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모창 선수’ 까치딱새… 어쩌다 어청도까지 왔니? 윤순영의 시선

한반도서 첫 기록…인도·동남아 분포하는 ‘노래와 모창 선수’
우리나라 미기록종인 까치딱새(가칭)가 서해의 외딴섬 어청도에서 최근 발견됐다. 솔딱새과의 명금류이지만 외모는 까치를 닮았다.
우리나라 미기록종인 까치딱새(가칭)가 서해의 외딴섬 어청도에서 최근 발견됐다. 솔딱새과의 명금류이지만 외모는 까치를 닮았다.

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미기록종을 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5월 10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에서 우리나라에서 이제까지 관찰 기록이 없는 미기록종인 길 잃은 까치딱새(가칭)를 만났다.

까치딱새(학명 Copsychus saularis, 영명 Oriental magpie-robin)는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및 동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동부, 태국, 중국 남부,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 등 열대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나라 새’로 여긴다.

이 새는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해 동남아에서는 새장에서 많이 기르기도 한다.
이 새는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해 동남아에서는 새장에서 많이 기르기도 한다.

서식지에서 길을 잃고 먼 길을 날아왔는지 담장 위에 앉아 있는 까치딱새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식지에서 길을 잃고 먼 길을 날아왔는지 담장 위에 앉아 있는 까치딱새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보슬비가 내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도 따라주지 않는다.
보슬비가 내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도 따라주지 않는다.

어떻게 길을 잃고 어청도까지 왔을까. 뜻밖의 만남에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처음에는 까치딱새를 까치로 착각하였으나 어청도엔 까치가 없다. 크기도 물론 까치보다 작다. 까치딱새는 먼 거리를 날아와 체력이 바닥났는지 힘들고 초췌해 보인다.

꼬리를 바짝 세워 당찬 자세를 하는 까치딱새.
꼬리를 바짝 세워 당찬 자세를 하는 까치딱새.

까치딱새는 항상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기도 하고 펼치기도 한다. 몸짓 언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까치딱새는 항상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기도 하고 펼치기도 한다. 몸짓 언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까치딱새는 머리와 부리, 턱, 멱, 뺨, 목, 가슴과 뒷목, 등 윗면, 날개 깃이 검은색이다. 어깨에 흰색 깃이 있다. 옆구리와 배는 흰색이다. 긴 꼬리의 윗면은 검은색이고 밑 부분과 측면은 흰색이다. 독특한 긴 꼬리가 배 젓는 노 같이 보인다. 다리는 검다.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흰색 깃털을 가졌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수컷 까치딱새였다.

자리를 이동할 준비를 하는 까치딱새.
자리를 이동할 준비를 하는 까치딱새.

주변에 호기심도 보인다.
주변에 호기심도 보인다.

5월 13일에 까치딱새를 다시 만났다. 3일 전과는 달리 깔끔해 보인다. 기력이 회복되어 활기차다. 땅바닥과 아주 가깝고 어두운 나뭇가지에 숨어 은밀하게 이동한다.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인근 배수로 바닥에서 애벌레를 잡아먹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곁을 주지 않는다.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까치딱새.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까치딱새.

홍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다.
홍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는다.

5월 15일, 낯선 이국땅이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기 영역을 설정해 다른 새들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이제는 배수로와 텃밭도 차지했다. 사방 20m 이내는 까치딱새 차지다. 긴장이 풀렸는지 짧은 음절과 긴 음절, 연속적인 지저귐 등 다양한 소리를 내고 날아가면서도 소리를 낸다. 주변의 새소리를 따라 하고 화답과 모창도 한다. 소리가 듣기 좋다. 까치딱새는 노래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주변을 경계하며 영역을 지키는 까치딱새.
주변을 경계하며 영역을 지키는 까치딱새.

영역 안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딱새.
영역 안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딱새.

나무에 앉아 있을 때나 땅 위에서 먹이를 찾고 먹을 때 꼬리는 항상 위아래로 움직이며 때로는 꼬리를 직각으로 치켜세우고 부채처럼 펼치는 동작을 반복한다. 꼬리의 움직임이 일상적인 행동이자 표현방식으로 생각된다.

땅에서 많은 시간을 뛰어다니며 보낸다. 까치딱새의 영역 주변 나뭇가지에는 징검다리 지정석이 있고 징검다리 나뭇가지를 이용해 짧게 뛰어서 이동한다. 대부분의 새는 번식지나 월동지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곳에서도 이동 동선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치밀한 습성이 있다.

과시와 자신감, 영역표시, 만족감 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꼬리를 고추 세우는 것 같다.
과시와 자신감, 영역표시, 만족감 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꼬리를 고추 세우는 것 같다.

나뭇가지에 숨어 주변을 살피며 은밀하게 이동하려는 까치딱새.
나뭇가지에 숨어 주변을 살피며 은밀하게 이동하려는 까치딱새.

자리를 옮긴 까치딱새.
자리를 옮긴 까치딱새.

5월 22일 까치딱새를 목격한 지 12일이 되었다. 터줏대감 행세를 하며 지빠귀는 물론 사나운 때까치마저 대담한 까치딱새의 공격으로 쫓겨난다. 이제 주변의 새들은 눈치 보기 바쁘다. 까치딱새는 어청도에 정이 들었는지 아직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검은지빠귀가 까치딱새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검은지빠귀가 까치딱새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노랑때까치도 까치딱새 뒤에서 영역에 접근해 눈치를 살피고 있다.
노랑때까치도 까치딱새 뒤에서 영역에 접근해 눈치를 살피고 있다.

까치딱새의 몸길이는 19~23㎝이다. 암컷은 수컷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깃털 색이 검은색이 아닌 회색이다. 인도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번식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1월부터 6월까지 번식한다. 나무뿌리 사이 또는 나무 구멍, 나뭇가지 등에 그릇 모양의 둥지를 틀고 4~5개의 알을 낳아 12~13일 동안 암컷이 품는다. 수컷은 이때 매우 공격적으로 영토를 방어한다. 먹이는 주로 개미, 나비, 메뚜기, 애벌레, 달팽이, 지렁이, 도마뱀, 거머리, 지네, 꽃꿀, 심지어 물고기까지 먹는다. 새끼는 12일 이면 둥지를 떠난다.

까치딱새는 잠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까치딱새는 잠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깨에서 뒤로 이어진 흰 깃털이 이채롭다.
어깨에서 뒤로 이어진 흰 깃털이 이채롭다.

까치딱새는 다른 새의 소리를 모방하며 침입자의 노래와 심지어 그들의 소리에 응답도 한다.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이런 모방 능력 때문에 많은 수가 사육된다. 평균 수명은 12~15년 사이로 알려져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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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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