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날아든 ‘파랑 보석’, 어디서 왔니? 윤순영의 시선

가거도 등 외딴 섬에서만 14차례 관찰 기록, 서식지 동남아서 강풍에 밀려 온 듯
온몸이 독특한 파랑색 깃털로 덮인 파랑딱새. 길잃은새로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관찰된다.
온몸이 독특한 파랑색 깃털로 덮인 파랑딱새. 길잃은새로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관찰된다.

조인 조명자씨는 지난 12월 12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들머리 근처에서 수컷 파랑딱새를 만나 촬영에 성공했다. 그는 “강풍이 세차게 몰아치는 날이었다”며 “이런 날이면 새들이 길 떠나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늘 혼자서 자유롭게 탐조를 다녀서 자세히 살펴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며 “파랑딱새와 함께 붉은가슴흰꼬리딱새 등 여러 종의 귀한 새들을 만나서 담았다”고 덧붙였다.

파란딱새는 숲지붕 위 나뭇가지에 앉아 날아가는 곤충을 낚아채는 습성이 있어 원 서식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파란딱새는 숲지붕 위 나뭇가지에 앉아 날아가는 곤충을 낚아채는 습성이 있어 원 서식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아니다.

파랑딱새는 동남아 일대와 히말라야 저지대, 중국 남부,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사는 새다. 우리나라에서 가끔 관찰되는 개체는 세찬 바람에 떠밀린 결과일 것이다. 이름처럼 파랑딱새는 온몸이 청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짙푸른 깃털을 지녔다. 깃털 자체가 파란 게 아니라 특별한 깃털 구조 덕분에 파랑빛만 반사해 그렇게 보인다.

원 서식지에서도 이 새는 자주 볼 수 있는 새는 아니다. 숲 꼭대기의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리다 날아가는 곤충을 사냥하기 때문이다. 숲 이외에 공원이나 정원에도 나타나는데 이때는 높은 나무둥치나 전깃줄에 앉아 지나가는 곤충을 낚아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가는 파랑딱새.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가는 파랑딱새.

우리나라에서 파랑딱새를 처음 관찰한 것은 2001년 10월 12일 전남 신안 가거도에서였다. 박진영 박사가 수컷 1개체를 관찰했다. 이어 2003년 11월에는 나이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가 인천 소청도에서, 이듬해 11월에도 박종길씨가 소청도에서 1마리를 보았다. 목격은 이후에도 제주 성산 일출봉, 전남 홍도, 전남 가거도, 흑산도, 전북 어청도 등에서 이어졌다. 2018년 9월에는 전남 홍도에서 죽은 파랑딱새 한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모두 14번에 이르는 관찰은 모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이뤄졌다. 원래 서식지에서 길을 잃고 멀리 떠밀려와 섬에 기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처럼 육지에서 이 새가 관찰된 것은 처음이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인다.

글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사진 조명자 탐조인

희귀한 새를 만나는 행운이 누구한테나 오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 기록이라야 14번, 그것도 모두 외딴 섬에서 이뤄진 파랑딱새도 그렇다. 이 희귀한 길잃은 새를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사람이 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