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텔로미어 연관 노화와 암 기획코너1

전에 학교에서 생물공학이라는 과제 들으면서 썼던 글인데, 조금 수정해서 올립니다. 텔로미어의 발견, 텔로미어와 노화 및 암의 관계, 마지막으로 텔로미어에 관한 지식을 이용한 노화 및 암 치료 등에 대한 글입니다. 근데 예나 지금이나 제가 치료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리고 학교에서 쓰다가 너무 귀찮아서 쓰다 말아서(...) 뒤로 갈수록 내용이 없으요 허허. 여튼 재밌게 읽어주셨음 하네요.

 

 

텔로미어

텔로미어 연관 노화와 암

 

요약(Abstract)

텔로미어(telomere)는 일렬로 반복되는 시퀀스(tandem repeated sequence)를 지니는 부분으로, 이 이름은 그리스어로 끝을 뜻하는 텔로스(telos)와 부분을 뜻하는 메로스(meros)에서 유래된 합성어입니다. 텔로미어는 이름 그대로 염색체(chromosome)의 끝부분에 붙어 염색체의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텔로미어의 기능장애(dysfunction)는 이러한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불안정해진 염색체는 서로 융합(fusion)하게 되죠. 이 염색체 융합은 비정상적인 세포를 가리키는 하나의 신호로 작용하게 되어, 그 세포가 세포자살(apoptosis)를 일으키게 하거나 그 세포의 세포 주기(cell cycle)을 저지하게 하는 신호가 됩니다. 이로 인해 텔로미어가 짧아진 세포는 죽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세포 사멸은 결국 노화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돌연변이(mutation)이 많이 축적된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하여 암세포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노화를 일으키거나 암세포 형성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따라서 텔로미어 연구는 노화와 암세포에 대한 수많은 통찰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노화를 방지하거나 암세포를 치료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처럼 텔로미어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텔로미어가 발견된 과정을 살펴보고, 어떻게 텔로미어가 노화와 암세포 발생에 연관되는지 알아본 뒤, 마지막으로 현재 연구 중인 치료 기법에 대해서 간략히 보겠습니다.

 

 

텔로미어의 발견(Discovery of Telomere)

텔로미어 관찰(Observation of telomere)

1930, 바바라 맥클린톡(Barbara McClintock)은 세포 내에서 예상치 못한 현상을 발견합니다. 끝부분이 짧아진 두 염색체가 서로 붙어버리는 현상이었죠. 맥클린톡은 이 현상을 보며 염색체의 끝이 잘려나가면 끈적끈적한 끝부분(sticky end)이 된다고 서술하였고, 훗날 이 부분에 텔로미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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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보라색은 염색체 전체를 나타내며, 텔로미어는 그 끝에 노랗게 색칠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생물학자들은 직접적인 관찰 이전에도 이미 텔로미어와 같은 특정한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왜냐면 Figure 2에서 볼 수 있듯, 선형 DNA (linear DNA)는 복제(replication)될 때마다 끝부분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를 말단 복제 문제(End replication problem)”라고 부르는데, 복제가 일어날 때마다 짧아지는데도 유전 정보가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전달되려면 이를 막는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말단 복제 문제는 무엇이고, 이 문제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말단 복제 문제(End replication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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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말단 복제 문제. 세포 복제마다 일어나는 DNA의 복제 과정에서, DNA는 끝부분을 점점 잃게 됩니다.

말단 복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DNA 복제의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DNA 5’에서 3’이라는 특정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의 특징이에요. 이러한 특징은 DNA 복제 과정 중에 생기는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Figure 3에서 볼 수 있듯 DNA가 복제되는 데에는 dNTP (DNA의 구성성분) 5’ 말단에 달린 세 개의 인산기(노란 원 안에 P로 표시된 것)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인산기가 떨어져나가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해, 새로운 dNTP를 붙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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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DNA 복제에 방향성이 있는 이유. 5'->3'은 복제 중 오류가 생겼을 때 고치기 더 쉽습니다.

3’에서 5’으로 복제가 진행될 때와 5’에서 3’으로 복제가 진행될 때를 비교해보면, 복제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복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을 수정하려고 할 때에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Figure 3의 가장 아래쪽에 나와있듯, 5’에서 3’으로 복제가 진행된 경우에는 오류가 생겨 기존의 것을 제거하게 되면 인산기가 세 개 달려있는 새로운 dNTP를 끌어와 붙이면 됩니다. 반면 3’에서 5’으로 복제가 진행된 경우에는 오류를 제거한 뒤에 새로운 dNTP를 붙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5’ 말단에 새로운 dNTP를 붙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세 개의 인산기가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복제는 5’에서 3’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5’에서 3’으로 방향성이 정해진 DNA 복제는, 필연적으로 선형 DNA의 끝부분의 손실을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복제가 DNA로 시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Figure 3에서 나타나듯 DNA 복제가 시작되려면 프라이머(primer)라는 짧은 가닥의 RNA가 필요합니다. 이게 복제될 원래 가닥의 DNA에 붙고 나면 프라이머의 3’ dNTP가 붙으면서 DNA 복제가 시작되고, 복제가 끝나고 나면 RNA 프라이머가 DNA로 치환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치환되는 과정은 마찬가지로 프라이머 옆에 있는 3’에서부터 dNTP가 붙으면서 일어나는 것인데, 선형 DNA의 끝부분에는 다른 DNA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RNA 프라이머가 붙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DNA는 복제마다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고, 세포는 점점 유전정보를 잃게 됩니다. 이렇게 정보를 잃기 시작한 세포는 단백질 등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결국 죽게 되는 거고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듯, 우리 몸에선 수많은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다음 세대로 온전한 염색체를 전달해줍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예측한 결과와 달리 유전 정보에 손실이 없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셈이죠. 그러므로 염색체 끝부분에 반드시 어떤 특정한 기능을 하는, 예컨대 길이를 계속 늘려주는 기능을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고, 텔로미어가 이런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하게 된 겁니다.

텔로미어 서열의 발견(Discovery of telomere seq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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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미어의 반복적인 서열.

이처럼 텔로미어에 대한 예측도 있었고, 크로모좀의 끝부분이 크로모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텔로미어가 실제로 어떤 구조를 지니는지 등 직접적인 특징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은 우연히 텔로미어의 염기서열분석(sequencing)에 성공하게 됩니다.

블랙번은 염기서열분석 기법 중 생어 기법(Sanger method)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생어(Frederick Sanger)의 제자였습니다. 그렇기에 블랙번 또한 염기서열분석에 일가견이 있었고, 염기서열분석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였죠. 그러나 당시 염기서열분석 기술은 현재보다 훨씬 뒤떨어져있었고, 짧은 길이의 DNA의 염기서열만 분석할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블랙번은 원핵생물(prokaryote)의 일종인 테트라히메나(Tetrahymena)에 존재하는 소형염색체(minichromosome)를 분리하여 염기서열을 분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형염색체는 CCCCAA라는 시퀀스가 20~70회 반복되는 아주 독특한 시퀀스를 가지고 있었고(Figure 4), 블랙번은 자신이 굉장히 신비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반복적인 시퀀스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없었죠.

 

텔로미어의 기능(Function of telomere)

블랙번은 여러 학회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수행한 결과에 대해 발표를 합니다. 그러던 중 잭 쇼스택(Jack Szostak)도 블랙번이 소형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죠. 쇼스택은 그 실험 결과에 굉장히 놀랐는데, 왜냐면 그가 그때까지 수행한 실험과 반대되는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쇼스택은 당시 인공 DNA(artificial DNA)의 기능을 연구하고자 효모(yeast)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선형 DNA를 넣고 있었는데, 그렇게 삽입한 DNA는 모두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효모 내에서 잘려나갔습니다. 그런데 블랙번의 실험 결과에서 테트라히메나 에 있던 소형염색체들은 선형 DNA인데도 그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죠. 왜 두 실험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고자 쇼스택과 블랙번은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진행한 실험은 아주 간단합니다. 인공 선형 DNA를 합성할 줄 알던 쇼스택과 텔로미어 서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던 블랙번은, 인공 선형 DNA의 끝에 텔로미어 서열을 붙여 이렇게 합성한 DNA를 효모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었어요. 인공 선형 DNA가 잘리지 않고 효모 내에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죠(Figure 5). 이것은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소형염색체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밝혔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런 기능이 원핵생물인 테트라히메나와 진핵생물인 효모를 넘나들며 보존되어있다는(conserved) 것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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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미어의 기능을 밝힌 실험. 텔로미어가 있는 선형 DNA는 효모 내에서도 잘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텔로미어와 그것의 서열, 기능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텔로미어가 어떻게 합성되는지, 그것을 합성하는 효소(enzyme)는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었습니다.

 

텔로머레이즈의 발견(Discovery of telomerase)

블랙번의 제자인 캐롤 그리더(Carol Greider)는 최초로 텔로머레이즈의 특성을 밝혀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더는 테트라히메나 세포 내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릴 어떤 효소(텔로머레이즈)의 특성을 밝혀내고자, 텔로미어 길이를 늘릴 수 있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만약 테트라히메나 세포 내에 텔로머레이즈가 있다면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지게 될 것이고, 이렇게 늘어난 텔로미어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복적인 서열을 지닐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반대로 만약 텔로미어 길이와 관련된 효소가 없다면, 당시 알려진 DNA 중합효소나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 등은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지 못하므로, 텔로미어 길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었죠.

그리더는 이런 가설을 세운 뒤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먼저 텔로미어를 짧게 자른 조각(fragments), 테트라히메나 세포를 부숴 얻은 추출물,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우리가 직접 측정할 수 있게 준비 한 dNTP를 섞었습니다. 그러자 예상대로 텔로미어 길이가 늘어났습니다. 이로써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는 효소가 세포 내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게다가 그리더의 실험에선 텔로머레이즈의 특성이 몇 가지 더 밝혀졌는데, 하나는 효소의 기질(substrate)이 굉장히 특이적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트라히메나와 효모가 역시 동일한 텔로미어를 공유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Figure 6에서 볼 수 있듯 효모의 텔로미어를 넣은 6번 줄(lane)에서는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졌으며, 이를 통해 테트라히메나와 효모가 같은 텔로미어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질을 (TTGGGG)4로 넣은 5번 줄에서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졌지만 (CCCCAA)4로 넣은 7번 줄에서는 그렇지 않았고, 반복되지 않는 TTGGGG만을 넣은 9번 줄에서도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텔로미어가 기질에 대한 특이성이 굉장히 높으며, 이것은 텔로머레이즈 내부에 (TTGGGG)4와 상보적인(complementary) 서열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텔로머레이즈 내부에 텔로미어와 상보적인 RNA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모두 설명될 수 있었죠. 이렇게 텔로머레이즈가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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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머레이즈의 존재 여부와 특성을 밝힌 실험. 테트라히메나의 텔로머레이즈는 반복된 TTGGGG만을 기질로 이용하며, 효모의 텔로미어의 길이도 늘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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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머레이즈의 구조. 텔로머레이즈의 내부에는 텔로미어와 상보적인 RNA 서열이 있습니다.

 

텔로미어의 구조(The structure of telomere)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텔로미어의 구조가 좀 더 자세히 밝혀지게 되었어요. 텔로미어는 위에서 밝혀진 대로 일렬로 반복되는 시퀀스를 지닙니다. 이와 더불어, 텔로미어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여러 단백질들이 붙고(Figure 8), DNA에도 메틸기(-CH3) 등이 붙어 후생유전학적(epigenetic) 특성 또한 바뀌게 됩니다(Figure 9). 이 두 가지 특성은 텔로머레이즈가 텔로미어에 접근하는 정도를 조절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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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미어의 구조. 텔로미어에 여러 단백질이 붙어 텔로머레이즈의 접근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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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 텔로미어의 후생유전학적 구조. Figure 8에 나온 것처럼 텔로미어에 결합하는 단백질 외에도, 텔로미어 DNA 자체도 여러 형태로 바뀝니다. 이 또한 텔로머레이즈의 접근을 조절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시킵니다.

이런 구조가 왜 필요할까요?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야 하는 세포, 또는 계속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세포를 제외하곤 텔로머레이즈는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텔로머레이즈가 존재하는 세포라고 할지라도, 텔로머레이즈가 무분별하게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질병을 유발할 수 있죠. 만약 단백질이 붙는 것과 후생유전학적 수정, 둘 모두 사라지면 텔로머레이즈의 접근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텔로미어 길이가 계속 늘어납니다. 이렇게 텔로미어 길이가 늘어난 세포는 세포분열을 끊임없이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암세포가 됩니다. 반면 텔로머레이즈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텔로미어 구조가 텔로머레이즈의 접근을 차단한다면 텔로미어 길이는 늘어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이런 특성이 분열하는 세포에서 나타난다면, 그 세포의 분열 횟수를 제한할 뿐 아니라 세포의 죽음, 최종적으로는 노화를 불러일으킬 겁니다. 이렇게 텔로미어와 관련된 세포의 죽음, 암세포 발생 등을 설명하는 이론을 유사분열 시계 이론(mitotic clock theory)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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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 유사분열 시계 이론. 텔로머레이즈가 없으면 세포 분열이 진행됨에 따라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고, 이것은 세포의 죽음을 유발한다.

이처럼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는 암세포의 발생과 노화에 연관이 깊습니다. 다음으로는 이 둘과 노화와 암세포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노화(Aging)

조기노화증후군(Premature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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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1. 조기노화증후군의 일종인 워너증후군 환자.

Figure 11은 조기노화증후군(premature syndrome)의 일종인 워너 증후군(Werner syndrome) 환자의 모습입니다. 워너 증후군 환자들은 대개 헬리케이즈(helicase)라는 효소에 돌연변이(mutation)가 생겨 DNA 복제가 굉장히 자주 진행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헬리케이즈는 DNA의 이중나선을 단일나선 두 개로 쪼개는 효소이기 때문이죠. 또 헬리케이즈의 활성이 높아진 워너 증후군에선 DNA 복제뿐만 아니라 세포 분열 또한 빠르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빠른 세포 분열로 인해 워너 증후군 환자들은, 텔로머레이즈가 없는 체세포의 텔로미어 길이가 대부분 빠르게 감소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굉장히 빠르게 늙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노화와 높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조기노화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상인 사람들에서도 체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는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Figure 12). 반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텔로머레이즈의 활성이 계속 유지되는 생식세포에서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나이에 상관없이 유지되죠. 이처럼 선택적인 텔로머레이즈의 존재와 텔로미어 길이의 조절은 유전정보의 보존을 위한 메커니즘(mechanism)인 동시에, 암세포의 발생을 줄이는 메커니즘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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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2. 나이에 따른 텔로미어의 길이. 나이가 많아지면 체세포에서는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지만 생식세포에서는 그 길이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염색체의 불안정 및 염색체 융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노화와 관련이 있는지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염색체 융합과 세포 사멸(Chromosome fusion and cell death)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들면 결국 염색체 끝부분이 끈적끈적해져서 다른 염색체와 융합하게 됩니다. 이렇게 융합한 염색체는 비정상적인 세포라는 신호로 작용하여, 세포는 죽는 과정으로 들어서게 되죠.

이런 결과는 조기노화증후군 환자에게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Figure 13은 두 가지의 조기노화증후군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돌연변이시킨 경우(w: Werner syndrome mutatnt, b: Bloom syndrome mutant)와 텔로머레이즈 유전자를 돌연변이시킨 경우(t: telomerase mutant)의 실험 결과를 나타낸 것입니다. G1부터 G3, G4까지는 첫 번째 세대와 세 번째 세대, 네 번째 세대 등 각각의 세대(generation)를 나타내며, 신호 없는 말단(signal-free ends)은 텔로미어가 없어 텔로미어를 나타내는 신호가 사라졌음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G3 G4에서 세 가지 유전자에 모두 돌연변이가 생겼을 경우(wbt)인데, wbt에서는 염색체 융합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G3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없는 세포 또한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죠. G1에서는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G1의 경우에는 아무리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세포 분열 횟수가 적어 텔로미어 길이가 심각하게 짧아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텔로미어 길이가 심각하게 짧아지진 않았기 때문에 염색체 융합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테죠. 또한 조기노화증후군 돌연변이(wb)와 텔로머레이즈 돌연변이까지 같이 일어난 경우(wbt)를 비교해보면, wbt에서 염색체 융합이 압도적으로 많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텔로머레이즈가 있는 경우에는 조기노화증후군이라고 하더라도 염색체 융합이 일어나지는 않는 경우가 많으나, 텔로머레이즈가 없으면 조기노화증후군의 영향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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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3. 조로증에 걸린 쥐의 염색체 융합 비율. 텔로미어가 짧은 경우에 염색체 융합이 훨씬 많아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염색체 융합이 자손의 숫자나 세포의 죽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실험 결과(Figure 14)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wbt에 비해 wbt의 자손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wbt는 자손 숫자가 줄어드는 폭이 작고 G7 정도 되어야 그 폭이 커졌습니다. 반면 wbt G4부터 자손을 한 마리도 낳지 못했죠. 세포 사멸 또한 세대가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소(testis)의 신체에 대한 무게 비율과 세포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염색체 융합이 세포의 사멸과 전체 생명체에 아주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세포 사멸 등과 텔로미어와의 관계라기보다는 그것들과 염색체 융합과의 관계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텔로미어의 길이와 염색체 융합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있는지 알아야,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를 좀 더 잘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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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4. 조로증에 걸린 쥐의 자손 숫자와 정소의 무게, 정소 세포의 크기를 나타내는 실험 결과. wbt의 경우 세 가지 모두에서 급격한 감소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짧은 텔로미어와 염색체 융합(The shortest telomere and chromosome fusion)

결론부터 말하자면, 텔로미어 길이가 가장 짧은 염색체에서 염색체 융합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Figure 15 Figure 16에 나온 결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정상적인 텔로머레이즈 유전자를 하나 지니는 이형접합체(heterozygote; Figure 15, mTR+/-로 표기)와 텔로머레이즈 유전자 두 개 모두에 돌연변이가 생긴 상태에서 G6까지 키워낸 동형접합체(homozygote; Figure 15, mTR-/- G6로 표기)를 교배시킨 것입니다. mTR+/-는 텔로머레이즈가 있으므로 정상적인 길이의 텔로미어를 달린 염색체를 지닐 테고, mTR-/- G6는 텔로머레이즈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세포 분열을 해왔으므로 텔로미어 길이가 아주 짧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iF1으로 표기)은 텔로머레이즈의 영향이 없다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똑같은 염색체를 지닐 것이므로, 텔로미어의 평균 길이와 각 염색체마다 달려있는 텔로미어 길이의 분포가 똑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끼 쥐 둘 중 하나(mTR+/- iF1)mTR+/-인 부모 쥐로부터 텔로머레이즈를 받고 다른 쪽(mTR-/- iF1)은 받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해 달라진 텔로미어 평균 길이 및 길이 분포 등을 측정해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의 기능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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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5. 실험의 모식도. 각 쥐마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의 존재 여부를 표시했습니다.

Figure 16에서 확인할 수 있듯, mTR+/- mTR-/- G6의 교배로 태어난 세대는 두 종류의 유전형(genotype)과 표현형(phenotype)을 보였습니다. 하나는 mTR+/- iF1, 다른 하나는 mTR-/- iF1으로, 전자는 텔로머레이즈가 있으나 후자는 텔로머레이즈가 없었죠. 그리고 이 둘은 표현형에서 심각한 차이를 보였는데, 전자는 야생형(wild type)과 똑같은 표현형을 보였으나, 후자는 야생형이 아닌 mTR-/- G6와 같은 표현형, 다시 말해 염색체 융합과 세포 사멸, 정소 감소 등의 표현형을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텔로머레이즈가 염색체 융합 및 세포 사멸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침을 다시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mTR+/- iF1 mTR-/- iF1의 텔로미어 길이를 직접적으로 측정해본 결과는 예상했던 결과와 다르게 나왔어요. 이 실험이 있기 전까지는 텔로미어의 평균 길이가 염색체 융합에 영향을 주거나, 길이와 상관없이 다른 단백질 등이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정교한 실험을 해보니 mTR+/- iF1 mTR-/- iF1 둘 사이에 있는 텔로미어 평균 길이 차이는 거의 없었으며, 텔로미어 길이 분포 또한 별다른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딱 하나,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텔로미어가 없는 염색체의 빈도였습니다. , mTR-/- iF1에서는 텔로미어가 없는 염색체가 mTR-/- G6와 비슷한 정도로 관찰되었으나, mTR+/- iF1에서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던 것이죠. 따라서 텔로미어가 아예 없는 염색체가 mTR-/- iF1의 표현형을 mTR-/- G6와 똑같이 만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균 길이와 분포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으로부터 텔로머레이즈의 텔로미어 길이에 대한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텔로머레이즈는 텔로미어 길이가 가장 짧은 염색체에 훨씬 더 잘 결합하여, 이것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가장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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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6. 텔로미어 길이에 따른 염색체의 빈도. 가장 짧은 텔로미어 길이가 염색체 융합 및 세포 사멸에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습니다.

Figure 17은 가장 짧은 텔로미어를 지니는 염색체가 융합한다는 결과를 좀 더 확실히 뒷받침해줍니다. 텔로미어가 없어서 신호를 확인할 수 없는 말단(signal free ends)를 지니는 비율이 높은 염색체들이 융합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텔로미어가 없으면 염색체가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염색체가 융합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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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7. 염색체의 융합 횟수와 텔로미어 없는 염색체를 비교. 가장 짧은 텔로미어를 지니는 염색체에서 융합이 일어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염색체 융합과 관련이 있고, 이 염색체 융합은 앞서 강조했듯 세포의 사멸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는 노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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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진 다음 이 시간에 ㅇㅇ

 

그림 출처들

Figure 1~2, 4~7: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09

Figure 3: Figure 5-10 Molecular Biology of the Cell (© Garland Science 2008)

Figure 8~9, 12: Maria A. Blasco (2005), Telomeres and Human Disease: Ageing, Cancer and Beyond, Nature reviews genetics, voloume 6, August 2005, 611-622

Figure 10: Elizabeth H. Blackburn (2000). Telomere states and cell fates. NATURE, Vol. 408, November 2, pp. 53–56

Figure 11: http://www.wernersyndrome.org/ (2011-12-07)

Figure 13~14: Xiaobing Du, Johnny Shen, Nishan Kugan, Emma E. Furth, David B. Lombard, Catherine Cheung, Sally Pak, Guangbin Luo, Robert J. Pignolo, Ronald A. DePinho, Leonard Guarente, and F. Brad Johnson (2004), Telomere Shortening Exposes Functions for the Mouse Werner and Bloom Syndrome Genes,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October 2004, 24(19), 8437–8446

Figure 15~17: Michael T. Hemann, Margaret A. Strong, Ling-Yang Hao, and Carol W. Greider (2001). The Shortest Telomere, Not Average Telomere Length, Is Critical for Cell Viability and Chromosome Stability. Cell, Vol. 107, October 5, 6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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