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 매 사냥터에 맹금류 다 모였다 윤순영의 시선
2019.02.20 16:50 윤순영 Edit
큰말똥가리, 쇠황조롱이에 어린 매, 어른 매까지
» 당당한 모습의 어린 매.
한강하구에 위치한 공릉천은 필자가 자주 찾아가 조류 관찰을 하는 곳이다. 한강하구와 평야의 특징적인 환경요소 때문에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다.
2월 13일 공릉천은 간조 때와 맞물려 강바닥이 드러난 상태로 왠지 휑한 느낌이 들었다. 종일 탐조를 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
» 먹이를 먹는 데 정신 없는 어린 매.
오후 5시경 논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어렴풋이 보인다. 쌍안경을 꺼내서 확인해 보니 매다. 사냥한 먹이를 뜯고 있는 모습이다. 공릉천 농경지에서 매를 만난 것은 뜻밖이다. 차량을 이동해 서서히 접근했다.
사냥감을 거의 다 먹은 상태다. 매의 먹이 주머니가 아주 불룩하다. 필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먹이를 먹는다. 매의 가슴과 배의 무늬가 세로줄인 것으로 보아 어린 매다. 그러나 어른 매 못지않게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 그래도 주변경계는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가 자리를 뜬다. 멧비둘기를 사냥해 허기를 충분히 채운 것 같다. 일찍 발견했으면 좀 더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스쳐간다. 그런데 사냥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논에 뿌려놓은 거름덩이 위에서 먹이를 먹고 남은 것은 거름덩이 속에 묻어 놓은 것 같다. 저녁 빛에 매가 먹다 흘린 살덩이가 유난히 붉게 보인다.
» 배불리 먹고 자리를 뜨는 어린 매.
2월 14일 매가 있던 자리를 찾아갔다. 혹시나 다시 오진 않을까 생각해서다. 그러나 매는 나타나지 않았다. 2월 16일 다시 찾아간 그곳에서는 큰말똥가리가 매가 숨겨놓은 사냥감을 먹고 있었다.
곁에서 쇠황조롱이도 함께한다. 의도하지 않은 나눔인지라 자연생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 어린 매가 남겨 놓은 먹이를 먹고 있는 큰말똥가리.
» 부스러기라도 차지하려고 주변에서 눈치를 살피며 기다리는 쇠황조롱이.
2월 17일 매를 만났다. 이번에는 어른 매다. 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매를 만난 것이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사냥을 해 깃털은 다 뽑아버리고 먹기 좋게 살코기만 발라 놓았다. 매는 부리로 먹이를 먼저 조아놓고 뜯어먹는다.
모든 맹금류가 그렇듯이 먹이를 먹을 때는 유난히 주변 경계가 심하다. 먹이를 가지고 있을 때는 방어력이 약화되고 먹이를 강탈당할 것 같은 걱정 앞서기 때문이다.
» 어른 매가 사냥한 먹이를 먹고 있다.
» 발에 먹이를 움켜쥐고 자리를 뜨는 매.
먹이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매의 행동이 이상하다. 그 순간 갑자기 다른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어린 매다. 먹이를 먹는 매를 보고 날아온 것이다. 먹이에 접근해보려고 어린 매가 눈치를 살피며 슬며시 다가가 본다.
어른 매가 먹이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을 깨닫고 점잖게 물러서서 있더니 한참을 서성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알린 다음 포기하고 돌아서서 날아간다. 어른 매에게 가까이 날아들어 먹이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아 서로 아주 모르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혹시 독립한 새끼가 어미를 찾아왔다 냉정한 내침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 자리를 옮겨 주변을 살피며 먹이를 먹는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