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백색증 아닌 돌연변이 일종 ‘루시즘’, 동료와 잘 어울려…춘천시민 사랑 듬뿍

[크기변환]YS1_9460.jpg » 흰참새가 민들레 씨가 여물기 전에 솜처럼 부드러운 씨방을먹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인근에 흰참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로 둘러싸여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의 용마루와 담벼락 위에 참새와 집비둘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크기변환]DSC_7080.jpg » 약사천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옛 가옥 몇 채만 남아있다.

[크기변환]YS1_4707.jpg » 담 위에 앉은 흰 참새를 집비둘기와 동료 참새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크기변환]YS1_5557.jpg » 흰참새가 창문안이 궁금한가 보다.

약사천 건너편 공원에는 바위에 먹이를 뿌려 놓고 흰참새를 촬영하는 사진인들이 모여 있다.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거나 지속적으로 쫓아다니지 않아도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러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앞선다. 특히 사람이 새를 따라 다니는 것은 추격당하는 새에게는 매우 큰 심리적 긴장과 불안,위협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선 흰참새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약사천을 넘어  터전인 기와지붕으로 날아드는 흰참새가 보인다. 흰참새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다.  매우 드문 일이다. 흰참새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 봄부터였다고 주민들이 이야기한다.

[크기변환]YS1_4992.jpg » 참새는 위협을 느끼면 뜰 안으로 들어온다. 감나무에 앉아있는 흰참새.

[크기변환]YS1_5021.jpg » 주변이 평온해지자 바로 자리를 뜨는 흰참새.

호기심과 더불어 흰색 동물은 상서로운 것이라고 동네 사람들은 매우 좋아하는 분위기다. 산책하던 사람들도 흰참새가  신기한 듯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촬영을 한다. 예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흰색 동물이 나타나면 좋은 일로 연관시키는 풍습이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흰참새는 일반 참새보다 확연히 귀여워 보인다.

[크기변환]YS1_5820_01.jpg » 흰참새 두 마리가 만났다. 작은 곤충을 사냥하고 풀씨도 먹는다.

[크기변환]YS1_9495.jpg » 흰참새 형제는 사이가 좋아 보인다. 줄곧 함께하는 행동을 보인다.
흰색 동물은 드물게 나타나는 백색증(알비노)인 경우가 많다.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멜라닌 색소가 덜 생겨 털이 희고 눈과 피부는 혈액이 비쳐 붉게 보인다. 그러나 흰참새는 백색증과 달리 눈 색깔이 일반 개체와 같아 루시즘으로 보인다. 루시즘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기는데 루시즘이 나타난 동물은 부분적이거나 불완전한 색소 결핍 현상을 보인다. 1백만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변환]YS1_5295.jpg » 기와 틈새를 차지하기 위해 온 참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흰참새가 가로막고 있다.

[크기변환]YS1_7534.jpg » 기와의 구멍은 피난처로도 사용되지만 둥지를 트는데 요긴하다. 흰참새가 자리를 차지한 참새를 쫓고 있다.

흰참새 둘이서 이곳저곳을 사이좋게 돌아다닌다. 형제로 추정되지만 부부 같은 느낌도 준다. 일반참새에게도 낯선 색깔이어서 왕따당하기는커녕   다른 참새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더욱더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용마루의 좋은 구멍을 찾기 위해 서로 자리다툼을 한다. 용마루가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막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번식 장소로도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크기변환]YS1_8656.jpg » 흰참새가 바쁘게 풀잎 사이를 오가며 마땅한 먹이를 찾는다.

[크기변환]YS1_8657.jpg » 자리를 옮기는 흰참새.

[크기변환]YS1_6257.jpg » 흰참새가 갑자기 참새 자리에 나타나자 참새는 심기가 불편하다.

참새는 사람들의 일상과 가장 친근하다. 항상 집 주변에서 ‘짹, 짹’ 소리로 아침을 열고 저녁을 알린다. 특히 저녁에는 하루의 일과를 함께 이야기하듯 더 많이 재잘거린다. 나무위보다 땅바닥에서 주로 생활을 한다. 나무에서 짧은 거리를 땅으로 내려 쏘듯이 나는 것이 참새다. 나뭇가지위에서도 통통 튀듯이 이동을 하며 가냘픈 풀잎에서 줄타기를 하고 혹은 담벼락에 붙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크기변환]YS1_6810.jpg » 물가를 찾은 흰참새. 무더위가 흰참새를 괴롭힌다.

[크기변환]YS1_6830.jpg » 급히 주변의 안전을 살피고 허겁지겁 물을 먹는다.

[크기변환]YS1_6046.jpg » 물가로 내려온 김에 흰참새가 목욕을 즐긴다. 옆에 다른 참새도 있다.

약사천 주변 기와집엔  참새 30여마리가 무리를 이룬다. 예전엔 많은 무리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파트가 주변에 들어서면서 참새에게 가장 큰 타격은 살 곳이 없어진 것이다.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이 참새들의 유일한 터전이 되었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았는지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 자연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늦은 저녁이 되자 참새들이 안식처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흰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소나무 가지 위로 날아든다.

[크기변환]YS1_8208.jpg » 사진가들이 인위적으로 들깨를 뿌려 놓은 바위에서 먹이를 먹는 흰 참새 형제. 이렇게 하지 않아도 기다리면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크기변환]YS1_8117.jpg » 하품을 하는 흰참새. 오늘도 알찬 하루였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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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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