. 입은 꼭 다물고 호흡은 코로만 한다. 코로 호흡하면 공기의 불순물을 거르기도 하지만, 입으로 숨을 쉬면 몸 안의 정기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호흡은 몸 안의 탁한 기운을 토해 내고, 맑은 기운을 들이쉬는 과정이다. 호흡에 온전히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윤 대표는 “호흡에 몰입해야 하는데 누구나 잡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 들숨과 날숨이 내 생명의 전부이고 이 순간 이 호흡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잡념이 사라지지 않으면, ‘들이쉰다, 내쉰다’를 속으로 외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생명의 근원인 호흡을 깨어있는 의식으로 알아차리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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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호흡 멈추는 중국식과 달라
 단전호흡에 몰두하는 윤 대표의 표정이 한없이 평온하다. 그는 호흡수련 5년만에 이미 태식호흡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태식호흡이란 갓난아이가 탯줄로 호흡하듯 배꼽으로 깊게 호흡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그런 단계에 들어서려면 1분 들이쉬고 1분을 내쉬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평소 일반인들은 한 호흡이 3~4초다. 수련을 통해 호흡을 길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호흡의 길이를 길게 하는 데는 조선식 호흡법의 비결이 있다고 윤 대표는 설명한다. “봉우 선생님의 호흡법은 조선시대 최고의 도학서인 북창 정렴 선생이 지은 <용호비결>의 호흡법입니다.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같게 하면서 점차 호흡을 길게 하는 것입니다.”

 

 들숨과 날숨의 길이를 차이가 나게 하거나 중간에 호흡을 멈추는 중국식 도인 호흡법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호흡의 길이를 길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처음엔 2초 들이쉬고 2초 내쉽니다. 익숙하면 3초 들이쉬고 3초 내쉬고, 익숙해지면 4초 들이쉬고 4초 내쉽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렇게 1시간 호흡해도 불편하지 않아야 합니다.”
 수련을 통해 10초 들이쉬고 10초 내쉬는 단계에 이르면 배꼽 밑의 단전에 기운이 모이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계속 수련해 20-20 단계에 이르면 육체적 에너지가 엄청나게 증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30-30 단계에 이르면 몸과 정신이 전혀 다른 차원에 진입한다고 설명한다.
 “봉우 선생께서는 ‘신선 되고 도사 되고 싶은 사람은 가라. 사회에 적극 참여할 사람만 나한테 배워라’하고 가르치셨어요. 모두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일상 생활 속에서의 도를 추구합니다.” 그가 무료로 유튜브 강의를 하는 이유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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