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벌써 번식지에, 화사한 깃털 뽐내는 황여새 윤순영의 시선

산수유 마을 '잔칫상'에 몰려들어 열매 포식

참빗으로 빗은 몸매에 형광빛 꼬리 깃털 눈길

크_포맷변환_YSY_1943_00001.jpg » 참빗으로 빗어 내린 것처럼 고운 깃털을 가진 황여새.

입춘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을 하던 겨울철새들의 생활과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겨울철새들은 혼인 색을 띤 채 번식지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하다. 북상하며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찾아든다.힘든 번식을 앞두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크기변환_YSY_2022.jpg » 산수유 열매를 따고 있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2007.jpg » 열매를 통째로 삼키고 나중에 씨앗만 배설한다.

지난 2월 초순 양평군 개군면 상자포리 향리천 주변의 산수유나무에 황여새 무리가 몰려들었다. 개군면은 산수유 마을로 새들에게는 잔칫상이나 마찬가지다. 황여새는 바짝 마른 산수유 열매를 즐겨먹는다. 인근 향리천 보에는 얼지 않고 흐르는 물이 있어 마른 목을 축이고 소화를 돕기에 제격이다. 물 찾아 먹이 찾아 번거롭게 멀리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YSY_4417.jpg » 황여새는 나무꼭대기가 가장 편한 안식처다.

기변환_DSC_3821.jpg » 개군면 상자포리 향리천 양방향을 따라 산수유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다.

기변환_YSY_4330.jpg » 황여새는 은백양나무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피다. 안전을 확인한 후 먹이를 찾아 나선다.

황여새는 대게 나무꼭대기 가까이 앉는다. 이곳 은백양나무 꼭대기도 예외는 아니다. 무리를 지어 주변을 한참 살피다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무리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달려든다. 안전이 확보된 것이다. 황여새는 산수유나무에 매달려 급하게 열매를 쪼아 먹는다. 열매를 쪼아먹다 또다시 한마리가 날아오르면 일제히 날아올라 순식간에 은백양나무 꼭대기로 돌아간다.

크기변환_YSY_2620.jpg » 산수유나무로 달려드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2645.jpg » 산수유나무에 앉자마자 열매를 먹는 것이 급선무다.

물을 마실 때에도 같은 행동을 보이며 이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황여새 무리는 조직적인 체계와 질서아래 움직인다.  새들은 열매를 따먹을 때와 물을 마실 때 무방비상태가 된다. 개군면 면소재지는 차량과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번잡한 곳인데 황여새가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이 마을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변환_YSY_3983.jpg » 산수유나무는 황여새의 풍요로운 밥상이다.

크기변환_YSY_2470.jpg » 황여새가 열매를 따먹는 모습이 익숙하고 솜씨가 좋다.

크기변환_YSY_2044_01.jpg » 그렇지만 아무 열매나 먹지 않는다. 질 좋은 산수유 열매를 골라 목을 길게 뻗고 있다.

황여새가 무리를 지어 민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맹금류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냉혹한 맹금류가 작은 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금류는 민가와 사람을 기피하는 성격을 지녔다. 맹금류의 생활방식을 아는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생존 방식으로 사람 쪽으로 다가서는 선택을 했다.

크기변환_YSY_1964.jpg » 산수유 열매를 물고 잽싸게 날아가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2565.jpg » 집중해서 열매를 따먹다가도 주위 낌새가 이상하면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2704.jpg » 황여새는 이런 행동을 하루 종일 반복한다. 생존 본능이다. 뒤로 꼬리 끝이 붉은 홍여새도 보인다.

작은 새들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특히 무리를 짓는 겨울철새들은 시골 민가 근처, 도심 정원, 공원 등 사람과 인접한 곳에 정겹게 찾아와 감, 고염, 향나무 열매, 회화나무 열매, 찔레 열매, 꽃사과 열매를 비롯한 나무 열매 및 새순을 먹는다.

황여새가 물 마시는 연속 동작

크기변환_YSY_3070.jpg » 주변의 안전부터 살피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3094.jpg »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부리를 깊숙이 물에 담그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3072.jpg » 황여새는 물을 마실 때 아래부리를 두레박처럼 이용해 넘치게 퍼 올려 삼킨다.

크기변환_YSY_3095_01.jpg » 황여새는 3회 정도 빠르게 물을 먹는다. 나무열매를 따먹을 때도 바쁘게 움직인다.

크기변환_YSY_3273.jpg » 곧바로 자리를 뜬다.

크기변환_YSY_3096.jpg » 물을 적당히 마시지 않으면 메마른 열매 표피가 씨앗과 함께 그대로 배설된다.

황여새의 겨울나기는 녹록하지 않다. 향리천의 텃새 직박구리가 방해공세를 취한다. 직박구리는 까치만큼이나 영역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기 때문에 자기영역에 들어온 황여새가 못마땅하다. 전국을 떠도는 황여새는 어디를 가나 낯설어하고 텃새가 텃세를 부리는 힘은 막강하다.

두 마리의 직박구리가 황여새 무리를 쫒아 다니며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열매를 따먹기가 순조롭지 못하다. 그나마 수적으로 우세하여 직박구리 두 마리가 텃세를 부리기엔 역부족이지만 황여새는 계속해서 직박구리의 눈치를 봐야 한다.

크기변환_YSY_4101.jpg » 황여새를 괴롭히는 향리천 텃새 직박구리.

크기변환_YSY_3281.jpg » 산수유나무에서 박새도 함께한다.

황여새는 나는 모습이 몸에 비해 짧아 보인다. 날개를 매우 빠르게 퍼덕이며 오징어처럼 추진력을 이용해 날아가는 듯한 모양이 특이하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찾아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나 규모는 해에 따라 불규칙하다.

보통 1030마리, 때로는 50~ 100마리, 더 큰 무리는 200여 마리가 넘는 경우도 있다. 무리를 지어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땅 위에는 목욕과 물을 마시기 위해서만 내려오지만 뛰어다니다 땅에 떨어진 나무열매를 주워 먹기도 한다.

크기변환_YSY_1948.jpg » 급하게 산수유 열매를 따먹는 와중에도 좋은 열매를 고르는 황여새.

크기변환_YSY_2413.jpg »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온 황여새. 첫 번째와 두 번째 날개깃 무늬가 탈처럼 보인다.

몸길이는 20cm이고 다른 새와 달리 특징적으로 멋진 긴 머리 깃을 가졌다. 머리와 몸 윗면은 흐린 분홍색을 띤 회갈색의 질감 있는 깃털이 비단결처럼 느껴진다. 꼬리 끝 부분은  검고  꼬리끝에는 굵고 선명한 노란색 띠가 형광색처럼 두드러진다. 눈에는 길고 검은 선이 있고 멱은 검은색이다. 첫째날개깃은 검은색이나 첫째날개덮깃 윗면의 흰 줄과 날개 끝은 노란색이다.

크기변환_YSY_2645_01.jpg » 황여새는 화려하면서도 지나침이 없다. 꼬리 끝의 노란 띠는 황여새고 붉은 띠는 홍여새다.

크기변환_SY3_0305.jpg » 꼬리 끝에 붉은 띠를 가진 홍여새.

둘째날개깃 끝 부분은 흰색이고 끝에 돌출된 붉은 깃털도 형광색처럼 눈에 띈다. 아래꼬리덮깃은 붉은색이고 배는 회갈색이다. 약한 소리로 찌리리리리하고 반복해서 운다.

흔하지 않지만 겨울이면 우리 주변으로 정겹게 다가오는 새다.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라시아대륙 중부, 북미 북서부에서 번식하고, 유럽 중부와 남부, 소아시아, 중국 북부, 북미 중서부에서 월동한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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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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