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육아에 필요한 3T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IMG_7656.JPG » 종이 박스로 노는 아이들. 마냥 즐겁다.

 

 

어린이집에 같이 아이를 보내는 한 엄마가 나를 모르는 한 엄마에게 소개를 한다.
 
“여기~ 민지 엄마야. 딸이 우리 어린이집 다녀. 다른 반이야. 이 엄마 한겨레신문 기자야. 육아사이트도 맡고 있대. 그런데 육아는 안해. ㅋㅋ 육아는 아줌마가 다 하고, 육아 사이트만 운영해. ㅋㅋ 육아는 잘 몰라. ㅋㅋ 우리 만날 때도 맨날 바빠. 만나서 일할 때도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아~ 남들 보기엔 난 아이는 전혀 안키우는 사람처럼 보이나?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육아란 게 뭐지?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육아를 안하고 있는건가? 저 엄마가 생각하는 육아란 뭐고, 내가 생각하는 육아는 뭘까?’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에선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 엄마는 농담으로 그런 말들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겠지만, 그 엄마가 한 말은 내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육아란 무엇인가?’
 
육아 사이트를 맡고 있는 만큼,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부모와 아이들 관련된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아이들의 몸 건강, 마음 건강 문제, 보육정책이나 교육정책, 학교폭력이나 왕따, 청소년 자살률, 워킹맘의 삶, 전업맘의 삶, 여러 여성문제 등등의 이슈에 관심이 많다. 또 어떻게 하면 ‘행복한 육아, 올바른 육아, 내 아이에게 적합한 육아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불행한 육아, 부적합한 육아,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 육아는 무엇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묻고 조언을 구한다. 
 
나는 육아를 아이와 내가 맺는 하나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관계맺음이 `핵심'이다. 아이에 대한 교육, 돌봄, 보살핌 등 육아에 있어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핵심은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가 서로에게 행복하고 기쁘고 도움이 되는 관계이면 행복한 육아이고, 그 관계가 구속이거나 부담이거나 방치되거나 폭력적, 무관심, 일방통행식이라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고 있어 아이와 전업맘처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내 아이들과 아직까지는 행복한 관계,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아침마다 뽀뽀 세례를 퍼붓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랑 지금과 같은 관계만 잘 유지해도 행복한 육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와의 행복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엄마가 삶에 불만투성이고 짜증이 나면 어떻게 아이에게 잘 할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많지만 나는 성취감도 느끼고 보람도 느낀다.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려고 살아가는 나는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이다. 따라서 나의 내 삶에 대한 이런 만족도가 아이를 대할 때 은연중에 나타나리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워킹맘의 경우 삶에 대해 불만족하면서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워킹맘은 가정과 회사, 사회 등에서 3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얼마전 통계청에서 나온 2011 통계로 본 한국 여성의 삶을 보면, 워킹맘 10명 중 2명 만이 자기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엄마가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사회적 구조적 모순이 해결돼야 한다. 보육 정책, 교육 정책 등 사회정책적 뒷받침이 돼야 하고,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빨리 일어날 수 없다. 하루아침에 제도 변화가 쉽지 않고, 사회문화적 분위기도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함께 개인은 행복해지기 위한 개인적 노력도 해야 한다.

 

칸트는 행복한 사람의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내가) 할 일이 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 희망이 있다 
 

정말 딱 맞는 말이다. 자기가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은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인생을 조직이나 내가 아닌 남에게 저당잡혀 불행한 삶을 살지 않는다. 자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하고, 그런 사람들은 힘든 일도 주체적으로 극복한다. 
 

 

IMG_7728.JPG »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얼마전 우연히 읽은 심상훈씨가 지은 <공자와 잡스를 잇다>라는 책을 보면 재밌는 해석이 나온다.
 
비즈니스와 경영에 있어 리더의 주인의식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이 그 기업의 성공여부를 가른다고 한다.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월급날만 기다리는 ‘머슴’이나 주인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종’과는 다른 삶을 산다. 그리고 그런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이 책에서는 서술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리고 나서 주인주(主)를 거꾸로 뒤집는 발상을 해놓았다. 主자를 뒤집어보면 영어로 T가 3개 나온다. 이 3T는

 

Thinking(생각하고 상상하기)
Trying(실천하고 노력하기)
Trusting(믿음과 신뢰)

 
경쟁이 치열한 비지니스 세계에서 이 3T를 잘 하는 리더를 가진 조직은 살아남고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대목을 봤을 때 나는 무릎이 탁 터졌다. 비단 비지니스 세계 뿐일까. 부모와 아이는 가정의 주인이다. 가정의 주인인 부모가 리더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잘 해야 가족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에서 말한 3T가 육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3T를 육아에 적용해봤다.
 
 
Thinking(생각하고 상상하는 일)

육아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은 ‘우리 부모는 나를 어떻게 키웠나’‘우리 부모의 삶은 어땠나’이다. 나와 부모의 관계, 나와 내 아이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 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식의 감정, 건강, 가치관 등 다양한 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핵심감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아동기에 부모와 같이 정서적으로 중요한 인물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감정을 말한다. 핵심감정은 아동기 이후의 대인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고 한다. 그 핵심감정은 자신의 삶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정서가 된다. 따라서 그 핵심감정을 잘 알고 언제 누구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게 되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3살 때 부모가 이혼을 했다. 엄마가 홀로 키우느라 큰이모께 날 맡기고 서울에서 돈을 버셨다. 아버지는 양육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고 연락조차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에게 느낀 핵심감정은 버림받음이다. 아빠에 대한 미움, 원망이다. 그 핵심감정은 끊임없이 남편과의 관계에서 반복재생된다. 남편이 어딘가에 가서 연락하지 않을때, 또 아이들에게 소홀히 할 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런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면서 분노가 치민다. 반대로 남편이 아이들에게 너무나 아빠로서의 역할을 잘 해줄때, 잘 놀아주고 아이들의 성장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일 때 남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나의 핵심감정을 나는 직시하면서 그것을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핵심감정을 이해하고, 나의 꿈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부모이고 싶은지, 나는 어떤 아내이고 싶은지, 나는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은지 틈나는대로 생각하고 상상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없으면 남들은 이렇게 육아를 한다던데, 남들이 이것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하면서 줏대없이 흔들리고 만다. 나만의 육아관, 나만의 양육방식, 내게 정말 중요한 육아요소를 생각해봐야 한다.
 

Trying(노력하고 실천하기)
 
육아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아이에게 전화라도 해서 짧은 통화라도 해야 한다. 그만큼 실천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 더 많이 안아주어야 한다. 이벤트 많이 해주고, 체험 많이 시켜준다고 해서 꼭 잘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내가 통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건강한 먹거리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병든다. 따라서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재료, 가공하지 않은 음식,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 거친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아이가 균형잡힌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실천 요소다.
 
얼마전 <한겨레>에서 연재하고 있는 ‘인권이 아동·청소년의 최고 복지다’라는 기획기사를 보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학원 다니느라 저녁밥을 라면으로 3분만에 후루룩 떼우고 학원 강의를 들으러 간다는 얘기가 보도됐다. 아이들의 기본적인 먹거리를 챙기지 않는 부모가 과연 좋은 부모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규칙적이고 리듬있는 삶을 만들고, 숲이나 산, 바다 등 자연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Trusting(믿음과 신뢰).
 
thiniking 과 trying을 하다보면 믿음과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부모와 아이 관계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부모는 아이가 하는 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를 더 많이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가져아 하고, 일관된 훈육방식을 택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부모는 믿을 수 없다. 그리고 부모 스스로 자존감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자존감이라면 그냥 자신을 있는 그대로 스스로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남들보다 비교해서 내가 우수해야 한다거나,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더 아이를 잘 키운다거나 하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 밑에서 큰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자존감이 높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들은 인생에 어떤 굴곡이 있어도 쉽게 자신을 포기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베이비트리를 맡으면서 나의 기자 인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베이비트리가 내 육아 방식에도 상당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금요일은 베이비트리 독자분 중에 메릴린치 증권사에 근무하는 분이 계셨는데,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육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육아 전문가, 파워 블로거, 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를 많이 만나는 만큼, 지금까지의 경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강연을 했다. ‘육아의 재발견-아이 키우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내가 육아 강연을 했다고 하면, ‘육아는 하나도 모른다’고 말했던 그 엄마가 코웃음을 치지 않을런지. 
 
첫 강의였지만 강연 들으시는 분들이 경청을 해주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을 하면서도 내 스스로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겼다. 육아는 나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이다. 나는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해 3T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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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