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정모 후기] 내가 나를 거절하지 말자 생각메모

KakaoTalk_20170715_225948987.jpg » 강연하고 있는 김민식피디. 양선아 기자.

 

 

"저도 영어 회화 100일의 기적 외우고 있어요"라고 말하니 김민식 피디가 갑자기 제안을 했다.
"곧 정모가 있는데 거기 오실래요? 와서 50과까지 함께 외워봐요."

 

비는 추적추적 왔다. 60과까지 외우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모든 것을 놓고 있는데 갈까 말까 망설였다. 생각이 많았으나 가자고 결심했다.  독하고 질기고 당당하게 엠비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 피디를 응원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또 영어 공부에 대한 자극을 다시 받고 싶었다. 더군다나 모임 장소를 검색해보니 책을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북바이북이라는 동네 서점이었다.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상암동을 향했다. 딸 친구 엄마도 가고 싶다고 해서 동행했다.

 

장소에 도착했는데 너무 매력적인 공간인 북바이북에 흠뻑 빠졌다.

사선으로 놓인 책장과 은은한 조명, 그리고 대형 서점에서는 절대 눈에 띄지 않는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좋은 책들. 일단 그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잘 왔다고 생각했다.

 

지하에 강연장이 있었다.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30~35여명의 독자들이 모였다.
애초는 70여명 정도가 올 예정이었다고 들었다.

김 피디의 강연은 너무 유쾌하고 즐거웠다. 로맨틱 코메디와 시트콤을 만든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어쩌면 그렇게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지.

 

강연은 역시나 영어 교육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책도 읽었고, 베이비트리 필자라 이런저런 계기로 통화도 많이 하고 몇 차례 만나기도 해서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강연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내가 몰랐던 얘기들이 많았다. 까도 까도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양파같은 사람. 김 피디의 끝은 어디일까. 이 분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다.

 

오늘 이야기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건국대 싸이클링 동호회에 관한 이야기다. 한양대 자원공학과에 간 김 피디는 대학교 1학년 인생이 너무 우울했다. 정말로 대학교 1학년 때 사진을 보여주는데, 난 김 피디를 찾지 못했다. 전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학교 1학년 김민식은 우울하고 까맣고 뭔가 이제 지하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표정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울한 감정 속에서 보내던 김 피디는 어느날 지나가다 펼침막을 보게 됐다. 전국을 순회할 싸이클링 회원 모집 광고였다.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전국 순회를 꿈꿨던 그는 당장 그 동호회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싸이클링 동호회는 건국대 동호회였다.

 

KakaoTalk_20170715_225945773.jpg » 서을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 양선이 기자.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나라면 `건국대 학생도 아닌 내가 어떻게 동호회에 들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김 피디는 달랐다.

뚜벅뚜벅. 김 피디는 건국대 싸이클링 동호회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저 동호회에 들고 싶은데요...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어요.."
"괜찮아. 괜찮아. 자전거 없어도 돼요.."
"아... 그게 아니고..."
"괜찮아, 괜찮아... 자전거 탈 줄 몰라도 돼요..."
"아... 그게 아니고...."
"제가 한양대 소속인데요... "
"......"

 

한양대 학생이 건국대 싸이클링 동호회에 들어오겠다고 하니 다들 황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김 피디는 건국대 싸이클링 동호회에 들어간다.

김 피디는 "건국대 싸이클링 동호회에 한양대 학생이 못 들어간다고 아무도 정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 저는 그냥 두드려본 거예요. 제가 한 번 해보고 싶으니까 시도해본거죠.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김 피디는 대학생부터 삶에 대한 태도가 달랐다. 남이 정해준 기준, 또 사회 통념상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 자신을 묶어두지 않았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봤다. 김 피디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도해보되 거절 당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사회는 날 거절할 수는 있어요. 또 남들은 날 거절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내 자신을 거절해서는 안되는 거잖아요."

 

KakaoTalk_20170715_225948588.jpg » 북바이북에는 그림책도 있다. 아이들도 그림책을 읽었다. 양선아 기자.

 

아차!
 
난 김 피디의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훅 맞은 듯 했다. 최근 나는 이런저런 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컸다.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토록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내가 하는 일이 의미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런데 김 피디가 강연 중 한 이 말을 들으니 내가 그동안 나를 거절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하든 말든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꿈이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내가 하는 일의 과정이 너무 지난하고 어렵다고,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고

나 스스로 나를 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이 일을 통해 하고 싶었고 이루고 싶었던 꿈들은 다 잊고.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리고 진짜 하고 싶다면 그냥 내가 계속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최선을 다해보자. 내가 내 스스로를 거절하면 안되는거다. 내가 나의 절친이 되자'

 

KakaoTalk_20170715_225953192.jpg » 그림책 그리고 그림 그리고 있는 딸. 양선아 기자.

 

 

이외에도 이 자리를 찾은 여러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영어 공부에 대한 강한 자극을 다시 받았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해본다는 것.

그것처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없다.

그것처럼 인생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없다.

 

다음 정모에서는 100과까지 영어책을 외우고 만나기로 했다.

60과까지 외우고 잠시 그만뒀던 영어책을 다시 펼쳐야겠다.

그리고 하루하루 영어를 외우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확인해야겠다.

 

힘든 상황이더라도 절대 나 스스로 나를 거절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2017.7.15. 토.


#김민식피디 #영어책한권외워봤니 #거절 #시련 #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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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