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하듯 발레하듯 장다리물떼새의 사랑 윤순영의 시선



가늘고 긴 붉은 다리와 검고 흰 깃털이 선명한 대조 이루는 멋쟁이 여름철새

원앙 부럽잖은 금술 좋은 부부…짝짓기 뒤에는 춤과 사랑의 행진 뒤풀이

 

크기변환_DSC_1.jpg » 긴 부리와 크고 동그란 눈이 귀여운 장다리물떼새 부부. 앞쪽이 수컷이다.    

장다리물떼새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새다. 이름을 짓게 한 가늘고 긴 붉은 다리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검은 부리도 가늘고 길며 붉은 바탕에 검은 눈동자가 있는 큰 눈을 갖고 있다.


멈출 때마다 율동감 있게 다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도 귀엽다. 하지만 짝짓기 할 때의 모습은 다른 새에 비할 데 없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 새는 과거에는 어쩌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나그네새였지만 이제는 서해안 일정지역에서 번식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몸 길이 4851㎝로 제법 큰데다 검은 날개와 흰 몸이 선명한 대조를 이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수컷의 여름 머리깃은 검고 암컷은 흰색이지만 엷은 밤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겨울에는 암수 모두 머리에 거무스름한 부분이 있다

 

크기변환_SY3_8311.jpg » 사냥에 열중하는 장다리물떼새 수컷.

 

크기변환_SY3_834.jpg » 암컷 장다리물떼새도 수컷 곁에 있다.

 

 크기변환_DSC_9557.jpg » 원앙 못지않게 부부 금실이 좋은 장다리물떼새 앞서가는 것이 암컷이다.    

 장다리물떼새는 물가를 조용히 거닐며 사냥을 하고 다른 새들과 달리 틈만 나면 깃털 손질을 한다. 그래서인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크기변환_DSC_5459.jpg » 깃털을 다듬는 장다리물떼새수컷.

 

크기변환_DSC_5278.jpg » 깃털을 다듬다 솟구치는 장다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5279 (2).jpg » 날개깃을 펼쳐 말리는 행위이다.   

지난 4월 중순 장다리물떼새가 무리를 지어 영종도 간척지를 찾아왔다. 사냥하는 곳과 번식하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쫓고 쫓기는 영역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저기서 짝짓기가 한창이다. 장다리물떼새는 알을 품는 시기에도 짝짓기를 하는 습성이 있다.

 

크기변환_DSC_9424.jpg » 다른 장다리물떼새가 영역을 침범하자 달려드는 장다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9469.jpg » 침입자를 내쫒는 장다리물떼새 부부.    

4~8월 땅바닥에 홈을 파놓은 형태의 둥지에 3~5개의 알을 낳는다. 둥지를 지을 때 수컷은 돌을 골라내고 풀과 나뭇가지를 치우며 땅바닥을 고르면서 몇 번이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어서기를 되풀이 한다.

 

크기변환_DSC_0388.jpg » 둥지를 마련하는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풀 가지를 치우고 있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DSC_0320.jpg » 알을 품기에 적당한지 둥지에 몸을 맞춰보는 장다리물떼새 수컷.

 

 둥지와 몸을 맞추기 위해서다. 주변에서 암컷은 모르는 척하며 수컷의 행동을 살피고 있다.


아마도 수컷이 만드는 둥지를 엿보며 맘에 들어야 선택할 것이다. 장다리물떼새는 간척지 습지, 바닷가, , 얕은 호수를 좋아하고 둥지와 먹이터는 아주 가까이 두는 편이다.

 

크기변환_DSC_8340.jpg » 알을 품고 있는 장다리물떼새 암컷.

 

크기변환_DSC_8381 (2).jpg »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암컷과 교대하여 알을 품기 위해 둥지로 다가선다.

 

 크기변환_DSC_8390.jpg » 못이기는 척 수컷 장다리물떼새에게 둥지를 내주는 장다리물떼새 암컷.  

지금 영종도 간척지 습지는 장다리물떼새 번식지로 제격이다. 이미 알을 품고 있는 장다리물떼새는 둥지를 지키며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고 있다.

 

크기변환_DSC_9521.jpg » 틈만 나면 깃털 고르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장다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9856.jpg » 한시도 장다리물떼새는 서로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장다리물떼새는 번잡스럽지 않게 짝짓기도 하고 조용히 사냥한다. 생긴 모습은 예민해 보이지만 사람에게 그다지 경계심을 보이지 않고 친숙하게 행동한다. 멈출 때는 항상 몸을 위아래로 흔들고 긴 다리를 이용해 물속에서 다리를 흔들어 사냥감을 쫓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8789.jpg » 사냥에 성공한 장다리물떼새 암컷.

 

크기변환_DSC_8797.jpg » 사냥감을 삼키고 있다.

 

크기변환_DSC_8166.jpg » 서식지를 잠시 이탈하는 장다리물떼새 부부.

 

 ■  일련 동작으로 본 장다리물떼새의 짝짓기   

 

크기변환_DSC_5970.jpg » 암컷이 짝짓기를 위해 엎드리고 있다.

 

크기변환_DSC_5981.jpg »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부리로 물을 찬다.  

크기변환_DSC_5983.jpg » 장다리물떼새 암컷이 다리에 힘을 주어 뻣뻣하게 보인다.

 

크기변환_DSC_5989.jpg »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자리를 바꾼다.

 

크기변환_DSC_5995.jpg » 다시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부리로 물을 찬다. 짝짓기 전 행위이자 암컷 등으로 올라간다는 신호이기도하다,

 

장다리물떼새는 부부사이가 매우 돈독해 항상 붙어 다닌다. 하루에 6~7회 정도 짝짓기를 하는데 횟수가 많은 것은 아마도 정확한 짝짓기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암컷은 동작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며 몸을 일직선으로 낮춰 짝짓기 신호를 보낸다. 암컷은 이때부터 자세를 잡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정지된 상태로 수컷의 짝짓기를 돕는다.

 

장다리물떼새는 다른 새들에 비해 짝짓기를 하기 전 의식을 다양하게 펼친다. 수컷은 암컷 곁으로 다가가 바쁘게 좌우로 움직이며 자세를 가다듬고 고개를 숙여 긴 부리로 물을 튕긴다.

크기변환_DSC_5996.jpg » 암컷은 정지된 상태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수컷 장다리물떼새가 등으로 올라 서기 위해 날개를 펼친다.

 

크기변환_DSC_5997.jpg » 매우 신중한 순간이다 조금이라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암컷 등에 올라가다가 실패를 하게 된다.

  

크기변환_DSC_5998.jpg » 긴 다리를 지닌 두 새가 짝짓기를 하는 모습은 선 사람 어깨 위에 다른 사람이 서는 서커스 장면처럼 보인다.   

크기변환_DSC_6002.jpg » 드디어 장다리물떼새 수컷이 암컷 등에 무사히 올라같다.

 

크기변환_DSC_6011.jpg » 중심을 잡기위해 매우 조심스러운 장다리물떼새 수컷, 암컷도 긴장하여 한 치에 움직임이 없다.

 

암컷은 수컷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꼼짝 않고 수컷이 등 위로 무사히 올라서기를 기다린다. 수컷은 의식을 끝내고 옆으로 암컷 등으로 올라탄다


암컷 등에 올라선 수컷은 다리를 펴고 날개를 모아 하늘로 솟구치게 하며 균형을 잡는다. 날개를 접지 않고 수컷은 암컷 등 위에 주저앉는다 

크기변환_DSC_6022.jpg » 안정된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장다리물떼새 수컷이 암컷 등에 앉는다.

크기변환_DSC_6024.jpg » 날개는 짝짓기 할 때 중심을 잡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크기변환_DSC_6027.jpg » 짝짓기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크기변환_DSC_6028.jpg » 짝짓기를 끝내고 내려 서 서로 얼굴을 비비는 장다리물떼새.

 

크기변환_DSC_6031.jpg » 날개를 펼치고 얼굴을 비벼대는 행위는 돈독한 사랑의 징표인 것 같다.

 

암컷이 양 날개를 벌리면 짝짓기가 시작된다. 암컷 등에서 수컷은 날개로 균형을 잡는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암컷 옆으로 내려와 양 날개를 아래로 펼쳐 내리며 암컷 얼굴에 비벼댄다. 암컷 역시 얼굴을 수컷 목에 대고 비빈다 

 

크기변환_DSC_6044.jpg » 계속해 얼굴을 마주하고 비벼대는 장다리물떼새 부부.

 

크기변환_DSC_6050.jpg » 행진곡에 맞춰 춤을 추듯 걸어가는 장다리물떼새 부부.  

크기변환_DSC_6053.jpg » 장다리물떼새 부부의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눈엔 행복감이 가득 차 있다.

 

크기변환_DSC_6057.jpg » 사랑의 발걸음이다.

 

장다리물떼새 부부는 서로의 목과 얼굴을 맞대고 비비면서 발끝을 들고 함께 걷는다.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고 다시 긴다리로 걸어간다. 사랑의 행진을 하는 것 같다. 장다리물떼새의 짝짓기 뒤풀이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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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엔 제비갈매기, 흰물떼새, 꼬마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물새류들의 번식이 한창 이뤄지는 시기다. 그리고 영종도를 들러 러시아 번식지로 향해 가는 수많은 도요새들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루는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번식지로 떠나지 않은 도요새들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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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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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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