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흰꼬리수리의 훈련장 윤순영의 시선

어린 흰꼬리수리가 찾아와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미로부터 습득

크기변환_DSC_3594.jpg » 흰꼬리수리는 하늘의 제왕 참수리와 쌍벽을 이루는 맹금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보호종이다.

눈앞에 보여도 단번에 볼 수 없는 것이 자연인가보다. 꾸준히 관찰하다보면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흰꼬리수리를 관찰하는 동안 그들의 먹이 쟁탈전과 다툼을 눈에 보이는대로만 바라보았던 지난 날에 대한 어리석음이 밀려온다.

크기변환_DSC_3607.jpg »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내려앉는 흰꼬리수리 성조.

지난 2016년에는 한강 상류와 하류를 포함해 46여 마리의 흰꼬리수리가 관찰되었다. 2017년 현재 성조 4마리, 유조 22마리가 한강상류에서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하는 흰꼬리수리의 주요 월동지는 한강, 임진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남한강, 철원으로 큰 강과 저수지를 비롯해 전국 200여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한강이 우리나라 최대의 흰꼬리수리 월동지로 볼 수 있다.

크기변환_DSC_3625.jpg » 무사히 내려와 늠름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흰꼬리수리 성조.

맹금류가 그렇듯 흰꼬리수리 암컷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4~6.9kg이 나가며 이는 3.1~5.4kg으로 수컷보다 더 무거운 편이다. 흰꼬리수리가 날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양은 500~600g이다. 흰꼬리수리는 몽골.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로 알려져 있고 북만주가 번식의 남방한계선로 알려져 있다.

크기변환_DSC_6545.jpg » 어린 흰꼬리수리들 가운데 부리 색이 노란 개체가 흰꼬리수리 성조다.

흰꼬리수리는 평균 2(1~4)개 정도 산란을 하고 포란기간은 35일 정도이다. 처음 부화한 새끼는 자랄수록 먹이를 받아먹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 암컷이 주로 알을 품고 직접 먹이를 먹이며 수컷이 간혹 그 일을 넘겨받는다. 새끼들은 5~6주 간 성장한 뒤 스스로 먹이를 뜯어 먹을 수 있으며 11~12주 쯤 되면 날 수 있게 되지만 둥지 가까운 곳에서 떠나지 않는다.

크기변환_DSC_9509.jpg » 어린 흰꼬리수리의 모습.

그 후에도 6~10주 간 부모들이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오는 어린 새끼들은 보편적으로 1년 미만인 미성숙 흰꼬리수리이다. 어미를 따라서 찾아와 월동을 한다. 2년 이상 된 미성숙 흰꼬리수리는 학습에 의해 각인된 월동지를 찾아오게 되고 어른이 되면 북해도와 오호츠크해, 캄차카반도에서 성조로 월동을 하게 된다.

크기변환_DSC_9861.jpg » 참수리의 먹이를 호시탐탐 노리며 앉아있는 흰꼬리수리.

우리나라는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며 살아가기 위한 훈련장이자 디딤돌로 생명의 연장선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흰꼬리수리의 성장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어린흰꼬리수리의 훈련장면

크기변환_DSC_0581.jpg » 흰 꼬리색을 가진 어미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0553.jpg » 새끼에게 매섭게 달려드는 어미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0552.jpg » 방어에 나선 어린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0556.jpg » 어미 흰꼬리수리는 냉혹하게 새끼에게 공격을 가한다.

크기변환_DSC_0563.jpg »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나갈 기술이다.

크기변환_DSC_0561.jpg » 위에서 맹공을 퍼붓는 어미 흰꼬리수리, 새끼는 아예 드러누웠다.

크기변환_DSC_0617.jpg »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어미에게 달려드는 어린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0621.jpg » 역시 역부족이다. 어미 흰꼬리수리가 다시 위에서 내려 누른다.

크기변환_DSC_0625.jpg » 자리를 피해 도망가는 어린 흰꼬리수리, 어미는 바로 뒤를 따라 추적한다.

한강 상류에 위치한 팔당에서 1년이 넘지 않은 흰꼬리수리 유조가 사냥술과 먹이 뺏기 등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미로부터 습득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흰꼬리수리도 두루미와 마찬가지로 1년이 지나야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살며, 학습과 경험을 터득해 4~5년이 되면 성숙한 어른이 된다.

크기변환_DSC_2281.jpg » 어린 흰꼬리수리가 물고기를 잡아와 어미 곁으로 날아오고 있다.

크기변환_DSC_2417.jpg » 어미 곁에서 먹이를 먹어야 안전하다. 주위에 먹이를 노리는 참수리와 다른 흰꼬리수리들이 있다.

크기변환_DSC_2399.jpg » 어린 흰꼬리수리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는 동안 어미가 주위를 살피며 지켜주고 있다.

크기변환_DSC_2496.jpg » 아니나 다를까 어미 흰꼬리수리가 경고를 보낸다.

크기변환_DSC_2560.jpg » 참수리가 어린 흰꼬리수리의 먹이를 빼앗으려 쏜살같이 달려든다.

크기변환_DSC_2582.jpg » 어미 흰꼬리수리와 새끼가 재빨리 협공 방어에 나섰다. 오른쪽 위가 참수리이다.

크기변환_DSC_2620.jpg » 맹렬한 흰꼬리수리의 방어에 물러서는 참수리.

흰꼬리수리의 세력권은 사방 4~10km 범위이며 흰꼬리수리 어미는 새끼와 협력하여 사냥감을 잡아낸다. 잠수성 오리류를 다급하게 만들어 잠수하게 만들고 그 위를 어미와 새끼가 교대로 낮은 선회를 거듭하며 협공을 한 뒤 숨이 차서 올라오는 사냥감을 낚아채는 것이다. 이때 어미는 새끼가 사냥감을 낚아채게 한다.

 

흰꼬리수리의 협공 사냥

크기변환_DSC_3786.jpg » 협공 사냥에 나선 흰꼬리수리 어미와 새끼.

크기변환_DSC_3015.jpg » 사냥감 흰뺨검둥오리를 보고 급강하 하는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2342.jpg » 다급하게 물속으로 몸을 피하는 흰뺨검둥오리.

크기변환_DSC_0145.jpg » 그러나 물속에서 언제까지 피해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흰꼬리수리가 떠오를 오리를 기다리며 수면 위를 노려보고 있다

크기변환_DSC_0151.jpg » 결국 흰꼬리수리의 매서운 발톱에 걸려든 흰뺨검둥오리.

크기변환_DSC_0155.jpg » 흰꼬리수리가 한 발로 거뜬히 흰뺨검둥오리를 들어올린다.

크기변환_DSC_0163.jpg » 두발로 단단히 흰뺨검둥오리를 움켜 쥔 흰꼬리수리.

크기변환_DSC_0164.jpg » 빠져나오려 발버둥치는 흰뺨검둥오리.

크기변환_DSC_0166.jpg » 발버둥치고 몸부림칠수록 흰꼬리수리의 발톱은 흰뺨검둥오리의 몸통을 더욱 더 옥죈다.

크기변환_DSC_0171.jpg » 사냥감 흰뺨검둥오리를 쥐고 유유히 날아가는 흰꼬리수리.

흰꼬리수리 유조는 사냥감을 가지고 인근 바위에 앉아 먹이를 먹는다. 어미는 그 옆에서 주변을 살피며 새끼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지켜본다. 새끼가 먹이를 다 먹을 쯤 다가가서 먹다 남은 찌꺼기를 처리하고 새끼는 그 틈을 타 발과 부리를 씻는다. 어미는 가끔 새끼한테 다가가 목을 추어 세우며 소리를 낸다.

크기변환_DSC_3141.jpg » 사냥 후에는 바위에 앉아 안전한 자세로 사냥감을 즐긴다.

이는 흰꼬리수리의 가족관계에서 볼 수 있는 행위로 어미와 자식 간의 화답으로 정을 나누는 것이다. 참수리도 이런 행동을 한다. 어미가 어린 흰꼬리수리의 사냥감을 빼앗는 실전과 같은 연습과 공중전도 벌이는 일은 거의 일상적이다. 까마귀가 물고 있는 사냥감을 끝까지 추적해서 떨어트리게 한 뒤 빼앗는 연습도 하며 어미가 공중에서 일부러 먹이를 떨어 트려 낚아채는 고난도의 훈련을 하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0852.jpg » 공중에서 어미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떨어뜨린다.

기변환_DSC_0851.jpg »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훈련이다.

이런 행위는 어린 흰꼬리수리가 자연의 생존법칙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훈련이자 어미에게는 후세대를 이어가는 방편이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새끼들은 새끼들 나름대로 어미로부터 습득한 공중비행술과 사냥, 방어, 뺏고 빼앗기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복습한다.

크기변환_DSC_2671.jpg » 어린 흰꼬리수리가 방어와 공격 기술을 놀이 삼아 익힌다.

크기변환_DSC_2675.jpg » 과격한 모습이지만 피를 보거나 날개깃이 상하는 일은 없다.

팔당은 흰꼬리수리가 월동하기에 매우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추었고 각종 조류와 어류가 풍부하여 어린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생의 본능을 터득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되지만 인위적인 먹이에 길들어지면 먹이를 기다리며 스스로 사냥할 줄 모르는 초라한 새로 지내게 된다.

크기변환_DSC_3429.jpg » 하루의 사냥을 끝내고 석양을 등지며 안식처로 향하는 흰꼬리수리.

사람이 맹금류의 습성에 간섭하는 행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환경을 어떻게 보전하느냐는 배려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내년을 기약하며 한강을 떠난 흰꼬리수리는 지금쯤 번식지를 향한 2000km의 힘찬 대장정을 마쳤을 것이다.

(지난 4개월간 흰꼬리수리의 훈련과 사냥사진 촬영을 위하여 도움을 주신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지회장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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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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