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모가 현대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책! 육아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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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특강 Ⅰ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특강 표지.jpg  한홍구 지음Ⅰ한겨레출판 펴냄

 

기사를 쓰면서, 사회 생활하면서, 또 아이를 키우면서 ‘맥락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만약 아이가 떼를 쓴다고 하자. 그때 부모가 아이가 떼를 쓰는 맥락을 알면 그에 대응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인지, 동생과 싸웠는데 그로 인한 화가 풀리지 않아 그런 것인지, 엄마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이가 떼 쓰는 맥락을 짚어봐야 한다. 그러나 맥락을 살펴보지 않고 그냥 아이가 떼 쓰는 현상만을 본 채 아이를 혼내면 아이는 상처를 받게 된다. 상처받은 아이는 또다시 부모에게 떼를 쓰고 그렇게 상황은 악화된다. 사회생활할 때도 맥락을 알고 행동해야 하며, 기사를 쓸 때도 맥락을 알아야 좋은 기사를 쓴다. 

 

육아서만을 주로 소개해온 ‘책! 육아를 부탁해’ 코너에서 예외적으로 이번에 역사서를 선택했다.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쓴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특강>이다. 역사서라고 하지만 한 교수의 특유한 입말체로 서술된 이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한 교수와 같은 분이 역사를 가르쳤다면 역사가 훨씬 재밌는 과목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 책을 ‘책 읽는 부모’에게 권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대선 이후 20~30대 여성들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안다면, 좀 더 줏대있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재자이자 반민주주의 통치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된 만큼 부모들이 현대사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벌어지는지 관점을 담아 설명한다. 참고로 이 책은 2008년 10월31일부터 12월1일까지 한겨레문화센터에 진행된 대한민국사 강연을 엮어서 발행한 것이다.
 
1장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건국절 논란을 만든 뉴라이트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설명한다. 한 교수는 현재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단의 뿌리를 따져보면 친일파라고 본다. 해방 직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미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실무를 담당할 사람들을 조선인 중에 찾아야 했다. 그런 사람들은 친일파였고, 미군정은 그들을 뒷받침해줬다. 반국가적 행동을 했던 친일파들을 역사적으로 제대로 정리했어야 했는데, 그들은 다시 군정 통치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 사리사욕을 채웠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들은 반공이라는 명분으로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잡는다. 이런 과정에서 국가 폭력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갔고, 독재 정권이 나타났다. 한 교수는 뉴라이트의 등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한다. 친일파에 뿌리를 둔 수구 세력들이 현재까지 권력을 잡고 있고, 그들은 계속해서 권력을 잡고 싶어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때 친일파 학살과 군사 독재 시기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겠다고 하면서 수구 세력이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들은 친일파를 떠올릴 수 있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 했고, 끊임없이 역사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려 한다. 한 교수는 과거 청산 없는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 대표적 사건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이다. 국민의 뜻으로 뽑은 대통령을 수구 세력은 탄핵시키려했고, 국민들이 이를 저지했다. 한 교수는 당시 탄핵결정서를 제출했던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유신 헌법 작성의 실무자였던 김기춘 전 의원과 아버지가 친일파였던 김용균 전 의원이었다고 말한다. 바로 찬일과 유신, 5공, 지역감정의 대표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야 하는 이유다.

 

2장에서는 권력을 쥔 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간첩이 필요했고, 간첩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자장면이 맛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국가기밀을 알려줬다는 식으로 해 간첩으로 모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사건도 있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지도 전한다. 특히 한 교수는 진짜 간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로에 대한 의심이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3장에서는 아파트 투기 광풍이 불고 토건국가가 만드는 욕망의 정치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한 교수는 민주화가 됐는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해서 공포의 정치는 더이상 통하지 않지만 여전히 욕망의 정치가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토건국가의 초석을 깐 세력을 역사적으로 따져보면 군사정권과 토건업체, 개발공사였다고 말해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하려했다. 현역 군인들을 개발에 동원되고, 공병 출신들이 시장이 됐고, 또 그들이 나와 건설회사를 차렸다. 이런 과정에서 부동산 중산층이 양산이 됐고, 이들은 거대한 부를 획득하면서 유신정권과 군사독재정권의 지지자가 됐다. 모든 사람이 투기를 꿈꾸게 만드는 사회구조, 불로소득과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회구조를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만들었으며 여전히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그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한 교수는 지적한다.
 
이외에도 4장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의적 사회 재편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5장에서는 소통이 안되는 사회에서 떠도는 괴담들에 대해 맥락을 따져 해설해준다. 6장에서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던 일제강점기의 순사들 그리고 친일 뿌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채 더욱 군사화된 한국 경찰이 지닌 폭력성에 대해 역사적으로 풀이한다. 7장에서는 모든 부모의 고통의 원인인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짚는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사교육 공화국이 됐는지를 따져본다.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의 보호장벽 수단으로 삼은 교육,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보다는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교육 현실에 대해 짚어본다. 또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우리 사회 최고의 공공의 적으로 꼽는 전교조가 과거 얼마나 교육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문제적 인물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됐다. 그가 앞으로 과거사 청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공기업 민영화는 어떻게 할 것이며, 교육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는 잘 지켜보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장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김기춘 전 의원의 사위인 안상범 서울대 교수가 주요 인물로 포진하는 등 박정희 인맥이 차기 정권의 요직을 차지할 예정이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고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는지 국민이 잘 감시해야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의 맥락에서 현재를 이해하고 과거로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 비민주주의적이고 권위주의가 판을 쳤고, 불통이 판을 쳤던 과거로 돌아간다면 희망은 없다. 기득권이 계속 유지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아이들은 더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우리들의 현재의 삶이 현대사이고, 현대사를 제대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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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